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부진 몸매. 배우 공유(37)를 외적인 모습으로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지만 이런 비주얼만으로 그의 존재감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2001년 데뷔해 어느덧 15년차가 된 공유는 드라마, 멜로, 액션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지닌 배우로 성장했다. 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그가 영화 '부산행'을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솔직 담백했고, 즐거운 대화를 이끄는 재치가 넘쳤으며, 자신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한 애정과 확신이 있었다.

    #처음 #캐스팅 #연상호 감독

    20일 개봉하는 영화 '부산행'은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다. 그간 '돼지의 왕', '사이비' 등의 애니메이션을 선보인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다. 단순히 쫓고 쫓기는 좀비영화가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려낸 점에서 보는 이들의 공감과 함께 각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보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처음 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요.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생소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룬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다수를 위해 상업적으로 쓰여진 기획 자체가 흥미로웠죠.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던 연상호 감독님의 대한 기대와 어떤 영화가 나올지 호기심이 있었어요. 가장 먼저 캐스팅됐는데, 고마웠어요. 순제작비 85억의 큰 작품에 불러준다는 것은 그래도 상업적으로 믿어주는 거니까요. 감사함과 동시에 부담감이 생기는 영화에요."

  • #칸영화제 #시사회 #설렘

    '부산행'은 제 69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섹션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며 전 세계 외신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해외 유력 매체들은 연상호 감독의 속도감 있는 연출력과 압도적인 미장센, 이야기가 지닌 강한 힘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부산행' 시사 이후 "역대 칸국제영화제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일본과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전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독일, 남미 등 총 156개 국가에서 금액 250만 불(한화 약 30억 이상)의 선판매를 기록했다.

    "칸에서 영화를 처음 봤고 언론시사회 때 한 번 더 봤는데, 칸과 한국에서의 반응이 차이가 나 보는 시각이 달랐던 것 같아요. 큰 규모의 영화제에서 저를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들 틈에 받수를 받으니 흥분됐어요. 쿵쾅거리고 칸의 기운 때문인지 기분이 더 업됐죠. 어떻게 보면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환호에 취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국내 언론시사회 때 더 긴장했어요. 개봉 후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지만 시사 반응이 좋아서 일단 한시름 덜었어요."

    #석우 #김수안 #부성애

    '부산행'에서 공유는 가족보다 일이 더 우선이었던 펀드매니저 '석우' 역을 맡아 아비규환이 된 열차 안에서 절제된 액션과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성애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공유의 딸 '수안' 역으로 출연하는 아역배우 김수안은 만 10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성숙한 감정 연기를 펼친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의 초기단계에 '석우'의 딸이 아닌 아들로 구상했는데, 김수안과 미팅을 가진 후 설정을 바꾸고 시나리오를 수정할 정도로 애정을 가졌다.

    "이전에 아버지 캐릭터를 연기한 적은 있었지만 '부산행'처럼 집중적으로 '부성애'를 내세운 작품은 처음이에요. 스스로 아버지 역할을 잘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수안이가 유연하고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 믿고 따라갔어요.(웃음) 또래에 비해 작고 가벼운 수안이를 안고 좁은 기차 안과 자갈 밭에서 뛰는 게 쉽지 않았어요. 혹시 다치지 않을까 하는 심적인 부담이 컸거든요. 극중 '석우'는 무심한듯 보이지만 본능적으로 부성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아버지가 어디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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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좀비 #액션

연상호 감독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감염자들의 비주얼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곽태용 특수분장 감독, 박재인 안무가와 함께 철저한 분석과 회의를 거듭하며 고심했다. 이에 100여 명이 넘는 감염자들을 제각각 다른 비주얼로 디자인해 한국 영화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켰다. 이형덕 촬영감독은 LED 후면 영사 기술을 최초 도입해 열차 안 한정적인 공간 장면의 속도감과 현장감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또, 허명행 무술감독은 공유와 마동석의 찰떡 케미를 이끌어내며 빠른 호흡으로 전개되는 새로운 액션을 담아냈다.

"좀비 영화를 재미있게 보지만 찾아서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감염자를 연기한 분들이 리얼하게 정말 잘했어요. 현장에서 그들의 몰입은 어마어마했죠.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연기하기 때문에 감독의 '컷'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였거든요. 연기인 줄 알면서도 바보처럼 겁냈어요. 도망가는 장면에서 실제로 무서워하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어요.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열차 안에서 네 칸을 더 가야 하는 액션신이었어요. 그때가 가장 더웠는데, 찜통 같은 좁은 열차 안에서 배우들과 감염자들이 함께 촬영하는 게 쉽지 않았죠. 감염자들이 몸이 꺾이는 움직임이 많아 액션을 받기가 어려웠어요."

  • #정유미 #전도연 #송강호

    2001년 '학교4'를 통해 데뷔한 공유는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 '어느 멋진 날', '커피프린스 1호점, '빅', 영화 '김종욱 찾기'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로코킹'의 자리를 구축했다. 공유에게 더 이상 새로운 얼굴을 기대하는 건 힘들다고 속단했을 때 그는 영화 '도가니'를 통해 관객들의 편견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배우의 얼굴을 보여준 그는 이후 '용의자', '남과 여'를 통해 더욱 확장된 연기를 선보였으며, 9월 개봉 예정인 '밀정'에서는 1920년대 말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에 녹아든다.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정유미라는 배우가 좋아요. 그가 갖고 있는 독보적인 아우라가 부럽거든요. '도가니'에서 밀접한 관계를 연기하진 않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배우와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정유미가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놀랐어요. 모든 사람들이 저만 아는 매력을 다 알아버릴까봐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사심이고 욕심이지만 왠지 제 것을 뺏기는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요."

    "평소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로 전도연, 송강호 선배를 꼽았는데 올해 다 이뤄져서 복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배웠고, 스스로 깨지는 순간도 많이 느꼈어요. 상업적인 로맨틱 코미디보다는 '블루 발렌타인'이나 '우리도 사랑일까' 같은 사랑에 대한 고민과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가 좋아요. 전도연 선배와 호흡을 맞춘 '남과 여'도 그런 결의 작품이라서 마음에 들었어요."

  • [사진=NEW, 숲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