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도 멸종 위기종 3분의 1 폐사‥서울시 "개선 위해 매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만
  •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흰코뿔소가 먹이를 먹고 있다. 흰코뿔소는 국제적으로 멸종 위협을 받는 멸종 위기종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흰코뿔소가 먹이를 먹고 있다. 흰코뿔소는 국제적으로 멸종 위협을 받는 멸종 위기종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서울동물원에서 2015년부터 현재까지 폐사한 동물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국제멸종위기종인 것으로 드러났다.

    폐사된 멸종위기종의 사인이 부상·질병으로 알려지며 서울동물원과 이를 관리하는 서울시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공원에서 발생했던 인명사고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 '조선일보'는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2015년 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서울대공원 산하 서울동물원에서 폐사한 동물이 모두 286마리였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46%에 이르는 132마리는 국제멸종위기종(CITES)이었다고 한다. 폐사한 멸종위기 동물 132마리 가운데 그나마 '늙어서' 죽은 동물은 12마리(9%)뿐이었다고 한다. 노령으로 죽은 동물 가운데 자연사로 분류된 동물은 말레이곰 1마리와 검둥이 원숭이 수컷 1마리 뿐이었다. 

    '조선일보'는 죽은 동물 대부분의 사인이 '투쟁으로 인한 외상', '야생동물에 의한 피식', '세균감염'. '뇌출혈'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보도가 나오자 서울시는 같은 날 "동물이 폐사한 경우 노령이라 하더라도 직접적인 사인을 명시하고 있어 실제 노령으로 폐사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령 폐사 비율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2015년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동물원 폐사율이 1%것에 비해 서울동물원의 폐사율은 5.4%로 약 5배 정도 많다"고 보도한 데 대해서도 서울시는 "대만·일본 등 해외 동물원에 비해 양호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해외 동물원의 경우 대만 타이페이 6.2%, 일본 우에노 18.8%, 일본 다마 12.3% 를 차지하고 있다"며 "5.4% 폐사율은 타 동물원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주장처럼 대만과 일본의 몇몇 동물원이 서울동물원보다 높은 폐사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폐사율이 높은 일부 동물원만을 사례로 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 박원순 서울 시장. ⓒ뉴데일리 DB
    ▲ 박원순 서울 시장. ⓒ뉴데일리 DB

    울시는 "서울동물원의 낙후된 시설과 인력, 예산 부족 탓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육 시설 개선과 인력 확충에 매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2015년도 서울대공원의 조직을 개편해 수의사 등 전문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동물원 규모에 비해 수의사 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에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 서울동물원이 사육하는 동물은 총 3,063마리지만 이를 관리하는 수의사는 12명 뿐이라고 한다. 그나마도 행정 관리직 수의사를 빼면 진료·병리 방역 업무를 담당하는 수의사는 6명에 그쳤다. 수의사 1명이 동물 510마리씩을 맡아 진료 관리를 하는 셈이다. 

    본지가 서울동물원 측에 문의한 결과 1년 예산은 307억 5,100만 원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사육시설 개선이나 수의사 인건비 등 세부적인 재정 사항에 대한 내용은 답변을 듣지 못했다.

    '조선일보'의 보도에도 서울시와 서울동물원 측이 구체적인 사실은 공개하지 않고 "잘 하고 있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해명과 반박만 내놓자, 새로 취임한 서울대공원장과 서울동물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간의 '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3년 12월 서울대공원에서는 호랑이가 사육사를 공격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서울대공원 원장은 '인디밴드' 출신의 '공연기획자'였던 안영노 씨였다. 안 씨는 '박원순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받던 인사였다.

    안영노 씨는 2015년 3월 서울대공원 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서울대공원 원장은 송천헌 씨가 맡고 있다. 송 씨는 유한킴벌리 경영지원부문 부사장 출신이었다.

    서울동물원 책임자도 2015년 12월 바뀌었다. 2016년 취임한 이기섭(54) 씨는 '한국물새네트워크'와 '두루미 네트워크' 대표로 활동했던, 철새보호운동가 출신이다. 이기섭 씨의 취임은 동물원 내 수의사 출신이 원장이 되는 기존의 관행을 깬 이례적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기섭 원장 취임 이후 서울동물원이 과거에 비해 안전해지고 좋아졌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등이 공개한 정보에서도 관련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 2015년 능동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에서 한 사육사가 맹수 방사장에 들어갔다 사자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2015년 능동 어린이 대공원 동물원에서 한 사육사가 맹수 방사장에 들어갔다 사자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서울시 관할 동물원에서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여러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2012년에는 서울동물원에서 멸종위기 동물이 64마리나 폐사했다.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간염, 담낭염으로 폐사했고, 우리를 탈출하려던 멸종위기종 흰 코뿔소는 사육사가 내실로 유도하려고 쏜 물대포에 맞아 쇼크사로 죽었다.

    2013년에는 26년 동안 곤충관에서 일하던 곤충 전문가가 갑자기 보직이 바뀌면서 맹수 사육사로 자리를 옮긴 뒤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 비좁은 여우 우리에 갇혀 있던 호랑이는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이었고, 사육사가 뒷모습을 보이자 달려든 것이었다. 당시 서울동물원의 변명은 '인력 부족 탓'이었다.

    2015년에는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혼자 방사장에 들어갔던 사육사가 사자에 물려 숨졌다. 동료 사육사가 휴가를 간 탓에 혼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사자 우리에 들어간 것이었다. 이때도 서울시 측은 예산과 인력 부족을 문제로 꼽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남방 돌고래 '제돌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데 필요한 비용 8억 7,000만 원을 시에서 부담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서울시는 남아 있는 동물들과 이들을 보살필 수 있는 수의사 인력 확충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가 '제돌이 방사'와 같이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꺼리'에만 관심을 가질 경우 앞으로도 서울동물원에서는 멸종위기종 폐사와 사육사 인명 사고가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