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리팡웨이, 북한 핵무기·미사일 개발에 도움 줬을 것”…한미 정부 ‘침묵’
  • ▲ 美연방수사국(FBI)의 '리팡웨이' 지명수배 공고. 그의 인상착의, 혐의 등이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美FBI 지명수배명단 페이지 캡쳐
    ▲ 美연방수사국(FBI)의 '리팡웨이' 지명수배 공고. 그의 인상착의, 혐의 등이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다. ⓒ美FBI 지명수배명단 페이지 캡쳐

    지난 6월 21일 ‘서울신문’은 “中비밀무기상 리팡웨이 안 잡나 못 잡나”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쓴 글 속의 무기상 ‘리팡웨이(李方偉)’는 2014년 4월 말 美연방수사국(FBI)에 의해 공개수배 된 인물이다.

    2014년 4월 30일 이후 지금까지 美FBI는 그에게 500만 달러(한화 57억 7,400만 원)의 현상금을 걸어놓고 있다. 美FBI의 주요 수배범 명단(Most Wanted List)에 올라가 있지만 잡히지 않고 있다. 中공산당의 비호를 받고 있어서라고 한다.

    ‘리팡웨이’에 대한 언론 보도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일부 언론은 그를 파키스탄의 핵물리학자이자 무기중개업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에 빗대기도 한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리팡웨이’가 상당한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美FBI의 공개수배 명단에 나와 있는 프로필에 따르면, 리팡웨이는 1972년 9월 18일 중국 흑룡강성에서 태어났다.

    美FBI에 따르면 ‘리팡웨이’가 사용하는 가명은 ‘Karl Lee’ ‘Sunny Bai’ ‘Song Dahai’ ‘Fangwei Li’ ‘Charles Lee’ ‘Charles Li’ ‘David Li’ ‘F.W. Li’ ‘FW Li’ ‘Wei Li’ ‘Li Wei’ ‘K. L. Wei’ ‘KL Wei’ ‘KL’ ‘Patric’ 등이며, 미국에서 활동할 때는 ‘Karl Lee’라는 이름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리팡웨이’는 북한과 가까운 다롄 지역에 ‘림트(LIMMT)’라는 무역업체를 차려 놓고 북한, 이란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독재국가들에 ‘대량살상무기(WMD)’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미사일 부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美FBI가 공개 지명수배에 넣은 혐의 내용은 이렇다.

    ‘칼 리(Karl Lee)’라는 이름을 쓰던 ‘리팡웨이’는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계약자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리팡웨이’가 운영하던 무기 밀매망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 동부(다롄을 지칭)에 회사를 차려놓고, 이란에 무기용으로 전용 가능한 부품 수백만 달러 어치를 파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량살상무기 확산금지 규정과 美연방정부의 국제비상경제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 美금융기관들을 속이기도 했다고 한다.

    ‘리팡웨이’는 美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2014년 4월 28일 혐의가 인정돼 공개수배된 상태라고 한다. 美FBI 설명에 따르면 ‘리팡웨이’는 이란에 불법으로 무기용 부품을 수출한 혐의 외에도 돈세탁, 금융사기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고 한다.

    2014년 4월 말 美FBI가 공개 수배령을 내린 뒤 국내외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취합하면, ‘리팡웨이’는 탄도 미사일과 농축 우라늄 제조에 사용되는 철봉, 알루미늄 합금을 톤 단위로 이란에 팔았으며, 거래 건수는 160건 이상, 금액은 1,000만 달러가 훌쩍 넘는다고 한다.

    美언론들에 따르면, ‘리팡웨이’는 ‘림트’라는 회사 외에도 대량살상무기나 탄도 미사일 부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10개 이상 운영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해 정상적인 무역을 하는 것처럼 국제 사회로부터 제재를 받는 국가들과 은밀히 거래해 왔다고 한다.

    美정부는 中공산당 측에 ‘리팡웨이’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中다롄에서 편안히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리팡웨이’는 中공산당 고위층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조부가 6.25전쟁 당시 인민해방군 대교(한국군 대령에 해당)로 참전했다는 설도 있다. 6.25전쟁 당시 참전한 中인민해방군이 마오쩌둥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팔로군’ 출신들이 많으며, 이들 가운데 다수가 당 고위층에 올랐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럴싸한 추정이다.

    ‘리팡웨이’에 대해 한국 내에서도 주목하는 시선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은 북한과 이란 간의 ‘핵-미사일 개발 커넥션’ 때문이다.

    북한과 이란, 시리아의 ‘핵-미사일 개발 커넥션’은 2005년을 전후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방 강대국들이 주도한 PSI(핵확산방지구상) 활동으로도 북한과 이란, 시리아 간의 커넥션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잃어버린 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계속 나왔다.

    일부 서방 언론들은 그 ‘잃어버린 고리’가 中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이거나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여전히 끊어진 부분을 메우지는 못했다.

    그러던 차에 북한과 이란, 시리아의 커넥션 사이에서 ‘끊어진 부분’에 가장 잘 들어맞는, ‘리팡웨이’라는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 그에 대한 수사와 취재가 계속 될수록 ‘리팡웨이’야말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도움을 준 ‘무기상’이라는 정황이 점점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로 가장 위협을 받는 한국은 물론 미국조차도 中공산당에 ‘리팡웨이’를 넘겨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中공산당이 가진 경제력 때문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한국이나 미국은 국민들로부터 ‘득표’를 한 사람이 권력을 쥐게 되므로,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면 난리가 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과 외환 보유액을 공산당이 소유한 중국에서는 ‘인민 경제’는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관리하면 된다. 나머지 경제력은 모두 공산당의 통치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中공산당은 이미 한국을 ‘속국’으로 대하고 있고, 미국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공급능력이 가진 영향력을 발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수준이다.

    이런 中공산당에게 ‘한 명의 무기상인’을 넘겨받겠다고 ‘국민경제’까지 망가뜨릴 각오를 하는, ‘용감한 정치인’이 한국이나 미국에는 없기 때문에 ‘리팡웨이’는 여전히 다롄에서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