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현실 담은 다큐 '태양 아래', 자막·내레이션 입혀 재상영배우 김희애 친언니 김희영 아나 참여..'친절한 해설판' 7월 14일 개봉
  • 영화 '태양 아래' 스틸 컷.  ⓒ 네이버 영화
    ▲ 영화 '태양 아래' 스틸 컷. ⓒ 네이버 영화


    북한의 반발로 러시아 내에서 상영금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영화 '태양 아래'가 최근 러시아 상영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태양 아래'의 수입사 에이리스트엔터테인먼트 허은도 대표는 28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비탈리 만스키 감독으로부터 서류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현지 극장에서 틀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상영을 위한 기본적인 요건은 갖춰진 셈"이라고 밝혔다.

    허은도 대표는 "그동안 러시아에서 상영을 금지했다기보다는 북한과의 마찰을 우려해 심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며 "러시아에도 깨어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번 심의 통과를 계기로 어떤 식으로든 상영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그동안 여러분들이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보다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태양 아래'의 재상영을 추진 중에 있다"며 "내달부터 다시 극장에서 관람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 개봉, 3만여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태양 아래'는 일부분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7월 14일부터 국내에 재개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는 "'태양 아래'는 영화 매니아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일반인 모두가 봐야 하는 영화인데, 다큐적인 요소로 인해 다소 지루하고 어렵다는 평이 많았다"며 "이에 따라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막과 내레이션을 새로 입힌 '해설판'을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허 대표는 "이번 해설판에는 자막이나 내레이션 외에도 편집 중 빠졌던 몇몇 장면들을 보강했고, 외국인 관객 분들을 위해 영어 자막판도 새롭게 만들어 상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번 내레이션 작업에는 배우 김희애씨의 친언니인 김희영 아나운서가 도움을 주셨다"며 "김 아나운서는 일명 '통일MC'로, 대북 방송 분야에선 최고의 MC로 통하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에이리스트엔터테인먼트 허은도 대표와의 일문일답.

    - 배우 김희애씨의 언니 분께서 영화 '태양 아래' 내레이션을 맡은 게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소개로 이번 녹음 작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김희영 아나운서는 일명 '통일MC'로, 대북 방송 분야에선 최고의 MC로 통하는 분입니다.

    - 녹음 작업은 다 완료됐나요?

    ▲다 끝났습니다.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국내 개봉 날짜는 7월 14일로 확정이 됐습니다. 미국에선 7월 6일에 개봉될 예정이고요.

    - 내레이션 외에 추가로 보강된 부분은 없나요?

    ▲많이 보완됐습니다. 편집 중 빠졌던 몇몇 장면들도 추가로 넣었고요. 한글 자막 뿐 아니라 영어 자막까지 삽입한 버전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앞서 외국 분들이 '태양 아래'를 보러 극장에 오실 때 당연히 '영어 자막'이 있는 줄 알고 오시더라고요. 따라서 명보극장 등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일부 극장에선 영어 자막이 나오는 특별판을 상영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원래 다큐에선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데요. '태양 아래'는 영화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가 아니라, 일반인들 모두가 봐야 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지루하다거나 어렵다는 관객 반응을 적극 수용해 대폭적인 보완 작업을 거쳤습니다. 바로 우리가 당면한 문제인데, 우리가 이런 현실을 몰라서야 말이 됩니까?

    - 이번 '해설판'에선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가미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평양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는 장면이 있는데요. 유독 표정들이 어둡게 나왔죠. 사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이날 북한에서 자신들도 지하철을 잘 운영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장장 8시간 동안 시민들을 계속 돌려가며 촬영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지친거죠. 가뜩이나 표정들이 경직된 편인데, 그렇게 고생을 했으니 다들 어두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요. 이밖에도 몇가지 공개되지 않았던 촬영 비화들을 내레이션과 자막 등으로 담아냈습니다.

    - 재개봉 규모는 확정이 됐나요?

    ▲아직은 극장이 1개가 나올지 10개가 나올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극장 측에서 워낙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저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이번 해설판 상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7월부터 재개봉이 되면 비탈리 만스키 감독을 다시 모셔야하지 않을까요?

    ▲지금 감독님 재방한 행사도 추진 중입니다. 정부 기관이나 단체에서 초청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인터뷰 위주였지만, 이번엔 강연 위주로 스케줄을 짤 계획입니다. 감독님도 이미 수락을 하셨습니다. 만사를 제치고 다시 오겠다는 뜻을 밝혀 오셨습니다.

    - 일각에선 이번 영화로 인해 진미 가족이 북한으로부터 어떤 해코지를 당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진미 가족'을 건드리지는 못할 겁니다. 해코지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국제사회에 너무 많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노동당대회에서 진미를 화동으로 내세운 것처럼 '역선전'에 이용하는 일은 있겠지만 함부로 불이익을 주지는 못할 겁니다.

    - 혹시 대표님은 북한 측으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으신 적은 없습니까?

    ▲전혀요. 여태껏 3만여명 밖에 보질 않았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만약 30만, 100만 이상의 관객이 봤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죠. 지금 저들은 무조건 '태양 아래'를 못보게 하자는 심산입니다. 따라서 주위의 관심을 살 수 있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절 무대응 전략을 펴고 있는 셈이죠.

    - 감독이 러시아 분인데, 러시아 당국에선 이 영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태양 아래'는 애당초 북한이 러시아 정부에 압력을 넣어서 심의 조차 안됐던 영화입니다. 북한의 상영 금지 요구를 러시아 당국이 받아들였던 거죠. 그런데 이번에 감독님으로부터 서류적인 문제가 해결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현지 극장에서 상영을 안해주면 어쩔수 없지만, 일단 1차적으로 심의 통과를 했으니 큰 난관은 돌파를 한 셈이죠. 북한 정부가 압력을 줬다고 해서 개인의 창작물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일이죠. 러시아에도 깨어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상영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