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사는 경쟁 열외…질 낮은 수업 듣는 학생들만 '피로감' 쌓여
  • ▲ 더 나은 미래 포럼은 7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교육산업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 교육 혁신을 바란다면 산업의 관점에서 봐라’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더 나은 미래 포럼은 7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교육산업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 교육 혁신을 바란다면 산업의 관점에서 봐라’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학교의 주인은 누굴까? 대부분의 사람은 '학생'이라고 하겠지만 아니다. 학교의 주인은 '재단'이다. 학생은 학교의 '소비자'로 재단보다 더 큰 권리를 갖고 있다. 학부모는 학생의 법적 대리인이므로 학교에 '소비자 권한 내에서 큰 소리'를 쳐도 된다.

    '더 나은 미래 포럼'은 7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교육산업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 교육 혁신을 바란다면 산업의 관점에서 봐라’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교육 소비자'의 권리를 강조한 내용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발제를 맡고 신현종 송산학원 이사장, 김영삼 씨가 학부모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자들은 한국 교육의 문제점으로, 정부 주도형 교육으로 인한 ‘폐쇄성’과 ‘획일성’을 꼽으며, 교육 시장도 산업의 하나로 보고 점진적인 ‘개방’을 통해 교육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혀줘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축사를 맡은 송재형 서울시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은 “고등학교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며 “대한민국 교육을 개방해 세계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개혁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대한민국 교육 시장을 개방해 '경쟁력'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대한민국 교육 시장을 개방해 '경쟁력'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발제자로 나선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천편인률적인 공교육은 '전체주의'와 비슷하다고 지적하면서, 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교육현장을 보면 한마디로 말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교육을 경제, 산업과 연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승노 부원장은 “경제적인 사고 방식을 교육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학생들을 어떻게 잘 가르칠까', '어떻게 적은 비용으로 높은 학습효과를 낼까' 고민하는 게 경제적 사고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공교육 문제는 정부가 전적으로 주도하는 정책의 실패 사례"라며 "수요자의 선택을 막아 놓은 일방적 배급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인 교육 개혁이 진행되지 않는 이유가 교육부, 교육청, 학교 교직원, 노조 등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거대한 이익 집단이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공급자 위주의 교육 시스템이 아닌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 이날 토론회에는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발제를 맡고(왼쪽 두번째) 신현종 송산학원 이사장(맨 왼쪽), 김영삼 학부모가 토론자(왼쪽 세번째)로 나섰다.
    ▲ 이날 토론회에는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발제를 맡고(왼쪽 두번째) 신현종 송산학원 이사장(맨 왼쪽), 김영삼 학부모가 토론자(왼쪽 세번째)로 나섰다.


    최승노 부원장 설명에 따르면 가장 문제는 교육의 핵심 부처인 교육부가 거대한 예산과 모든 교육을 통제한다는 점이었다. 

    최승노 부원장은 "의무교육이라는 말이 공공재를 뜻하진 않는다"고 지적하고, "운전자 보험 가입이 의무지만 민간 보험사에 맡기듯,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이지 모든 교육을 통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교육 관료들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정부가 철저히 통제 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는 국가 윤리적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그 결과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잠을 잔다거나 오히려 집중을 하지 못하고 헛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런 학습 습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최승노 부원장은 "이는 결국 과외수업으로 이어지며, 아이들은 학교와 과외의 이중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피곤감이 체질화되고 있다“면서 "그 피해는 학부모와 학생, 즉 교육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중·고를 막론하고 다 경쟁력이 없다"며 "세계가 지식 산업으로 가는 상황에서 초·중·고, 대학교에서 추구하는 교육이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탄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그러면서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는 산업을 발전이 없다"며 "학교를 선택하고, 학교는 학생을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학교 간의 경쟁이 없다 보니 학생에게만 경쟁을 부담시킨다"며 "학생의 경쟁을 덜어주려면 학교 간의 경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사가 학생을 효율적으로 가르치면 학생들이 공부에 들이는 노력이 줄고, 그만큼 피로도가 줄어든다는 뜻이었다. 

    그는 “학교간 조직경쟁의 회복이 혁신의 길”이라며 “학교가 경쟁하면서 실패의 노하우가 학교 지적 노하우를 만들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이끈다"고 주장했다. 

    최승노 부원장은 "철저한 개방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지역의 공립 학교는 교육청이 교육 방식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사립학교는 지역과 무관하게 스스로 교육 프로그램을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 ▲ 송산학원 신현종 이사장.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송산학원 신현종 이사장.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신현종 송산학원 이사장은 마포구 서강로에 위치한 '서울 디자인 고등학교'를 직접 꾸려가며 느꼈던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과 자신이 생각하는 해법을 소개했다. 

