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혁신 비판에 진정성 있었나… 흐름 멈췄는데도 개의치 않은 전격 단일화
  •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정병국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28일 오후 충남 천안에서 만나 8·9 전당대회 후보등록에 하루 앞서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정병국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28일 오후 충남 천안에서 만나 8·9 전당대회 후보등록에 하루 앞서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컷오프 없이 이주영·정병국·한선교·주호영·이정현·김용태 의원의 6인 대결로 확정되는 듯 했던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당대표 경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28일 오후 충남도당위원장 이·취임식이 열린 천안에서 만나 전격적인 단일화 합의를 발표했다. 양자는 이날부터 후보등록 당일인 29일까지 여론조사를 진행해, 우세한 결과를 얻은 1인만 후보로 등록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이 단일화의 명분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이날 단일화 합의 사실을 발표하며 "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특정 계파 패권주의를 배격하는 개혁 세력의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친박패권을 비난하면서 '개혁'을 입에 달고 살아왔다. 걸핏하면 전당대회가 반(反)혁신으로 가서는 안 된다면서, 반(反)혁신의 흐름이 계속되면 단일화로 맞설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이러한 주장은 그간 일응 일리가 있었다. 4·13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자숙해야 할 사람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당권을 탐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친박 핵심'에 해당하는 의원들의 직접 출마 또는 배후 조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규탄하던 반(反)혁신의 흐름은 잠정적으로 멈춘 것이다.

    최경환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뒤 이미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친박계 당권 주자 누구와도 만나지 않은 채 지난 19일 영국으로 출국했다. 명백히 전당대회와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두고 대규모 계파 모임을 통해 세(勢) 과시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을 받았던 서청원 의원도 당대표 후보들에 대한 가타부타 언급 없이 신중하게 만찬 회동을 치러냈다. 27일 심야에 서청원 의원이 당대표 후보들과 접촉한 사실 또한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정병국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28일 오후 충남 천안에서 만나 8·9 전당대회 후보등록에 하루 앞서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정병국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28일 오후 충남 천안에서 만나 8·9 전당대회 후보등록에 하루 앞서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처럼 이렇다할 반(反)혁신의 흐름이 없는데도 정병국~김용태 의원이 후보등록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인 단일화 합의를 발표한 것은 애초부터 이들의 발언에 반(反)혁신을 우려하는 진정성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게끔 하고 있다.

    반(反)혁신의 흐름으로 가든 안 가든 이렇게 단일화를 할 것이었다면, 애시당초 그동안 단일화의 명분으로 반(反)혁신은 뭣하러 내걸었는가. 오로지 '내가 당권을 잡아야겠다'는 정치공학·선거공학적 놀음에 불과했다면, 새누리당의 혁신을 바라던 당원과 국민들의 실망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아무런 명분도 없이 오로지 당선만을 위한 단일화는 그동안 야권에서 많이 벌여왔던 행태다. 이러한 행태가 오로지 당내 비주류라는 이유만으로 용인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뭣보다 이렇게 해서 당대표로 선출된들 내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겠는가.

    만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은 특정 정당을 배격하는 진보(기실은 급진·좌파) 세력의 구심점을 만들겠다"며 전격 단일화에 합의한다면, 그같은 '전격 단일화'로 선출된 당대표가 이를 비판할 수 있겠는가.

    끼리끼리 동류(同流)인 비박(非朴)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로지 당권 쟁취만을 목적으로 하는 단일화에 합의했다면, 그간 패권주의라고 친박(親朴)을 비판했던 것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한다.

    같은 비박이라고 단일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지난 과천 워크숍에서 "계파를 해소하자"고 부르짖은 결의의 정신을 먼저 저버린 것이다. 정병국~김용태 의원의 단일화 합의가 당원과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혹여 부메랑이 돼 그들에게 돌아오지나 않을는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