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후보등록 이틀 전 열리는 대규모 친박계 만찬 회동과 선 그어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사진)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서청원 의원 주재의 대규모 친박계 만찬 회동에 절대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사진)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서청원 의원 주재의 대규모 친박계 만찬 회동에 절대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박(親朴)으로 분류되지만 조직 동원이나 세(勢) 대결을 피한 채 전국을 돌아다니며 국민들과 접촉하는 '배낭 토크' 방식으로 8·9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오는 27일 열릴 친박계의 이른바 '서청원 만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3선·전남 순천)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의원회관 사무실에 거의 안 들어가서 서청원 대표로부터 초청이 왔는지는 듣지 못했다"면서도 "초청 여부에 관계없이 절대 가지 않겠다"고 잘라말했다.

    앞서 8·9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밝힌 '친박의 맏형'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오는 27일 저녁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찬 회동을 갖자며 지난 22일 친박계로 분류되는 의원 50여 명을 초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만찬 회동이 열리는 27일은 8·9 전당대회의 후보 등록이 이뤄지는 29일로부터 불과 이틀 전이다.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세(勢) 몰이나 '의원 줄세우기' 시도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정현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격언을 인용해 "이런 시기에 갓끈을 고쳐맬 생각이 없다"며 "그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오해나 의혹을 살만한 그런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뭣보다 이른바 '서청원 만찬'이 이정현 의원이 추구하고 있는 전당대회 선거운동 방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 문제다. 이정현 의원은 지난 21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줄세우기나 당협위원장을 확보해서 그 사람들로 하여금 유권자를 움직이게 하는 경선문화부터 타파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전당대회 후보등록을 불과 이틀 앞두고 특정 계파로 분류되는 의원 5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서 만찬 회동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줄세우기'나 '국회의원 확보'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만찬 회동'이 전혀 자성과 성찰이 없는 '교만한 모임'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회동을 앞두고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이번 '공천 협박 녹취록 파문'의 당사자인 김성회 전 의원을 불러 공개적인 자리에서 소명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공천 협박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일부 친박계 핵심 인사를 두둔하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지만, 이것은 해당 파문에 연루된 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러한 녹취록이 공개된 배경에 '공작 정치'의 의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두둔이 나오는 것을 착각하고, 김성회 전 의원을 불러 공개적인 자리에서 소명토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은 교만의 극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처럼 지난 '공천 개입'에 대한 반성의 마음이 전혀 안돼 있으니 이번 만찬 회동도 공개적인 '후보 조정'을 압박하는 자리로 흐르는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개탄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정현 의원이 "내가 캠프도 안 차리고 문자 보내는 것도 규정에 따라 딱 한 번만 하려고 아껴두고 있고, 이렇게 힘들게 원칙과 법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초청 여부에 관계없이 가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정현 의원은 이날 당내 일각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단일화'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정현 의원은 "당원과 국민들은 전당대회에서 자유투표를 하게 돼 있는데, 당원과 국민들의 표를 호주머니에 있는 동전처럼 이리 밀고 저리 밀어주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며 "새누리당이 이 사달이 났는데, 자기가 그 표를 쥐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주는 행태를 어느 누구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당이 이렇게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치러지는 경선에서 아직도 내 편끼리, 네 편끼리 뭉치자는 것은 지금 새누리당이 처해있는 사태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치열하게 서로 토론을 통해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