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1당이 국회의장" 주장도 與 복당 카드에 자충수 될 수도
  • ▲ 20대 국회가 열릴 국회 본회의장. ⓒ뉴데일리 DB
    ▲ 20대 국회가 열릴 국회 본회의장. ⓒ뉴데일리 DB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내달 7일로 예정된 국회 의장단 선출과 관련해 의원들의 자율투표를 추진키로 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을 향한 야당의 블러핑(포커에서 약한패를 들고 강한 패를 들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 박완주·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31일 오전 국회 본관 내 의원식당에서 만나 자율투표를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국회의장은 원내 1당에서 추대된 후보로 투표를 해 선출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원내 1당인 더민주가 되레 자율투표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국회의장 자리는 상임위원장 배분문제가 얽히면서 20대 국회 원 구성의 핵심 의제가 된 상태다. 특히 법사위, 운영위, 예결특위를 놓고 3당 간 대립각이 커지면서 덩달아 협상이 계속 꼬이는 모양새다.

    더민주는 현재 123석으로 원내 1당을 형성했다. 새누리당 122석보다 1석이 많다. 이에 더민주는 당초 관례에 따라 국회의장을 더민주가 갖고, 법사위 운영위 예결위도 나눠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에 새누리당은 반발했다. 국회의장을 더민주가 가져간다면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부분을 당연히 새누리당에 일정 부분 내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협공으로 '자율투표' 카드를 내민 것이다. 더민주는 국민의당 38석과 의석수를 더할 경우 161석이 돼 새누리당보다 많은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 두 야당이 의석수에서 유리함을 지렛대 삼아 새누리당에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이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블러핑'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더민주가 꺼내 든 '자율투표'가 더민주의 필승카드가 맞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더민주는 새누리당보다 압도적으로 국회의장에 나가고 싶어 하는 중진이 많다. 문희상 이석현 원혜영 박범계 정세균 의원등, 거론되는 경쟁 후보군만 다섯 사람이 넘는다.

    새누리당이 줄곧 원내 1당을 차지하면서 국회의장을 해온 터라 흔치 않은 기회에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특히 당권과 대권을 놓고 저울질하던 중진들이 국회의장 후보군으로 눈을 돌린 것도 한몫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후보군에 정갑윤, 심재철 의원 정도가 거론된다.

    때문에 이대로 자율투표에 맡기게 되면 오히려 더민주 국회의장 후보군끼리 표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사전 단일화가 필요하지만 다섯 후보가 예민하게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당이 기본적으로 친노와 거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표가 갈릴 수 있는 변수가 도처에 깔린 셈이다.

    더민주로서는 무작정 의석수가 많다는 이유로 밀어붙였다간 되레 화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분석으로는 더민주가 고육지책으로 자율투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민주가 여태껏 내세운 논리는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새누리당이 복당 카드를 사용하면 자력으로 원내 1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1일 현재 새누리당은 비록 원내 2당이지만,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가 7명이나 있는 상태다. 이들의 복당 여부에 따라 언제든 원내 1당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상존한다. 더민주로서는 계속해서 "원내 1당이 자동으로 국회의장을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을 끝까지 되풀이하기 부담스럽다.

    이같은 위험요소들을 잘 알고 있는 우 원내대표 역시 지난 30일 새누리당에 "원 구성협상을 서둘리 마무리 짓자. 더민주가 시원하게 양보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민주가 막판 원 구성 협상에서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블러핑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서, 20대 국회 역시 서로의 이익만 따지다가 '지각 개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치권 관계자는 "더민주가 다급한 나머지 자율투표제로 여당을 압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7일에 국회의장을 선출하게 돼 있지만 연휴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적으로는 내일까지가 합의 기한의 마지노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