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갈등 속 총선 결과 참패, 후끈한 야권 대선 레이스 비해 축축 처지는 여권 잠룡들
  • 새누리당 친박계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UN사무총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친박계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UN사무총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대망론'의 주인공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최근 여당 비주류 의원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반기문 대망론'을 불지폈던 주류 친박계가 최근 당권 나누기에 정신이 팔린 사이, 오히려 일부 비주류 의원들은 자신의 '대권 존재감 드러내기'에 반 총장을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당초 지난 총선에서 크게 이길 것으로 예측됐지만, 되레 122석으로 크게 패하면서 많은 대선 후보들이 주저앉았다.

    수도권 총선 판세를 견인하려 종로에 나섰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세균 국회의장에 패했고, 수도권에서 정치기반을 닦아온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고향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지만 김부겸 의원을 이기지 못하고 원내로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원내로 들어온 비박계 대권 주자도 처지는 비슷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비록 6선에 성공했지만, 대패한 총선의 책임을 지고 잔뜩 몸을 낮춘 상태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역시 4선에는 성공했지만 '일괄 복당' 파동 속에 화려하게 복귀하지 못했다.

    야권이 안철수·문재인·안희정·김부겸 등 다수의 대권 후보를 여론 앞에 내놓고 대권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과 달리 여당인 새누리당이 축축 처지는 분위기에서 갈등만 계속되는 이유가 뚜렷한 대권 후보가 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선 분위기를 연출할 '땔감'인 대권 후보들이 죄다 당 분열과 총선을 거치면서 젖어버려 다시 불을 붙일 '번개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박계는 '번개탄' 역할을 해줄 사람이 반기문 UN사무총장이라 보는 듯 하다. 확실한 친박계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반 총장이 대권 후보 경선에 참여하면 나머지 후보도 같이 불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그 편이 반기문 총장에게도 결과적으로 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비박계 의원들은 유력 친박 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UN사무총장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지난 9일 〈썰전〉에 출연해 "새누리당은 지난 4.13 총선 참패 이후 무기력증과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며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반기문 총장의 6일간의 한국 방문이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역시 지난달 31일 "반기문 총장이 임기 이후 대선 출마는 자유"라고 했다.

    최근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김용태 의원은 아예 출마선언문에서 "반기문 총장만 보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대선후보 조기 경선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김용태 의원은 30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서는 "경선을 치러야 하는 것은 민주정당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추대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계속 러브콜을 보내면서 군불을 때고 있지만,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임기는 6개월 뒤인 내년 1월 1일에 종료된다. 반기문 총장이 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그 이후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