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가능성 보여줘야 무대가 움직인다… 지지자 70%, 일반국민 30% 방식으로 29일 결정
  •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 (왼쪽에서 세 번째)과 김용태 의원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은 오는 8.9 전당대회에 나설 당 대표 후보자들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있는 종로구에서 정견발표를 하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 (왼쪽에서 세 번째)과 김용태 의원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은 오는 8.9 전당대회에 나설 당 대표 후보자들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있는 종로구에서 정견발표를 하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용태 의원과 정병국 의원이 결국 단일화에 합의했다.

    두 사람 간 단일화는 28일 오후부터 29일 오전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대로 이뤄진다. 두 기관에서 1000명씩,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새누리당 지지자 70%, 일반 국민 30%를 표본으로 추출해 조사한다.

    ◆ 두 사람이 승리 자신하는 절묘한 룰, 지지자 70%, 일반 국민 30%

    이 룰은 두 사람 모두가 승리를 자신하는 절묘한 룰로 평가된다. 어느 한 사람의 승리가 확실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단일화가 되는 것이 확실시되는 룰이었다면 애당초 지는 쪽에서 받아들일 리가 없다. 만일 한 후보가 "져도 괜찮다"면서 양보할 의사가 있었다면, 여론조사라는 방식을 택해 정치적 상처를 입을 이유가 없다. 선당후사(先黨後私) 하겠다는 단일화 기자회견을 통해 정리하는 쪽이 매끄럽다.

    '여당 지지자 70%와 일반 국민 30%에게서 여론조사를 한다'는 룰은 두 후보 모두에게 각자 유리한 구석이 있다. 우선 '확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온 김 의원은 지지자들에게서는 정 의원에 크게 유리하지 않더라도 일반 국민에게는 크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앞선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도 김 의원은 정 의원보다 높은 지지율을 확보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정병국 의원은 김용태 의원에 비해 높은 선수와 오랜 정치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지자들을 조사한 결과에서 김 의원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전당대회 승리 2주년 만찬 현장. 김 전 대표는 비박계에서 최대 조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전당대회 승리 2주년 만찬 현장. 김 전 대표는 비박계에서 최대 조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무대, 단일화엔 반응할까

    하지만 무엇보다 두 사람이 단일화를 이룬 더 큰 원인은 김무성 대표의 알 수 없는 의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당대회는 조직표가 중요한데, 비박계 최대 조직을 확보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를 움직이기 위해 두 사람으로서는 제스쳐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김무성 전 대표는 이미 지난 8일 비박계 후보들을 모아놓고 단일화를 조율한 바 있다. 김 전 대표가 전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여기에는 정병국 김용태 홍문표 의원과 더불어 나경원 의원이 참석했다. 당시 나경원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때문에 김 전 대표가 나경원 의원을 염두에 두고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을 부른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었다.

    다른 말로 하면, 김 전 대표가 오는 8.9 전당대회에서 정병국·김용태 두 의원이 '필승카드'가 확실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번 단일화가 오히려 두 당사자가 빠른 단일화를 통해 몸집을 불려 놓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에게 당선 가능성을 보여줘야 김무성 대표가 다른 데로 눈길을 돌리지 않으리라는 설명이다.

  •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 그는 친박계 당권주자를 자처하면서 인위적인 단일화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 그는 친박계 당권주자를 자처하면서 인위적인 단일화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무성-이주영 연합설까지…불안한 전대 주자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전당대회에서 반드시 이기려 나섰던 김무성 전 대표가 범친박계로 불리는 이주영 의원을 밀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치 공학적으로 보면 두 사람 다 PK로, 여러모로 정석적인 조합이나 연대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무조건 이번엔 당권에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는 이주영 의원과 대선 경선을 위해 반드시 전당대회에서도 이겨야 한다는 김무성 전 대표 간 이해관계만큼은 가장 맞아떨어진다.

    김무성 전 대표는 비박계 단일화를 논의할 만큼 대선 경선을 위해서라도 전당대회는 반드시 이기고 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전대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김 전 대표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가 김용태·정병국 의원을 '필승카드'로 보고 있지 않다면 이주영 의원을 뽑는 방안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주영 의원 역시 당권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그간 원내대표 선거에서 여러 번 패한 아픔이 있다. "이번에야말로 무조건 당권에 성공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소위 '명당'인 대하빌딩 11층까지 빌리며 칼을 갈았다.

    특히 친박계는 서청원 의원이 주재한 만찬에서도 '교통정리'를 이루지 못했다. 각자도생하는 분위기 속에서 친박계의 표심이 이정현 의원으로 기울기라도 한다면, 절박한 이주영 의원으로서는 김무성 전 대표의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설이 사실이든 아니든, 불거지는 것 자체가 단일화에 합의한 두 사람에게는 강한 부담으로 작용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두 사람의 단일화 결과는 오는 29일 결정된다. 여론조사의 승자 1인만이 최종 후보로 등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