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격론 끝에 대표직 사퇴…일부 최고위원 동반 사퇴로 지도부 공백 초래
  •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29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29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을 둘러싼 20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이 결국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의 사퇴로 일단락 지어졌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가 이번에 사태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의 정치적 슬로건인 '새 정치'가 훼손되는 등 내년 대권행보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대표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퇴 이유로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저희 두 사람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직을 사퇴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당과 정권교체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두 공동대표의 사퇴까지 지도부 간 의견이 갈리면서 진통을 이어갔다. 

    안철수 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 지겠다"며 대표직 사퇴를 시사한 이후, 이날 최고위원회를 거쳐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기까지 2시간 반이 더 걸렸다. 

    당초 9시로 예정됐던 공개 최고위는 비공개 사전 회의로 1시간가량 지연됐다. 

    비공개회의에서도 안철수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당 대표 사퇴 입장을 피력한 반면, 지도부 대부분은 "안철수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이를 강력하게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시경 공개 최고위가 열렸으나 천정배 대표의 대국민 사과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 안철수 대표의 "제 입장에 대해서는 추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고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는 짧은 언급과 함께 회의는 재차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후 한 시간 반 가까운 격론이 이어졌고 두 공동대표가 사퇴를 선언했다. 상임위에 참석했던 의원들이 돌아오는 동안 박지원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먼저 나서면서 사퇴 만류가 불발에 그친 것 아닌가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두 공동대표의 사퇴 기자회견 이후 박지원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최고의원들이 거의 전원 만류했지만, 결국 누군가는 책임져야 된다는 그러한 책임정치의 모습을 위해서 두 대표가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9일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 이후 회의실을 나와 걸어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9일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 이후 회의실을 나와 걸어가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결과적으로 이번 리베이트 파동은 안철수 대표의 대권행보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지도부의 리더십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리베이트 의혹이 발단하던 날 안철수 대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부인부터 했다가 역풍을 맞고 나서야 "송구스럽다"며 자세를 낮췄다. 

    당 차원에서 출범한 진상조사단은 당사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리베이트는 없다'며 성급한 무죄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안철수 대표가 목표로 했던 3당 실험에 대한 중간평가를 받기도 전에 사퇴하면서 정면돌파가 아닌 '철수(撤收) 정치'를 택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부의장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 중간에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대표의 사퇴에 반대했다"면서 "책임 문제는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 지금은 수습이 목적이지 현실 도피해선 안 된다는 게 제 입장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안철수·천정배 두 공동대표와 함께 일부 최고위원들도 동반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당 지도부는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고위를 소집해서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 비대위 체제로 될 것인가라는 것은 아직 속단하기에는 어렵다"며 "가능하면 오늘 저녁에라도 최고회의를 열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