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페어플레이' 공약… 국민여론조사 선두 여세 몰아 원외 당심 겨냥정병국 "사드 배치 정쟁 삼는 야당에 맞설 것"… 전통적 보수표심 정조준
  •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김용태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김용태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박 핵심'들의 녹취록 공개 파문 등으로 새누리당 당권 경쟁이 비박에 유리하게 흘러간다는 전망이 나오자, 비박계의 대표적인 당권 주자인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 각개약진하는 모양새다.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휴일인 24일 오전에 30분 간격으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당을 혁신할 방안을 제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3선·서울 양천을)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 8대 공약'을 제시했다. 김용태 의원은 △어깨 힘부터 빼자 △소통이 안 되면 고통이 온다 △현장에 답이 있다 △번역하겠다 △젊은 정치지망생을 위한 페어플레이 △현역~원외 공정 대결을 위한 페어플레이 △밀실에서 광장으로 △깨끗한 힘 등 8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기존 방식의 기자회견과는 달리 PPT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젊은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어깨 힘부터 빼자' 등 이날 제시된 공약들도 당대표실의 권위적인 소파를 빼고 국민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과 맞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번역하겠다'도 2030 청년 세대와 기성 세대 간의 통역사를 자임하는 내용이었다. 파격적인 캠프사무실 인테리어로 이름난 김용태 의원의 기존 이미지의 연장선상을 형성하는 공약들이다.

    그러면서도 전당대회 유권자인 원외당협위원장들을 겨냥한 '페어플레이' 등의 공약을 빼놓지 않았다. 전당대회에서 본격적으로 표 대결을 벌여보자는 의지로 읽혀졌다.

    김용태 의원은 2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이 조사해 22일 〈내일신문〉 등 복수 매체에 보도된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비박계 후보 3인 중 선두를 기록했다. 김용태(16.5%)~정병국(13.7%)~주호영(11.2%) 의원 순이었다. 이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정병국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정병국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5선·경기 여주양평)은 30분 뒤인 오전 11시 30분에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가 되면 중앙당이 가지고 있는 공천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병국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정청(黨政靑)이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하며 "완전히 새로운, 개혁적이고 수평적인 리더십이 선출돼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면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대권 후보 참석 △대선준비기획단 조기 발족 △민생개혁·정치개혁 동반 추진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이날 정병국 의원은 "새로운 집의 주춧돌은 튼튼한 안보"라며 "사드 배치마저도 정쟁거리로 삼는 야당에 온 몸으로 맞서서 반드시 대한민국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계파 청산과 포용적 혁신보수의 가치에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함께 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비박 대표주자'의 포지션에서 지지 세력의 외연 확장을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각자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지며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러한 비박계 대표 주자 간의 신경전 양상에 대해, 친박의 '총선 패배 책임론'에 이어 시정잡배스러운 행태인 '녹취록 공개 파문' 등으로 전당대회의 당권 경쟁 양상이 비박계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각개약진을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후보 등록에 이어 내달 3일 당대표 후보 컷오프가 시행될텐데, 컷오프 기준이 당대표 후보 5인으로 비교적 느슨하게 결정된 만큼, 컷오프를 통과해 정치적 입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뒤에 '단일화'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서청원 대표의 불출마에 따라 비박의 구심력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나왔던 것"이라며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 각개약진하고, 여기에 주호영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비박 대표주자'라는 지위가 어디로 향할지 아리송해졌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