    신현종 이사장은 "교육은 산업으로 봐야지 조선 말기 서당처럼 운영되선 안 된다"며 "효율과 경제라는 관점에서 학교를 들여다보니 허술한 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신현종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시장경제 시스템이지만 학교는 정부 주도의 사회주의식 계획 경제 같은 효율성이 없는 곳이었다"면서 "효율성이 없으면 결국 외부와의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현종 이사장은 대한민국이 좋은 교육 조건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되레 수많은 학생들을 유학보내는 현실을 지적하며 ‘효율성’을 등한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유학비가 비싸고 안전이 취약해 유학지로는 적합하지 않고, 일본도 지진, 방사능 등 재해와 전체주의 색깔로 좋은 유학지는 아니다”고 평가하며 “동아시아 교육 인프라를 보면 한국이 가장 좋은데도 유학으로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문제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현종 이사장은 "미국, 일본, 중국 등 각국 사람들이 들어오면 북한도 마음대로 핵을 쏘지 못할 수 있다“며 "학교 사업이 안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철저한 '효율성'을 목표로 '동도공업고등학교'라는 사립학교를 '서울디자인고등학교'로 변경하는 등 개혁을 시도한 결과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신현종 이사장은 우선 교육 소비자가 선택하고 싶은 학교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서울디자인고등학교’를 만들게 됐던 일화를 공개했다. 

    당시 교육청에서는 신현종 이사장에게 조선소에 필요한 용접과 같은 것을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그는 ‘디자인 학교’를 고집했다고 한다. 교육청의 제안은 교육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학과였기 때문이다.

    신현종 이사장은 학교를 '디자인 중심'으로 바꾼 뒤 젊은 교사를 영입해 교사가 경쟁할 수 있도록 하고 ‘푸드 스타일 디자인과' 등 전문화 고교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과목 신설에 노력했다고 한다.

    신 이사장은 “지금은 아이들이 좋아서 다니는 학교가 돼가고 있다”며 “학생 수준에 맞는 학습을 하다보니 흡연과 학교 폭력도 사라졌다”고 자랑했다. 

    그는 “교육청이 학교에 인사권과 자율권을 주고 잘하는 학교와 교사가 칭찬받는 문화를 만들어주면 학교는 자연스레 바뀔 것”이라고 제언했다.
     

  • ▲ 송산학원 신현종 이사장.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날 교육 소비자 대표로 나온 학부모 김영삼 씨는 자녀를 키우며 피부로 느낀 교육 현실을 전했다. 그는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의 도입과 '교권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삼 씨는 "(외국의) 다른 교육방식 중 하나가 학생 선발권을 학교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노력하며, 그 평가 방식의 다양성과 공정성이 보장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삼 씨는 "외국은 학생을 평가할 때 점수만 매기는 절대 평가가 아니라 아이들의 학업 향상도를 기준으로 평가를 한다"며 "이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한국은 몇 분 안에 윗몸 일으키기 몇 번을 해야 한다는 기준을 놓고 평가하지만, 외국은 아이들이 윗몸 일으키기 횟수를 늘려나가면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 수업을 보면 오후 3시 정도에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학교 숙제를 하게 된다"면서 "초등학교는 복습 위주로, 고등부는 발표 및 토론을 통해 자기 학습적 사고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삼 씨는 "외국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과정을 통해 자율적 학습 태도를 배우게 되는 반면 한국 교육은 스스로 학습하는 교육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삼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의 목적이 대학이 되고, 쉬운 수능으로 시험 당일날 실수 안하는 연습 중심의 공부를 시킨다"면서 "중학교 때 특정 분야에 잘했던 친구들이 일반고로 가면서 혼란을 느껴 결국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유학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삼 씨는 "지나치게 긴 수업시간도 모자라 학교 선생님들은 대부분 학생들이 학원 수업을 통해 선행학습을 해왔을 것으로 생각하고 변별력을 이유로 시험까지 어렵게 내고 있다"며 "결국 다수의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는 눈높이 수업이 없다"며 "못하는 학생과 잘하는 학생 모두 수업 의욕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삼 씨는 "수능이라는 대학입학시험 단 한번으로 아이들의 인생이 바뀌는 것은 잔혹하다"며 "1년에 4번 정도 시험을 치르게 해서 아이들의 향상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김영삼 씨는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 대해 불신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교사들의 교권 하락은 지나친 업무 때문에 생겼다"며 "생활기록부부터 시작해서 봉사시간, 경시대회, 독서기록까지 잔무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결국 학생 자기소개서까지 써주는 학원까지 생기는 추세"라며 "이제는 스승의 날에 교사보다 학원 선생님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탄했다. 

    김영삼 씨는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신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모두 교육 또한 하나의 산업으로 공급자 간의 경쟁, 관리감독을 하는 부처의 적은 간섭과 제재가 '공교육'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