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도 당협·지역위 지역구 단위마다 존재… '공정한 경쟁' 위해 양성화해야
  • ▲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이 지난 20일 본지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구당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이 지난 20일 본지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구당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구당 부활 등의 내용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의 국회 제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당권 레이스 과정에서 당대표 후보인 이주영 의원(5선·경남 마산합포), 최고위원 후보인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 등이 "지구당 부활"을 외치고 나선 가운데 추진되는 움직임이라 주목된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서는 정치권 안팎의 움직임이 동조 현상을 일으키면서 2004년 이른바 '오세훈 정치관계법' 도입에 따라 철폐됐던 지구당이 12년 만에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지적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선관위는 전국 253개 국회의원 지역구에 각 정당이 지구당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확정짓고 내달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은 중앙당과 광역시·도 단위에 시·도당만을 둘 수 있다. 국회의원 지역구 단위에 정당의 사무소를 두는 것은 불법이다.

    정치 현실은 새누리당이 당원협의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지역위원회라는 명칭으로 전국 국회의원 지역구 단위마다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2004년 정당법 개정 직후 '책임당원(권리당원)들의 자발적인 상향식 풀뿌리 모임'이라는 명분으로 구축됐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지구당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정당법에 따르면 당원협의회나 지역위원회는 사무소를 내는 것도, 후원금을 모으는 것도 불법이다. 정치 현실을 무시하고 정치관계법이 되레 불법·음성적인 활동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국회의원 지역구 단위마다 △당원 모집·교육 △지역 현안 파악·여론 수렴 △정당·정책 홍보 △주민 민원 전달 등을 위한 정당의 하부 조직이 필요한 게 사실인데, 무작정 손발을 묶어놓으니 각종 '연구소'나 '포럼' 등 다른 명칭으로 위장된 사실상의 '지구당'만 판을 치게 됐다는 비판이다.

  •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도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 지구당 부활을 약속한 바 있다. 사진은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주영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도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 지구당 부활을 약속한 바 있다. 사진은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주영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뿐만 아니라 지구당 폐지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의 공정성'을 해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해당 지역구의 현역 국회의원은 4년 동안 사무실을 내고 후원금을 모으며 민원을 청취하는 등 각종 활동을 아무런 제약 없이 펼칠 수 있는데, 그 경쟁자가 될 원외(院外) 당협·지역위원장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 '지구당 부활'의 내용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은 20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현행 정당법은) 모든 게 현역 의원 중심이고 원외위원장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며 "이것은 납득할 수도, 승복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또, "(지역구에서) A당을 지지한 사람이 51%라면 다른 정당을 지지했던 국민도 49%가 있는 것인데, 이들은 무시되고 있다"며 "헌법에 근거한 정당제가 존재하는 한 (지구당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구당 부활은 현역 국회의원의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어차피 음성적으로 다 존재하고 있는 지역구 단위의 당원협의회·지역위원회를 지구당으로 다시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관철되지 못한 것은 차기 총선에서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인 원외위원장을 약화시키려는 현역 국회의원의 의도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함진규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지구당을 부활하자는) 그런 법안을 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더라"며 "현역 의원의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사무실 하나 못 내게끔 하고, 그냥 날려버리고 싶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19대 국회에서 '지구당 부활'의 내용을 담은 정당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을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면서도 같은 공약을 내건 함진규 의원 외에도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주영 의원도 지난 11일 전국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구당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차기 지도부가 '지구당 부활'에 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질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중선관위에서 정당법 개정안이 제출되면 지구당 부활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