정병국 공격에 이정현 "계파 이야기로 전파 허비, 국민 한숨 쉴 일"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후보 등록 이후 첫 실시된 생방송 TV 토론에서 당대표 후보자 간의 구도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비박(非朴)계 후보인 정병국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친박(親朴)계 후보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과 이정현 의원에게 맹렬한 공세를 가했다. 이주영 의원은 이러한 공세에 대해 친박계를 두둔하면서 적극 반박한 반면, 이정현 의원은 계파 논쟁 자체를 부질없는 것으로 일축하며 자신의 컨텐츠 알리기에 집중했다.

    '원조 친박'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한 무리들을 벼르고 있는 한선교 의원은 교묘한 '스리 쿠션' 전술을 통해 이른바 '강성 친박'들을 해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했다.

  •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사진)은 29일 저녁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생방송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정병국·주호영 의원의 공세에 맞서 친박계를 적극 엄호하고 두둔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사진)은 29일 저녁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생방송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정병국·주호영 의원의 공세에 맞서 친박계를 적극 엄호하고 두둔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병국·주호영, 이주영에 맹공… 이주영도 지지 않고 친박 적극 엄호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29일 저녁 생방송으로 진행된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자들 간의 TV 토론 중 후보자가 직접 토론의 주도권을 갖고 여타 후보 2인에게 질문할 수 있는 '주도권 토론' 순서에서, 정병국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모두 이주영·이정현 의원을 겨냥해 질문을 던졌다.

    정병국 의원은 이주영 의원을 향해 "계파패권, 오만한 정치, 갑질정치를 청산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친박계의 총선 패배 책임을 정조준했다.

    주호영 의원도 이주영 의원에게 "출마 선언문에서는 총선 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가, 녹취록 파문에서는 파헤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니 친박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이주영 의원은 "대선기획단장으로서 박근혜정부 탄생에 큰 역할을 했고 해수부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언론에서 친박이라 분류하는 것을 부정하고픈 생각은 없다"면서도 "계파패권주의를 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출마 선언문에서 총선 패배 책임론을 언급한 것은)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다 책임이 있다는 뜻이며 자숙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언론에서 특정인을 겨냥해서 그런 주장을 한 것이 아니냐고 했지만, 그 뒤에 다 해명이 됐다"고 친박계를 감쌌다.

    이주영 의원이 친박계를 두둔하는 모습은 질문 순서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이주영 의원은 한선교 의원이 '강성 친박'을 향해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것과 관련해 "화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가지고 아울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강성 친박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은) 분열과 배제의 리더십이 아니냐"고 공박했다.

    이에 한선교 의원은 "강성 친박이란 진박(眞朴) 감별, 막말 파동,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 등에 연루된 분들을 말하는 것"이라며 "이주영 의원도 출사표를 던질 때는 그 세력들의 책임을 물을 것처럼 하더니, 전당대회가 진행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꼬집었다.

  •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사진)은 29일 저녁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생방송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정병국·주호영 의원의 친박계를 노린 공세에 계파 논란은 전파 낭비라고 일축하며, 자신의 정책 홍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사진)은 29일 저녁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생방송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정병국·주호영 의원의 친박계를 노린 공세에 계파 논란은 전파 낭비라고 일축하며, 자신의 정책 홍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정현 "계파 논란은 전파 낭비" 공세 비껴가며, 질문 대신 정책 홍보에 치중

    정병국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나머지 한 차례의 질문을 남은 한 명의 친박계 후보인 이정현 의원을 향해 던졌다. 다만 이정현 의원은 친박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두둔한 이주영 의원과는 달리, 계파 논쟁 자체를 일축하며 '마이 웨이'를 걷는 모습을 보였다.

    정병국 의원은 이정현 의원을 향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0%에 불과한 것은 국민의 분노를 보여주는 수치"라며 "친박 당대표를 국민이 과연 용납하리라고 보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호영 의원도 "이정현 의원은 현 정부에서 소통을 책임지는 홍보수석 자리에 있었는데, 유독 이 정부는 소통 부재를 지목받는다"며 "소통 부재에 대해 본인 입장은 어떤가"라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정현 의원은 직접적인 답변을 피한 채 "국민들이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들의 TV 토론을 보면서 많은 한숨을 쉴 것 같다"며 "어떻게 이 귀중한 전파를 당내 계파 이야기로만 다 허비할 수 있는지 한탄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정현 의원은 자신의 질문 순서에는 '반격' 대신 자신의 정책 공약 홍보에 치중하는 '무늬만 질문' 전술을 택했다. 자신이 제시한 정책 공약을 쭉 설명한 뒤에 마지막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음만 덧붙이는 형식이었다.

