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원외위원장 신분, 공정한 경쟁 아냐… 지구당 부활시킬 것""전략공천, 사라질 용어… 지역 잘 알고 활동해온 사람 공천해야"
  •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였던 2008년 18대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던 현 여권(총 175석)은 이후 19대 총선(총 157석)과 20대 총선(총 122석)을 거치며 작황(作況)이 나날이 악화됐다. 특히 이번 4월 13일에 치러졌던 20대 총선에서는 그야말로 매서운 '심판'을 당했다.

    이렇듯 소속 정당의 여건이 악화되는 와중에서도 지역구에서 승승장구한 정치인이 있다.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이 그 주인공이다.

    오랫동안 야권의 텃밭이었던 경기 시흥에서 출마해 18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백원우 전 의원과 맞붙어 1226표차로 석패했으나, 19대 총선에서는 리턴매치를 벌여 202표차로 승리하면서 멋지게 설욕했다. 이후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5057표로 표차를 벌리며 압승을 거뒀다.

    당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정치적으로 무럭무럭 성장한 함진규 의원이 이제 그 자신 한몸의 정치적 성장을 넘어, 수렁에 빠진 당을 구하기 위해 8·9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실 나 말고도 훌륭한 선배들이 많아서 '나가라, 나가라' 했는데 다들 안 나간다고 하더라"며 "끙끙 거리고 있는 것보다는 내가 완벽하지는 않아도 지도부에 들어가서 뭔가 좀 다르게 해봐야겠다"고 겸양하는 모습을 보인 함진규 의원.

    가만히 계속 지역구에 머물며 밭만 잘 갈고 있어도 저절로 다음 총선에서는 3선 의원이 돼 국토교통위원장 같은 요직을 거머쥘 함진규 의원이 굳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지도부에 입성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뉴데일리〉 취재진은 20일 오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함진규 의원과 만나 최고위원이 되면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혁신'의 내용을 들어봤다.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이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이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현역 기득권 내려놓고 지구당 부활"… 19대 국회에서 대표발의

    새누리당 전국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가 열렸던 지난 11일. 8·9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여러 당권 주자들은 바쁜 일정을 쪼개 이 자리를 찾아 "지구당 부활" "상향식 공천 확립" 등의 각종 공약을 제시했다. 원외당협위원장들의 전당대회 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정작 이 자리에는 없었지만, 이 자리에서 나왔던 공약들을 먼저 묵묵히 실천으로 옮겼던 사람이 있다. 함진규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지구당 부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적이 있다.

    경기도의원을 두 차례 지내고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했던 함진규 의원이지만, 막상 18대 총선에 나섰다가 간발의 차로 낙선하고나니 말만 원외당협위원장일 뿐 무엇 하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함진규 의원은 "원외당협위원장을 4년 해보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던데, 이러고서 선거를 치르면 이게 공정한 경쟁이냐"며 "제도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승복의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는데, 이러니 납득을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예전의 '돈 먹는 하마' 식의 지구당을 부활시키자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양성화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역구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정당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하는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지금도 연구소나 포럼 등의 명의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음성적인 활동이다. 이를 양성화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활동범위를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러한 주장을 담은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도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된 이유는 뭘까.

    함진규 의원은 "현역 의원들은 (경쟁자들의 활동 공간을) 날려버리고 싶은 것"이라며 "헌법이 정한 정당제의 실체를 인정해야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위주로 가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 자신도 이제 현역 의원의 신분이다. 현역 의원은 지금도 지역구에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으니, 사실 지구당이 부활되더라도 '남 좋은 일'이다. 지역구에서는 잠재적 경쟁자에게 힘을 보태주는 꼴이다. 동료 의원들이 관심이 없을 법도 하다. '이제 당신도 현역 의원인데 뭣하러 경쟁자의 활동 공간을 만들어주느냐'는 핀잔이나 안 들으면 다행이다.

