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개 시민단체 지지선언… "구도 점차 이주영에 유리… 대세론 이상한 일 아냐"
  •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24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방명록을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이주영 당대표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24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아 방명록을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이주영 당대표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8·9 전당대회의 구도가 어느 정도 짜여져가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본격적으로 '대세론'에 시동을 걸었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5선·경남 마산합포)은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오찬 간담회를 주재했다.

    이날 점심에는 같은 당권 주자인 정병국 의원(5선·경기 여주양평)과 김용태 의원(3선·서울 양천을)도 오찬을 주재했는데, 이주영 의원의 기자단 오찬에 가장 많은 취재진이 참석했다는 게 출입기자단 사이에서의 중론이다.

    이 때문인지 이주영 의원의 기자단 오찬 현장의 분위기는 줄곧 화기애애했다. 이주영 의원은 테이블마다 돌면서 직접 건배사를 했다.

    특히 "승리하리라, 이주영"이 선창되면 참석자들이 "빈체로(Vincero)"를 외치며 화답하는 건배사가 눈에 띄었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곡은 주인공이 승리 전야(前夜)에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며 부르는 곡이어서,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 '대세론'의 BGM으로 안성맞춤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찬 간담회를 마친 이주영 의원은 이날 오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보지인 경북 성주로 향했다. 이주영 의원은 경북 성주로 향하던 도중 구미에 들러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한 이주영 의원은 방명록에 '박정희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정권재창출과 경제도약을 꼭 이루겠다'는 다짐을 남긴 뒤 추도관을 참배했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민족중흥의 위대한 지도자로 길이 기억해야 할 분"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같은 행보는 서청원 의원의 불출마 결정으로 갈 곳을 잃은 친박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영 의원은 앞서 기자단 오찬에서도 "내가 그간 계파 정치를 해오진 않았지만 언론에서 친박(親朴)이라고 분류하며 앞에 범(汎)자를 붙여 범친박이라 하더라"며 "박근혜정부 대선기획단장을 했고 각료도 맡았기 때문에 친박이라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친박~비박을 가르는 계파는 물론 없어져야 하지만, 정치의 현실 또한 고려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친박의 맏형' 서청원 의원이 구설수에 휘말리며 불명예스럽게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게 된 마당에, 당정청(黨政靑) 일체의 정신으로 박근혜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이끌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책임감 또한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24일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 예정지로 알려진 성산리 성산포대 인근을 둘러보고 있다. ⓒ이주영 당대표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24일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 예정지로 알려진 성산리 성산포대 인근을 둘러보고 있다. ⓒ이주영 당대표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이날 오후의 경북 성주 방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급진·좌파 세력이 각종 괴담으로 주민들의 불안 심리를 조장하면서, 정권의 핵심 지지 기반에서 민심의 이반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최대의 고비였던 '세월호 사고'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으로서 위기 극복에 앞장선 이주영 의원이 이러한 상황에서 경북 성주를 방문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행보다.

    게다가 8·9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될 사람은 정권의 재창출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을 방문해 민심을 다독이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기까지 하다는 지적이다.

    이주영 의원은 이날 오후 경북 성주를 찾아 새누리당 당대표 후보로서는 최초로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리 성산포대 일대를 둘러봤다. 이후 성주 효요양병원으로 이동해 입원 중인 이재복 성주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장을 만나 입장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천·구미 지역 당원 간담회에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친박~비박 계파를 넘어 융합할 수 있고 통합할 수 있는 당대표를 뽑아야 하는데 그 적임자가 이주영"이라며 "시대정신과 리더십을 갖추고 비전과 역량을 가진 당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주영 의원이 서울을 비운 사이, 이날 오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74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에 모여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로 이주영 의원을 지지하는 선언을 했다.

    이들은 지지 선언문에서 "개혁적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우리 74개 시민단체는 새누리당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후보가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에 관심이 있다"며 "박근혜정부를 도와 국가 발전과 서민의 아픔을 풀어줄 분은 바로 이주영 의원"이라고 천명했다.

    아울러 "집권여당의 대표는 당의 안정과 화합은 물론 청와대·정부와 협력해 국정을 이끌어가야 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집권여당의 화합과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가의 안정과 국민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은 이주영 의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자단 오찬에 사람이 몰리고, 외곽에서 지지 선언이 잇따르는 조짐 등은 모두 본격적인 대세론에 시동이 걸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안개와 같던 여러 변수들이 걷히면서 전당대회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며 "여러모로 이주영 의원에게 유리한 구도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부정하는 사람이 없더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세론이 나오기 시작하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