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OO보다 헐값인 참전(參戰) 용사들
    다시 6월을 맞는 랩소디(Rhapsody)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   “...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레 숨 지었노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이슬 나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 ”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모윤숙] 중에서

  •   다시 유월이다. 어느 해보다 이른 더위가 만만치 않다.

      “미국 내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참전 용사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미국(米國), 즉 아메리카 합중국의 군(軍)통수권자 선거에 나선 유력 후보가
    엊그제 내뱉은 말이다. 이 나라에서 그를 또라이 취급하는 궁민(窮民)들이 있지만,
    그들 나라에서는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를 알게 해준다.
    참전 용사보다 불법 이민자들이 많을 텐데도 거침없는 언변(言辯)이 부럽다.

      이런 일은 결코 태평양 건너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내에서 OOO들이 참전 용사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다!”


  • 이 나라에서는 OOO의 종류와 숫자가 너무도 여럿이다.
    많은 궁민(窮民)들은 이러한 OOO들이 과연 그만한 자격·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의아해 할 뿐 아니라, 분노하고 울화통을 터뜨린다.
    하지만, OOO들의 언저리와 떨거지가 ‘참전 용사’에 비해 ‘표’(票)가 많은 가 보다.

      그리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당당히 외칠 용기를 가진 자[최소한 신문·방송을 탈만한 군상 중]들이 나오기 지극히 어렵다.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가는 정치적 ‘매장’(埋葬) 또는 ‘또라이 취급’을 돌려받게 될 테니까.

      며칠 뒤에는 한강(漢江)이 지척인 동작동에서 추념식이 열린다.
    그 추념식은 그 무슨 ‘행진곡’을 ‘떼창’[떼 지어 불러야 되기]하느냐,
    ‘따창’[따라 부르거나 말거나]하느냐를 놓고 주먹다짐을 할 이유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자리다. 하지만...

  •   올해도 추념식장의 앞쪽 좌석들에는 “OOO들이 참전 용사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게 만든”
    주역들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똥 씹은 표정으로, 짐짓 애국의 화신(化身)인양
    6월의 땡볕과 싸울 것이다.

      그 무리들 중에는 ‘내키지 않는 자리’지만 궁민(窮民)들의 눈초리가 무서워 가실 분들도
    꽤 있을 터이다. 지난 달 ‘그 날, 그 곳’에서 치열하게 ‘행진곡’을 열정적으로 핏대 올려가며
    ‘떼창’했던 분들도 어김없이 간다. 하여...

      ‘호국’[護國:나라를 보호하고 지킴]이라지만 도대체 어떤 지경에서 어떻게 지켰는지
    성찰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보훈’[報勳:공훈에 보답함]? 왜·어떻게 보답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회의를 품고 그 자리에 앉았을 수도 있다. 
      “1948년 8월 15일 건국된, 이승만이 건국 대통령인 대한민국은
    결코 나의 조국(祖國)이 아니지... 그 놈의 ‘표’(票)가 뭔지...”

  •   ‘6월 6일’은 올해 달력으로 단지 3일 연휴의 아쉬운 마지막 날인 궁민(窮民)들이 너무도 많다. 집집마다 국기를 달아야 하는지, 더구나 조기(弔旗)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공항(空港)과 고속도로가 마냥 붐비는 날이다.

      이런 궁민(窮民)들에게 이 나라는 그저 아무런 ‘쟁투’(爭鬪)와 ‘인고’(忍苦) 없이 태어 났고,
    그저 그렇게 평탄하게 지켜져 왔다. ‘희생’(犧牲)이란 사전에나 있는 잘 쓰여지지 않는 단어일 뿐이다.
      세상 인심이 이러하니, 그 ‘투쟁’과 ‘희생’을 다양하고 비판적·상대적인 시각으로,
    적(敵)의 입장도 잘 조명하여 후세(後世)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사기(史記)꾼들과 정치세력이 활개를 쳐왔다.

      다시금 그들의 거친 공세(攻勢), 이른바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   유월! 이 나라의 우울한 ‘호국 보훈의 달’은 이렇게 왔고 또 갈 것이다. 그러나...

      “...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내 친구여!
       그 억센 팔 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 곳에 주저 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 몸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

      대한민국 국군은 이렇게 ‘죽어서’ 말했다.
    <더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