    그래도 함진규 의원의 소신은 여전하다. "상대방은 사무실 하나 차릴 수 없게 해놓고 뭘하자는 것이냐"며 "공정성이 담보되는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대 국회에서 초선(初選)의 평의원(平議員) 신분으로 관철하지 못했던 소신을, 이번 8·9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위원이 돼 지도부의 일원이 되면 반드시 관철해내겠다는 각오다.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이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이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한결같은 입장, 일관된 소신… "지역 잘 아는 사람이 지역민 대변해야"

    정당의 잡음은 공천으로부터 나온다. 공천을 두고 오간 정치인들 간의 적나라한 통화 내용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의 판세까지 뒤흔들어 놓을 정도다. 이번 전당대회로 선출될 지도부의 임기는 2018년 지방선거까지인데, 말많고 탈많은 공천 제도에 대해 함진규 의원은 어떤 소신을 갖고 있을까.

    함진규 의원은 "자의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선진 정치로 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납득'"이라고 강조했다.

    '자의적인 요소'란 전략공천을 가리키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함진규 의원은 "전략공천이라는 말 자체가 웃기는 말"이라며 "앞으로 없어질 용어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동네 이름도 모르고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지역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지역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을 봤느냐"며 "골목 이름도 모르면서 뭘 대변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순간 선연히 떠올랐다. 2014년 7·30 보궐선거 당시의 기억이.

    2014년 7·30 재보궐선거 당시 함진규 의원은 경기도당위원장이자 대변인으로서 김포와 평택을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당시 야당은 경기 김포에 야권의 대권 주자를 넘봤던 김두관 의원을 공천했다. 이에 대항하는 새누리당의 후보 홍철호 의원은 정치 신인이었다.

    하지만 함진규 의원은 "김두관 의원도 대단한 거물이지만 당시 내 생각으로는 지역민들이 아니라고 판단할 것 같았고, 홍철호 의원이 될 줄 알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두관 의원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지역을 모르는데, 숙지가 안 됐는데, 될 수가 없잖느냐"며 "그 분이 (김포를) 떠나지 않고 2년 동안 밭을 일구니 이번에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진규 의원은 2014년 당시에도 홍철호 의원의 지원 유세를 하면서 김두관 의원을 향해 "백지도에 김포 지역 12개 읍·면을 그려보라 하면 제 위치에 몇 개나 그릴 수 있겠느냐"며 "국회의원 하겠다는 사람이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정말로 궁금하다"고 꼬집었었다.

    정치적 소신이 분명하다보니 재작년에 한 말과 지금 한 말에 전혀 다름이 없고 논리적으로 일관돼 있는 것이다.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이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이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친박~비박 논란이 정치의 본질이냐"… 혁신적 시각에서 보니 '한심'

    이렇듯 정당민주주의와 민주적 공천 제도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비전을 가지고, 지도부에 입성하면 당장이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디테일한 혁신안을 가지고 있는 함진규 의원의 시각에서 보면, 최근의 '당권 레이스'가 돌아가는 꼴은 답답하기만 하다.

    함진규 의원은 "뭔가 좀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다른 형태로 가야지, 매일 친박~비박이 어떻고 하는 게 정치의 본질인지…"라며 "내 스스로 듣기에도 정말로 식상하다"고 혀를 찼다.

    이어 "친박이니 비박이니 이런 말들 자체가 국민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당원들도 그런 생각이라, 내가 볼 때에는 (전당대회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함진규 의원의 개탄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조간 신문을 펴거나 저녁에 메인 뉴스를 시청하면 하루가 멀다하고 친박~비박 양측 진영의 긴박한 움직임이 보도된다. 어제 어느 계파의 누구가 '단일화'를 배후에서 조율했다는 기사가 나가면, 오늘은 다른 계파에서 '대표 주자'로 아무개를 고려하고 있다는 식이다.

