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정조(情操)에 대한 의식 사라지다.
     
    박선화 기자  /뉴포커스
     

  • ▲ 조용한 곳에서 우산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북한의 남녀 / 동아일보 DB
    ▲ 조용한 곳에서 우산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북한의 남녀 / 동아일보 DB


    북한에서 결혼식을 많이 치르는 시기는 2월과 가을이다. 봄, 여름은 보릿고개를 앞둔 시기라 결혼식을 치르지 않는다. 양력 2월은 음력으로 새해 첫 달이라는 의미를 담아 결혼식을 올리는 주민들이 많다. 북한결혼식은 신랑이 신붓집에서 큰 상을 받고, 신부를 데려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사람들은 신부를 가리 켜 '새색시'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순결하고 깨끗한 마음과 몸가짐을 가진 여성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결혼 전 순결을 사회적 문화로 강조한다. 그런데 남한 정착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결혼 전 여성의 정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결혼 전 순결은 지나간 옛말이라고 덧붙혀 말했다.

    2015년 7월 남한에 정착한 혜산 출신 유 씨는 "지금은 결혼 상대를 선택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돈이며, 다음은 속궁합(성관계)이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돈이 많으면 토대(출신 성분)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남녀의 성관계다. 지금은 결혼 전 남녀의 성 경험에 대해 많이 이해하는 추세다."고 증언했다.

    결혼 전 남녀가 체험하는 성생활을 가리켜 북한 주민들은 '속 잔치'혹은 '속궁합'이라 부른다. 예전에는 결혼도 하지 않은 남자가 처녀의 집으로 자주 드나드는 모습은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었다. 결혼도 안 했는데 남자가 드나들면 손해 보는 것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예전에 사귀던 남자가 있던 처녀 집에 중매가 들어오면 사람들은 하필 여자가 없어 ‘속 잔치'까지 치른 여자를 소개하냐고 훼방을 놓았다. 지금은 결혼 전 성관계를 통해 서로의 좋은 감정도 경험하고 결혼하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자가 가진 경제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부부금술을 알아보려면 결혼 전 성관계도 미리 가져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탈북민 김 씨는 "지금은 결혼 전 성관계를 허물로 보지 않는다. 과거에 만났던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대부분 이해하는 추세다. 과거를 들추며 트집을 잡는 것은 한 세기 떨어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취급한다."고 전했다

    "다른 상대를 만나도 남자관계가 없는 여성을 만나기는 힘들다. 결혼 전에는 누구나 다 겪어보는 연애 시기가 있다. 서로가 사랑하면 자연스럽게 성관계도 하게 되는데 그런 과거까지 흠잡으면 결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노인들은 결혼 전 성관계에 대해 아직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신다. 하지만 지금 세대들은 중국을 통한 자본주의 문화를 접하면서 결혼 전 순결에 대한 조건 없는 의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정조에 대한 봉건적 의식에서 변화되어가는 북한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