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비토 면할 3선 의원 풀 한계… 재선까지 범위 넓혀 인선한 듯
  • ▲ 새누리당의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박명재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의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박명재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박명재 내정자(경북 포항남·울릉)를 신임 사무총장으로 의결했다.

    관례적으로 사무총장은 3선 의원으로 보임한다는 점에서 재선인 박명재 의원의 사무총장 인선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박명재 의원은 초선 임기를 지난 2013년 치러진 10·30 재선거로 시작했다. 이 때문인지 권성동 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많은 의원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될 때도 박명재 의원은 하마평에 오르내리지 않았었다.

    박명재 사무총장 스스로도 이날 임명장 수여식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총장을 맡아달라는 김희옥 위원장의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완강히 고사의 뜻을 전했다"며 "내가 재선이고 경험도 일천해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명재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인선된 배경은 3선 의원 풀(Pool)의 한계가 거론된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지 않은 3선 의원이 제한적인데다가, 3선 고지에 오를 때쯤이면 이미 그간의 정무 활동의 결과로 계파 색채가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3선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라디오에서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이 됐었지만 이번에는 맡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며 "쇄신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의 쇄신을 주장하면서 비박(非朴)으로 분류된 상황이기 때문에 스스로 적합치 않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3선 의원들은 저마다 친박(親朴) 또는 비박에서 '비토'할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3선 의원 중에서 사무총장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재선 의원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16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내무부와 총무처에서 근무한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경상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뒤 노무현정권에 의해 행정자치부장관으로 발탁됐었다.

    노무현정권에 몸담았던 동안 직접 목격한 친노(親盧)패권 세력의 아마추어리즘에 절망한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후 새누리당을 통해 10·30 재선거에 출마, 선출직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출신이 출신이다보니 계파 색채가 뚜렷치 않다. 특히 지금의 3선 의원 중에서는 친이와 친박의 대결이 첨예했던 2007년 17대 대선 후보 경선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않은 사람이 드문데,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로부터 자유롭다보니 특정 계파에서 비토해야 할 이유가 없다.

    박명재 사무총장 스스로도 이날 계파간 갈등에서 '철저 중립'을 거듭 다짐했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비박도 친박도 아닌, 밀박"이라며 "밀양 박 씨이기도 하고 모든 '박'들을 함께 밀어주는 '밀박'"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당무를 처리할 것"이라며 "나는 중립"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박명재 사무총장이 '중립'을 거듭 다짐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김희옥 비대위 체제'에서 사무총장의 임기는 40여 일 남짓이다. 무슨 큰 당무의 혁신을 이뤄내기보다도, 당을 깰 것처럼 맞붙고 있는 당내 계파들을 잘 다독이면서 8·9 전당대회만 성공적으로 치러내도 칭송받을 수 있다. 신임 사무총장의 최대 과제는 '전당대회의 성공적 개최'인 셈이다.

    박명재 사무총장 본인도 이를 잘 아는 듯 취임 일성으로 '전당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거론했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뭣보다도 가장 중요한 게 8월 9일로 예정된 새누리당의 전당대회를 차질없이 준비하고 시행하는 것"이라며 "4·13 총선 이후로 우리 새누리당이 침체에 빠져 있는데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전당대회를 당원과 국민들의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감한 계파 간의 갈등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박명재 신임 사무총장이 철저히 '전당대회 관리형 총장'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계파 갈등을 가리켜 "새누리당의 여러 현안에 대해 상호 간의 서로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다름'과 '차이'의 문제에 불과하다"며 "다름과 차이를 조정해서 공감의 폭과 이해의 넓이를 넓힐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본인을 보좌해 함께 일해야 할 제1사무부총장 인선에 대해서는 "내 소관이 아니라 비대위의 소관"이라며 "어떤 분이 오더라도 당이 어려운 시기에 당을 위한 마음은 한결같을테니, 누구와 하든 같이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계파 간의 갈등 요소로 전망되는 '전대 룰'과 관련해서도 "무엇보다 룰이 빨리 확정돼야겠다"면서도 "비대위에서 결정할 것 같은데 나는 따르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극도로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박명재 사무총장은 전당대회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며 "부실 당협위원회의 정리 등 당무 혁신은 8·9 전대를 통해 선출되는 새 지도부의 과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