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룰 만든 비대위원 전대 출마, 도덕적 문제"안민석 "계파, 집안 싸움 다시 부채질할 수 있어"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놓고 막판 장고에 들어갔던 이종걸 의원이 28일 출마를 결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놓고 막판 장고에 들어갔던 이종걸 의원이 28일 출마를 결정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놓고 막판 장고에 들어갔던 이종걸 의원이 28일 출마를 결정했다.

    이종걸 의원은 유일한 비문(非文)계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하지만 정작 비주류에서조차 그의 출마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의 당 대표는 든든한 야권 연대를 구축하는 세심한 건축가, 효과적인 대여 투쟁을 주도하는 치밀한 전략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이후 출범했던 비상대책위원회의 일원으로 당의 안정화에도 역할을 했다"며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로 비대위의 성과를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민주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송영길·추미애 의원과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 등 친문 일색의 후보들이 출마를 했다. 세 후보 모두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親文) 주류 세력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종걸 의원은 "탄생부터 어느 한 쪽에 치우친 당대표가 되면 역량 있는 후보들이 선뜻 대선 경쟁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게 하고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기도 힘들게 된다"며 "한 집단이 당직과 국회직과 대선 후보를 독차지한다면 '더'민주는 '덜'민주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이종걸 의원은 전날 "비대위원을 사퇴하겠다. 지금까지 많은 생각을 했고 출마에 신중하게 많은 생각을 했다"며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만류에 "조금 더 생각하겠다"며 입장을 바꾸면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 이종걸 의원은 "김종인 대표 뿐만 아니라 저에게 중요한 지지대가 되는 분들이 종합적인 고려를 해볼 때 출마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이종걸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놓고 "비대위원의 출마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이종걸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놓고 "비대위원의 출마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결국 이날 이종걸 의원이 출마를 결정한 것을 놓고 같은 비주류 인사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과 안민석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잇따라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박영선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출마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전당대회의 룰을 정한 비대위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종걸 의원이 출마할 생각이 있었다면 일찍 비대위원 사표를 냈어야 했다는 것이다. 

    박영선 의원은 "과거에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대위원에 들어가는 사람의 경우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고 관례였다"며 "그런 의미에서 어제 김종인 대표가 출마를 만류했던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주류 인사인 안민석 의원은 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지금 진정돼가는 집안싸움과 계파갈등을 부채질하는 결과가 우려되기 때문에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안민석 의원은 "추미애·송영길·김상곤은 범주류 내지는 주류 쪽에 속하는 인물들이고 말하자면 범친노 혹은 범친문으로 보이는데 여기에서 만약에 이종걸 의원이 출마하면 비주류의 대표성을 가지고 출마를 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싸움 자체가 주류 대 비주류 내지는 범친노·친문 대 비노·비문 이렇게 갈 것"이라며 "나는 시종일관 이종걸 의원의 출마를 만류했다"고 강조했다. 

    더민주 안팎으로 친노-친문 세력이 다수인 상황에서 비주류 대표를 자처한 이종걸 의원이 김상곤·송영길·추미애 등 친문 일색의 후보들을 이기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같은 비주류계인 박영선 의원과 안민석 의원이 지지가 아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을 두고 '이래문'을 염두한 것 아닌가는 해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