    그는 한선교 의원을 향해서는 "나는 당대표가 되면 원외당협위원장들에게 당직을 많이 할애해 차분하게 내년 대선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주호영 의원을 향해서는 "대기업이 인턴사원을 뽑듯이 공천은 상시 공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는지"를 물었다.

    두 질문 모두 자신의 당대표 핵심 공약인 △원외당협위원장 섀도 캐비닛 시스템 △국회의원 4년 상시 공천 제도를 홍보하기 위한 방편의 질문에 가까웠다.

    이러한 질문을 받은 한선교 의원은 "원외당협위원장에게 사무부총장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정책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려 한다"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주호영 의원은 "공천 시점은 앞당기는 것이 좋지만, 상시 공천은 상시적으로 공천관리위원회를 유지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어깃장을 놓았다.

  • ▲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사진 오른쪽)은 29일 저녁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생방송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정병국·주호영 의원 등 비박계 후보들을 향해 의도적으로 '강성 친박'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입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끌어내는 교묘한 '스리 쿠션' 전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사진 오른쪽)은 29일 저녁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생방송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정병국·주호영 의원 등 비박계 후보들을 향해 의도적으로 '강성 친박'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입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끌어내는 교묘한 '스리 쿠션' 전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선교, '강성 친박' 겨냥한 교묘한 '스리 쿠션'… 정병국 '페이스에 말려들라'

    4선 의원으로 아나운서 출신인 한선교 의원은 교묘한 '스리 쿠션' 전술로 눈길을 끌었다.

    '원조 친박'으로서 천막 당사 시절 형성된 '친박 정신'을 더럽힌 '강성 친박'들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는 한선교 의원은 '강성 친박'을 공격하는 의도의 질문을 정작 친박계 후보들이 아닌, 비박계 후보들에게 던졌다.

    질문의 본 목적은 '강성 친박'을 겨냥한 것이지만 그 질문을 친박이 아닌, 비박계 의원들에게 던져 자연스레 그들의 입으로부터 '강성 친박' 공격 발언을 끌어내겠다는 것으로, 아나운서 출신으로 방송에 익숙한 노련미가 유감없이 드러났다는 평이다.

    한선교 의원은 이번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 의해 낙천당한 주호영 의원을 향해 "4·13 총선에서 호된 질타를 받은 이유는 공천에 친박 실세들이 관여한 게 큰 이유가 됐다"며 "대구에서 진박 감별이니 한 강성 친박이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고 물었다.

    이에 주호영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총선에 참패했는데도 이렇게 책임을 지지 않는 정당은 없다"며 "이 당이 제대로 되지 않고 점점 망할 것이라는 걱정이 여기에서 생긴다"고 '강성 친박 2선 용퇴론'에 맞장구를 쳤다.

    한선교 의원은 정병국 의원을 향해서도 "전화 녹취록 사건은 윤리위에 올라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정병국 의원은 당연히 "아무리 덮으려 해도 있는 사실을 덮을 수는 없다"며 "이런 식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국민이 분노하고 등을 돌리고 있는데, 덮고 가려 한다고 해서 덮어지겠는가"라고 화답했다.

    그러자 한선교 의원은 여세를 몰아 "전화 녹취 파문에서 녹취한 사람이 오히려 잘못됐다면서 녹취당한 쪽에서 '인간XXX'라는 표현까지 쓰더라"며 "잘못했다면 어느 쪽이 더 많은 잘못을 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명백히 '강성 친박'의 녹취 파문 책임론을 더욱 크게 부각시켜달라는 의도를 담은 질문이었지만, 여기에서 정병국 의원은 헛웃음을 지으며 한 발 물러섰다.

    본래 '친박패권'에 대한 심판의 선봉을 자임한 것은 이날 '혁신 단일후보'로 선출된 자신인데, 더 이상 한선교 의원의 페이스에 말려들다가는 자칫 '강성 친박'에 대항하는 대표 당권 주자의 지위를 내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병국 의원은 한선교 의원의 추가 질문에 너털웃음을 짓더니 "그걸 내가 일일히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당헌·당규에 따라 조사해 위법한 사실이 있으면 위법한대로 법적 조치를 하면 된다"고 원칙론의 입장으로 한 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