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한선교·이정현 등 지지 후보 따라 흩어지면 親朴 세포분화 불가피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27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친박계 의원 40여 명이 참석한 만찬 회동을 주재한 가운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27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친박계 의원 40여 명이 참석한 만찬 회동을 주재한 가운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우려됐던 '계파 세(勢) 과시' '줄세우기'는 없었다. 서청원 의원은 다시 '맏형'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친박계의 계파 분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의 맏형' 서청원 의원은 27일 친박계 의원 40여 명을 초청해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만찬을 베풀었다.

    이 자리에서 서청원 의원은 "지난 주말에 이미 보좌진들과 화요일 쯤에 (전당대회에 불출마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었다"며 "정치적인 여러 상황이 있었으나 스케쥴 그대로 발표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오늘 여러분들을 모신 것은 상의도 없이 발표한 것에 대한 죄송스런 마음에 사과의 말씀도 드리고 입장도 설명하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김성회 전 의원에 대한 이른바 '공천 협박 녹취록 공개 파문'이 있었지만, 자신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은 그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 이전에 결정돼 있었다는 점을 해명한 것이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상처받은 리더십을 회복하고, 다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맏형'의 자리로 복귀하기 위한 모습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인지 이날 만찬 회동에서는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모임으로 비쳐지는 것을 극력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정재 의원은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고, 민경욱 의원도 "선거운동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까봐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옆에서들도 (최고위원 출마자들에게) 조심하라고들 했다"고 전했다.

    만찬 회동을 마친 뒤 서청원 의원 본인도 이러한 분위기에 만족한 듯 "여러분들 우려했던 것보다는 괜찮지 않았느냐"고 웃으며 취재진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는 최경환~서청원~김문수~홍문종 등으로 숨가쁘게 오가던 '대표 주자' 출마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상, 서청원 의원은 전당대회와 거리를 두고 다시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염두에 둔 '맏형' 포지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27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친박계 의원 40여 명이 참석한 만찬 회동을 주재한 가운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27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친박계 의원 40여 명이 참석한 만찬 회동을 주재한 가운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만찬에 앞서 이날 오전에 친박계의 출마 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했다. 오전 11시를 전후해서는 친박계 대표 주자의 타이틀을 염두에 두고 있던 홍문종 의원도 당권 도전 의사를 접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만찬에 초대를 받았음에도 회동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만찬 회동을 앞두고 부담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이 정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돼서 '세(勢) 과시' '교통정리' '줄세우기' 등의 의혹을 면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대표 주자'를 내세울 수 없게 된 친박계는 기존 주자들 중에서 지지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돼 계파의 분화는 필연적이라는 관측이다.

    기존에 출마한 후보군 중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주영·한선교·이정현 의원 등으로 선택지가 좁아지면, 이날 만찬 회동에 참석한 친박계 의원들 각자가 이미 다 나름의 친소(親疏) 관계가 형성돼 있어 일률적으로 누군가에게 지지를 몰아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친박 핵심' 중에서도 어느 의원은 이정현 의원을 선호하는 반면, 또다른 핵심 의원은 이정현 의원과 구원(舊怨)이 있어 이주영 의원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런 이유로 각자 다 흩어져서 지지할 사람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가게 되면, 특유의 결속력을 자랑하던 친박계는 세포분화하듯 소계파로 나뉘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결과, 특정 범친박계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되기라도 한다면, 당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구심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어 기존 '친박 핵심' 중심에서 계파의 성질 자체가 변화할 것이라 내다볼 수 있다.

    서청원 의원이 "(오늘 만찬 회동을 세(勢) 과시로 보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스스로 선을 그었지만, 친박 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대규모 초청 만찬 회동을 갖는 것도 계파 분화가 본격화되면 앞으로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목표를 재설정하면서 정치 인생의 명예로운 마무리를 염두에 둔 서청원 의원이 마치 저녁에 서편 하늘을 붉게 물들이듯 기념비적인 대규모 만찬 회동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서청원 대표가 후반기 국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돼야, 비로소 다시 한 번 '맏형'을 모시고 이 정도 규모의 만찬이 열릴 수 있지 않겠느냐"며 "비박에서 비판한 것처럼 세 과시는 커녕 '친박의 시대' '좌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만찬이라고 봐야 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