    이에 대해 함진규 의원은 이러한 '계파 프레임'으로 단일화를 하게 되면 전당대회에서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단일화'라는 건 야권이 많이 해왔던 것인데 '너와 내가 힘을 합쳐 내가 되자'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정치에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당선되기 위한 단일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당원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고 생각을 들으면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게 전당대회인데, 표를 얻기 위해 이합집산을 하면 되겠느냐"며 "그건 혁신이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이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이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최고위원 돼서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 낼까

    지리멸렬한 계파 싸움으로부터 거리를 둔 채, 시선을 전당대회 이후의 '국민 눈높이에 맞춘 혁신'에 맞추고 있는 함진규 의원. 최고위원으로 선출돼 지도부에 입성하면 어떤 역할을 맡으려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자신이 설명한 △지구당 부활 △자의적인 요소를 배제한 공정한 공천제도 확립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겠다"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갈 것이면 지도부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고 단언했다. 소신에 있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가 엿보였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의 시각으로만 보는 것을 밀어붙이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서 접하는 목소리를 최고위원회 내부에 전할 뜻도 내비쳤다.

    함진규 의원은 "역설적이지만 내가 아침이면 '진보' 신문부터 먼저 본다"며 "이들은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려 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지난 2006년 경기도의회에서 115석 거여(巨與)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를 할 때와 일관된 몸가짐이다.

    그는 "2006년 도의회 원내대표를 할 때에는 115명이 새누리당이었고 도지사도 김문수 지사였다"며 "도정(道政)의 의정과 행정 권력이 완전히 일치해 100%를 차지하니 역으로 아주 두려웠다"고 회고했다.

    여느 사람이라면 마음껏 의회 권력을 휘두를 꿈에 부풀어있을텐데, 그는 무엇이 두려웠을까. 함진규 의원은 "우리는 옳아서 한다고 하는데 정책적 실패라는 것도 있을 수 있지 않느냐"며 "적절하게 우리를 견제할 비판 세력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 그게 아주 두렵더라"고 토로했다.

    당시 총원 119석의 경기도의회 중에서 115석이 한나라당이었고, 야당 의석은 고작 4석이었다. 지역구에서는 전멸했고, 비례대표로 등원한 열우당 의원 2명, 민주당 의원 1명, 민노당 의원 1명이 전부였다.

    115석 한나라당의 경기도의회 원내대표였던 함진규 의원은 고작 4명의 야당 의원들에게 따로 직원도 배정해주고, 공간도 내줬으며 간판도 달아줬다. "도민들이나 상대 당이 볼 때는 어떻게 생각할지 알고 싶었다"며 "야권 4명의 의원들에 대해 격려하면서 건전한 비판 세력이 돼달라고 당부했다"는 게 함진규 의원의 설명이다.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이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함진규 의원(재선·경기 시흥갑)이 20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뉴데일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등원 1호 법안 '6·25 참전용사 예우법안'… 정통보수 정치인

    '건전한 비판'에 대해 귀를 열어놓는 것은 열어놓는 것이지만, 함진규 의원 본인은 보수적인 가치관이 확고하다. 가치관만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선대(先代)부터 내려오는 삶 자체가 보수의 가치 그 자체다.

    함진규 의원은 "우리 집안의 전통이 '군대에 안 가는 것은 없다'는 것"이라며 "군 복무는 우리 집안의 기본인데, 내가 딸만 둘이서 아들이 없어 군대에 못 보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영국의 왕자들은 자원해서 군대에 가는데,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은 조사하면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이) 숱하게 많을 것"이라며 "미국은 60~70년 지난 유해도 발굴해 성조기를 덮은 뒤 오바마 대통령이 공항에서 영접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전쟁이 나면 누가 나서겠는가"라고 개탄했다.

    나아가 "내가 최고위원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오바마 대통령처럼 참전용사 유해를 맞이하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며 "6·25 참전용사 예우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의원으로 등원한 뒤 1호 법안으로 발의했던 것도 그 때문"이라고 '진정한 보수 정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