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체제, 당-대권 분리에는 "진정성이 문제지, 제도는 문제 안 돼"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국민의당 파동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국민의당 파동에 "우리 당은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당을 비난하기 보다 자당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의 발언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최근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새누리당은 지금 국민의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PBC라디오 〈열린 아침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를 거울에 비춰보고, 어디가 흐트러져 있는지 그걸 살펴서 그걸 바로잡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진로와 방향, 혁신을 모두 새로 모색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오만과 교만을 그만두고 어느 순간부터 실종된 국민을 찾지 않으면 영원히 사랑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새누리당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정치는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생전에 늘 말씀하셨던 섬기는 리더와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을 33년 지켜봤던 경험과 경륜으로 국회 모습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언급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친인척 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새누리당 박명재 신임 사무총장은 취임하면서 "새누리당도 솔선 수범의 자정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박인숙 의원이 '동서와 사촌언니의 아들'을 채용한 사실을 이실직고 하기도 했다. 이정현 의원의 발언 역시 이런 당 내 분위기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부터 당 대표 출마를 공언했던 이 의원은 계파주의를 청산하기 위해 당 대표 선거에 모두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가 통합과 화합의 중심에 서려면 후보군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적어질수록 계파 전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김용태 의원의 '친박 세력이 당내 혁신 흐름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는 발언에 대해 "저는 절대로 다른 후보, 다른 정당에 대해 비방하거나 멘트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누구는 된다 안 된다고 하는 계파나 패권에 앞장서는 사람이 당 대표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같은 친박계인 최경환 의원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댔다. "판단은 유권자나 당원들, 그리고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저는 단일화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 (다른 후보들이) 단일화를 하든 말든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의 '진정성' 마케팅은 전당대회 규정에서도 계속됐다. 당권-대권 분리 규정, 단일지도체제-집단지도체제 같은 제도보다 일관성을 갖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도 때문에 안된다고 하는 것은 국가 잔고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어떤 정책이든 시스템이든 장단점은 다 있기 마련이지만, 갈팡질팡·오락가락하는 것은 국민의 불신을 자아낸다"고 꼬집었다.

    이정현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사지(死地)라 불리는 호남에서 3선에 성공하며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원만한 당·청 관계를 형성을 강점으로 삼아 새누리당의 오는 8.9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중이다.

    비박계에서는 정병국 의원과 김용태 의원이, 새누리당에서는 원유철, 이주영, 홍문종 의원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최경환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