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 RBS 등 대형 은행, 닛산, 토요타, 에어버스 등 대형 제조업체도 이탈 조짐
  • 영국 런던의 금융가, 일명 '더 시티'의 전경. '브렉시트' 이후 첫 후폭풍은 이곳을 덮칠 것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영국 런던의 금융가, 일명 '더 시티'의 전경. '브렉시트' 이후 첫 후폭풍은 이곳을 덮칠 것으로 보인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지난 24일(현지시간) ‘브렉시트(Brexit)’ 결정 이후 국제 증시와 환율 시장이 출렁인 뒤 닥친 첫 번째 후폭풍은 다국적 기업들의 영국 철수 검토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 英언론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더 이상 EU와 자유롭게 거래하기 어려운 영국을 떠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英언론들에 따르면, JP모건 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대형 금융기관들은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 이후 영국을 떠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영국은 더 이상 유럽경제권(EEA)이 아니다”라며 “런던 금융시장이 EU와 같은 테두리에서 운영되는 것은 자기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이는 28개 EU 회원국 가운데 한 곳에서만 금융상품 판매인가를 받으면, 다른 회원국에서도 별도의 인가 과정이 없이 판매할 수 있는 ‘패스포팅 권리’를 영국 금융계가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로 풀이됐다.

    ‘브렉시트’에 대한 EU 회원국들의 강한 반발에 ‘패스포팅 권리’는 물론 다른 유가증권 사업 또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 미국계 금융기관들은 사업 변경도 검토 중이라고 英언론들은 전했다.

    미국계 금융기관들은 이미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비해 EU 내에서의 사업 라이센스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시간적 공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계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영국 대형 금융기관들도 EU로의 이전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당장 HSBC와 바클레이즈 은행,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로이드 그룹 등이 프랑스, 독일 등으로 본부를 이전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요 대형 금융기관들이 영국을 떠나 EU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면서, 런던 내 미국계 금융기관 종사자 가운데 상당수가 실직할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JP모건 체이스는 4,000여 명의 직원을 재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고, HSBC는 1,000여 명의 직원을 파리로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배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실직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 또한 영국 탈출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EU 시장 판매의 이점을 노리고 영국에 공장을 지은 포드, 닛산, 토요타 등은 사업전략 수정을 준비 중이며, 이탈리아 피아트는 본사를 영국 런던에서 다시 EU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EU의 대표적인 항공기 업체 ‘에어버스’는 英웨일스에 있는 공장을 본국인 프랑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브렉시트’로 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영국을 떠날 조짐을 보이자 한국 기업들 또한 상황을 지켜보며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다만 한국 대기업의 생산 공장은 주로 동유럽 지역이나 독일 등에 있어 ‘브렉시트’로 인한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편 ‘브렉시트’로 다국적 기업들이 EU 지역 내에 본부를 새로 설치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프랑스, 아일랜드, 벨기에,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英런던이 차지했던 ‘금융 허브’ 역할을 빼앗으려 안간 힘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아일랜드나 한때 ‘조세피난처’로 알려졌던 벨기에 등은 지리적 이점과 비교적 적은 금융 규제 등을 내세우며, 다국적 기업 유치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