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의견 수렴 나섰으나 김재원 "모양 안 좋다"… 대부분 만류
  • ▲ 27일 오전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불출마 사실을 알린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7일 오전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불출마 사실을 알린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갑작스런 당대표 출마 고려로 3일간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구도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결국 불출마로 선회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27일 오전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번 새누리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한민국과 새누리당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불출마 사실을 알렸다.

    이로써 김문수 전 지사의 당권 도전은 '3일 천하'로 끝났다. 전후 정황을 살펴보면, 본인도 출마설에 맞춰 서울로 상경하는 등 나름 당권 도전을 진지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출마설 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다시금 불출마로 선회한 배경은 뭘까.

    정치권 관계자는 "김문수 지사가 '친박 핵심'으로부터 8·9 전당대회 출마를 권유받았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며 "당권~대권 분리 규정 때문에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당대표가 되면 차기 대선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고심이 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잠재적 대권 주자로서 큰 꿈을 꾸고 있는 김문수 전 지사의 입장에서도 고민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4·13 총선에서 참패하고서도 석 달이 넘도록 극심한 계파 갈등의 내홍 속에 휩싸여 있는 당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명분에서 고심 끝에 출마를 결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실리의 차원에서 보면,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 수성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에게 상당히 큰 격차로 패배했기 때문에 정치적 내상이 극심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대표를 맡는 것은 무엇보다도 확실한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고, 다시금 정치권의 중심으로 복귀한다는 측면도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문수 전 지사의 주변에서도 출마 찬반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스(Boss)의 낙마로 측근들도 여러모로 곤란해졌는데, 친박이 당권을 밀어준다고 하면 이보다 더 반색할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당대표가 새로 서면 당협위원장들도 정리를 할텐데, 이를 염두에 둔 주변 인사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깊은 고심 끝에 출마를 결단했으나, 거센 반대에 직면하게 된 김문수 전 지사는 당황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문수 전 지사의 당대표 출마 관련 사실을 25일 아침 조간 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문수 전 지사가 직후 통화를 해서 출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거센 반대 여론에 직면하자, 주변에 폭넓게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재원 정무수석조차도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모양이 좋지 않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이밖에도 통화가 연결된 주변 인사들 중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한때 보수혁신의 상징이었던 자신이 출마한다고 하면 '단일화'나 환영은 못해줄 망정 최소한 반대는 안할 것으로 알았던 비박(非朴)계가 거세게 반대한 것도 걸림돌이 됐다. 정병국~주호영~김용태 의원의 비박 후보 3인방은 긴급 회동까지 하면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반(反)김문수 단일화 가능성마저 거론됐다.

    이 중 김문수 전 지사의 입장에서는 김용태 의원의 반대가 가장 눈에 밟혔을 것으로 보인다. 정병국 의원은 김문수 전 지사의 출마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판했으나, 김용태 의원은 차마 비판조차 못하고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정도로 당혹스런 심정을 여과없이 표출했는데, 되레 이게 비판보다 더 아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문수 전 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구(舊) 민중당 시절에 같은 배를 탄 뒤로 20년 이상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김용태 의원은 새누리당 현역 국회의원 중 유일한 김문수계로 분류된다.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때도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김문수 전 지사를 지지한 인물이 김용태 의원이기도 하다.

    차명진~강승규~신지호 전 의원이 김문수 전 지사의 '가신 3인방'이라고 일컬어지지만, 모두 원외(院外)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내에 있는 유일한 지지 세력의 반발을 무릅쓰고 출마하기에는 명분에 있어서나 실리에 있어서나 무리가 많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김문수 전 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40분 이상 긴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으나,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여러모로 씁쓸한 결론에 도달한 김문수 전 지사는 당권 도전의 뜻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27일 오전 출입기자단에 보낸 짧디짧은 문자에 씁쓸한 심경이 담겨 있다는 평이다.

    이번 '3일 천하'에 따른 김문수 전 지사의 이해득실에 대해서는 여권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구에서 낙선한 이후 여론의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는데, 오랜만에 주의를 환기하면서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1억 원(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자 기탁금)을 내지 않고서도 적어도 2000~3000만 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반면 전형적인 철수(撤收)의 정치로 모양새를 구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총선 때 대구에서 출마한 것부터가 안 좋았는데, '가지 말아야 할 길'만 계속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며 "차라리 당권을 잡았으면 모르겠으되 사흘 만에 철수해버린 것은 향후 대권 가도를 걷는다 해도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