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성장 시대 저무는데 한쪽에서는 ‘개발’, 다른 쪽에서는 ‘구조조정’
  • 2013년 3월 '비즈니스 인사이더' 호주판이 시사 프로그램 '60분'을 통해 중국의 유령도시를 소개한 바 있다. 사진 속 건물들이 모두 빈 건물이다. ⓒ호주 비즈니스 인사이더 '60분' 영상캡쳐
    ▲ 2013년 3월 '비즈니스 인사이더' 호주판이 시사 프로그램 '60분'을 통해 중국의 유령도시를 소개한 바 있다. 사진 속 건물들이 모두 빈 건물이다. ⓒ호주 비즈니스 인사이더 '60분' 영상캡쳐

    과거 ‘집단지도체제’의 상징인 후진타오, 장쩌민 측근들을 모두 배제하고,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는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다 ‘일대일로’ 사업이다. 지금까지 국내 언론에서는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中공산당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와 반대로 보고 있다.

    美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모래 위 도시가 중국의 문제점을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령도시로 변한 란저우市 이야기를 전했다.

    中공산당은 내륙 개발 과정의 하나로 간쑤省에 위치한 란저우 시에 신도시를 지었다. 면적은 무려 1,300㎢, 서울의 1.8배에 달했다. 이곳을 개발하기 위해 모래밭을 치우고 아스팔트 도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란저우 신도시에는 사람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美워싱턴 포스트가 “中공산당 정부의 저개발 내륙 지역 육성과 일대일로 개발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던 란저우 신도시”라고 표현한 이곳은 중국 내에서도 저개발 지역으로 유명하다. 2015년 기준 1인당 연 수입이 4,000달러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는 집권 후 간쑤성을 비롯한 내륙 저개발 지역을 개발, 한계에 다다른 건설 경기를 부양시키고, 그 낙수효과를 통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7%대 안팎에 머물게 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시진핑의 ‘일대일로’ 사업은 1,000년 전 실크로드를 복원하는 듯 한 구상 때문에 유라시아 전역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中공산당은 간쑤성에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입, 신도시는 물론 공항, 철도, 도로를 건설했고, 황하의 물을 끌어들여 새로 건설하는 3개의 댐에 저장하는 공사도 추진했다. 中공산당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간쑤성에 자유경제지구를 조성하고 투자를 유치, 자동차, 제약 산업을 육성하고 2030년까지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시진핑과 中공산당의 사업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중국 경기 둔화로 벽에 막히게 됐다고 한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中공산당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정부 부채가 GDP의 40%를 넘어가고, 공기업 구조조정과 재원 부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일대일로’ 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中공산당이 세금 면제, 보조금 혜택을 약속해도 기업들이 내륙 지방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한다.

    美워싱턴포스트는 글로벌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인용 “中정부가 경제개발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무리한 투자를 줄이겠다며 긴축정책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美워싱턴포스트는 또한 “중국의 경기 호황은 끝났으니, 이제 경제성이 없는 대규모 건설계획은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전했다.

    美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내용은 사실 처음 전해진 것은 아니다. 시진핑이 집권하기 전부터 中공산당 지도부는 내륙 지방 개발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中공산당이 “새 아파트와 근린시설만 잘 지어놓으면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일차원적 사고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번번히 실패했다.

    2009년과 2010년 당시 미국과 영국 언론들은 서쪽 내륙지방에 지어진 수십여 개의 ‘유령 신도시’에 관해 보도했고, 이를 찍은 위성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도시의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생활여건’이라는 점을 中공산당이 이해하지 못하면 내륙 지방 개발은 앞으로도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