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총출동한 가운데 오른손 들고 엄숙히 선서했지만… 과연?
  • ▲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대표 및 최고위원 출마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강당에 모여 혁신과 화합의 전당대회를 치러낼 것을 다짐하는 서약식을 하고 있다. 최다선이자 최연장자인 이주영 의원이 대표로 서약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대표 및 최고위원 출마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강당에 모여 혁신과 화합의 전당대회를 치러낼 것을 다짐하는 서약식을 하고 있다. 최다선이자 최연장자인 이주영 의원이 대표로 서약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당권 레이스가 11일 간의 대열전에 돌입했다. 판세를 주도할 거물급 인사가 출마하지 않아 '배틀 로얄'식 혼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혁신과 화합'은 실종되고, 결국 구도를 둘러싼 정치공학적 셈법만 난무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새누리당은 29일 8·9 전당대회의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등록을 접수했다. 후보 등록에 앞서서는 서울 여의도 당사 강당에서 출마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혁신과 화합' 클린 선거 서약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 정진석 원내대표, 박명재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과 이주영·정병국·주호영·한선교·이정현·김용태 의원 등 당대표 후보, 그리고 정문헌·강석호·조원진·정용기·이장우 의원 등 주요 최고위원 후보자들이 참석했다.

    최다선(最多選)이자 최연장자인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의 낭독에 따라 모든 전당대회 후보자들은 오른손을 들고 △근거없는 비방 자제 △처절한 혁신 경쟁 △정치적 이해 내려놓기를 약속했다. '혁신과 화합'의 전당대회로 치러내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당 지도부들도 '혁신과 화합'을 당부했다.

    김희옥 위원장은 "갈등과 분열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정책 공약 중심으로 깨끗한 경쟁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가 혁신과 화합의 축제로 치러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혁신과 화합의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서 등돌린 국민들의 시선을 다시 모으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바란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내년 12월 고지를 향한 새로운 필승의 로드맵을 이 자리의 후보들이 꼭 제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후보자의 기호 또한 결정됐다. 당대표 후보의 기호는 1번 이정현, 2번 이주영, 3번 정병국, 4번 주호영, 5번 한선교 의원의 순으로 정해졌다. 이날 오전에 열린 서약식까지만 해도 참석했던 김용태 의원은 오후에 정병국 의원과의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막판 등록을 포기했다.

    최고위원 후보자의 기호는 1번 이장우, 2번 정용기, 3번 조원진, 4번 정문헌, 5번 함진규, 6번 이은재, 7번 강석호, 8번 최연혜 의원(정문헌 후보는 전(前) 의원)의 순으로 결정됐다.

    후보 등록에 이어 기호까지 모두 결정됨에 따라 8·9 전당대회까지 11일 간의 열전이 시작됐다. 당장 이날 저녁에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를 통해 생방송으로 당대표 후보자 TV토론이 진행됐다. 오는 31일에는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첫 합동연설회가 열릴 예정이다.

  • ▲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모여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사진 오른쪽)은 이날 정병국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에 따라 막판에 등록을 자진 포기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자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모여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사진 오른쪽)은 이날 정병국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에 따라 막판에 등록을 자진 포기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다만 이 11일 간의 열전이 서약한대로 '화합과 혁신'의 전당대회, 당 지도부로부터 당부받은대로 정책 대결과 대선 승리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전당대회가 될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후보 등록일부터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 간의 단일화가 이뤄졌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오후 단일화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후보 단일화는 어떠한 계파적 단일화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스스로 '혁신 단일후보'를 자처했다.

    스스로가 '혁신'이라는 포지션을 점한 이상, 자연스레 다른 후보들은 '반(反)혁신'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주영·이정현 의원 등 친박계 후보들을 상대로 계파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는 관측이다.

    이번 단일화가 향후 11일 간의 짧은 당권 레이스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다. 당장 비박계 후보 중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주호영 의원은 경선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단일화 합류 여부를 둘러싼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비박 단일화에 대항하는 친박 단일화도 그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경선전 내내 입방아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한선교 의원은 이날 "강성 친박 10여 명만 없애면 계파는 해체된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들과 싸우겠다"고 한 만큼 친박 단일화에 합류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이정현 의원도 "단일화에 관심 없다"고 공언했다. 정병국~김용태 의원의 단일화를 앞장서서 맹비난한 이주영 의원은 그 자신이 스스로 단일화에 나선다는 것은 모순이기도 할 뿐더러, 단일화를 하지 않은 다자 구도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점에서 역시 단일화 가능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군불을 떼는 방식으로 '친박 단일화' 화두를 재점화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11일 간의 당권 경쟁에서 내년 12월 대선 승리를 위한 정책과 비전의 제시는 사라지고, 오로지 계파 간의 단일화를 둘러싼 정치공학·선거공학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날 오전 서약식이 열린 당사 강당에 도착한 한선교 의원은 김용태 의원을 향해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정병국 의원의 도착이 늦어지고 김용태 의원만 자리해 있자, 한선교 의원은 자못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단일 후보로 결정된 것이냐"고 물었다. 이미 경선의 핵심 쟁점이 '단일화'가 된 씁쓸한 광경이다.

    최고위원 후보자로 출마한 조원진 의원은 "새누리당의 요즘 처지가 한화 이글스와 비슷하다더라"고 자조했다. 과연 새누리당 8·9 전당대회는 혁신과 화합의 전당대회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 11일, 두고볼 일이지만 여권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