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합작 긍정설 "대구서 낙선한 김문수, 전당대회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아야"문무합작 부정설 "김무성에게만 이득되는 일… 김문수, 실제 출마하진 않을것"
  • ▲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사진 왼쪽)과 정병국 의원. ⓒ뉴시스 사진DB
    ▲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사진 왼쪽)과 정병국 의원. ⓒ뉴시스 사진DB

    여권의 대표적인 잠룡(潛龍) 두 명의 행보가 새누리당 8·9 전당대회를 목전에 두고 엇갈리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여권의 대표적인 잠재적 대권 후보로 일컬어진다. 지난 4·13 총선에서 각각 서울 종로와 대구 수성갑에서 낙선해 정치적인 내상을 입은 뒤 잠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들이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방향이 다른 것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대권을 노리면서 전당대회에 적극 개입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13 총선을 앞두고 한때 친박(親朴) 색채를 보였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비박(非朴)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하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정병국~김용태 의원과 회동해 이른바 '비박 후보 단일화' 문제를 조율한 오세훈 전 시장은 오는 27일에도 정병국 의원과 다시 회동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친박의 맏형' 서청원 의원이 친박계 의원 50여 명과 함께 만찬 회동을 갖고 '친박 후보' 문제를 논의하는 날이라 의미심장하다.

    정병국 의원 등 비박계 당권 주자들도 오세훈 전 시장의 이러한 물밑 노력에 화답하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24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대권 주자가 배석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4·13 총선에서 낙선해 원외(院外) 인사가 되면서 언론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오세훈 전 시장으로서는 반가운 제안이다. 대권 주자로 공인받으며 최고중진연석회의 등 공개적으로 활동할 무대가 마련되면, 특유의 강점인 대중성이 다시금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최근 서울 명륜동에 공생(共生) 연구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를 준비하는 가운데, 8·9 전당대회에 적극 개입해 대권 행보로 가는데 유리한 길을 닦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반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목전에 닥친 당권 경쟁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움직임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문수 전 지사는 8·9 전당대회에 직접 당대표 후보로 경선에 출마하는 방향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적 대권 주자인 김문수 전 지사의 전당대회 출마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새누리당은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권~당권 분리 규정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잠재적 대권 주자가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선되기라도 하면 사실상 내년 12월 대권 도전은 불가능해진다.

  •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사진 왼쪽)와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사진 왼쪽)와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문수 전 지사 본인도 이를 각오한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전 지사는 24일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차기 대선 출마는 당연히 포기한다"며 "마지막으로 당과 나라를 위해 사심없이 봉사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런 노선 변화를 놓고 여권이 발칵 뒤집혔다. 여권 일각에서는 '비주류의 구심점'을 자처하는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김문수 전 지사를 향해 '제2의 문무합작'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는 과거 대표최고위원을 지내던 시절, 원외(院外)에 있던 김문수 전 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불러들여 공개적인 정치 활동의 공간을 마련해준 적이 있다. 보수혁신위에서 내세운 혁신안이 실천으로 옮겨지지 못하면서 당시의 '제1차 문무합작'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4·13 총선의 참패와 이 과정에서 공천을 전횡한 친박에 대한 총선 패배 책임론이 제기되고, 당 안팎에서 '상향식 공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의 보수혁신위 안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4·13 총선에서 낙마해 원외 생활이 길어지고 있는 김문수 전 지사의 처지 △8·9 전당대회의 구도가 비박계에 유리해지고 있다지만 이는 막연한 기대일 뿐이고, 실제로는 김무성 전 대표가 힘을 실어줄만큼 두각을 나타내는 비박계 '대표 주자'가 부재한 현실 △내년 12월 대선 출마를 노리는 김무성 전 대표의 입장에서 우호적인 당대표가 선출돼야 할 필요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제2차 문무합작'이 필요한 여건이 조성됐다는 결론이다. 김문수 전 지사는 김무성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당대표가 돼서 당시 보수혁신위를 통해 관철하지 못했던 '혁신'을 진행하고, 김무성 전 대표는 '김문수 체제' 하에서 대권을 향해 직행한다는 계산이다.

    다만 김무성 전 대표 측은 이와 같은 '제2차 문무합작' 시도 관측에 선을 그었다. 김무성 전 대표 측은 25일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무성 전 대표가 최근 김문수 전 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여권 관계자는 "4·13 총선에서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문수 전 지사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며 "김무성 전 대표의 지원을 업고 8·9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에 선출되면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안이 있었다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김문수 당대표~김무성 대권주자를 전제로 한 '문무합작'은 김무성 전 대표에게는 유리할지 모르되 김문수 전 지사에게는 딱히 이득이 될 것이 없고, 전당대회에서 당선되지 못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실제로 김문수 전 지사의 출마까지 연결될는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시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