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수립 때는 내줄 수 있었는데… 윤리위 던졌다가 '타박'
  • ▲ 더불어민주당 박완주·새누리당 김도읍·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사진 왼쪽부터)가 30일 국회본청 귀빈식당에 모여 원구성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박완주·새누리당 김도읍·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사진 왼쪽부터)가 30일 국회본청 귀빈식당에 모여 원구성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여야 3당 간의 원구성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부상한 것도 '협상 난항'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화제다.

    새누리당 김도읍·더불어민주당 박완주·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에 이어 31일에도 회동을 이어가며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문제를 협상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은 "(야권이) 상임위 배분과 국회의장단은 별개로 논의하자고 하면서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운 상임위를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여당인 새누리당으로서는 상당히 고민이 깊다"며 "협상의 정신을 받들어 야당의 통 큰 양보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는 18개 상임위를 새누리당 10개, 더불어민주당 8개로 분할해 위원장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누리당·더민주·국민의당이 의석 수에 따라 각 8대8대2로 분할해야 하는 20대 국회에서의 상임위 분할은 계산상 새누리당이 2개 상임위를 국민의당에 넘기면 간단하다.

    문제는 정작 산자위·농해수위 등 국민의당이 원하는 상임위는 19대에서 새누리당 몫이 아니라 더민주 몫이었다는 점이다. 더민주는 이들 상임위를 국민의당에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2개 상임위가 더민주에서 국민의당으로 이동하면서, 새누리당이 대신 더민주에 2개 상임위를 내주면 된다.

    그런데 이 새누리당에서 더민주로 이동해야 할 2개 상임위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내줄 경우 (19대에서 더민주 몫이었던) 법사위를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이 더욱 난항으로 치닫고 있다.

    전날 열렸던 3당 원내수석간 회동에서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은 법사위를 새누리당에 가져오는 대신 넘겨줘야 하는 2개 상임위에 더해 윤리위를 내줄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장 내에서 고성이 오갔던 것은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이 법사위와 윤리위를 맞바꾸는 제안의 형평성을 문제삼는 과정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대체로 법사위와 윤리위를 맞바꾸는 것은 두 상임위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을 고려할 때 무리한 제안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는 새누리당에서도 모르지 않을 터인데, 이러한 제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여권의 일부 핵심 관계자들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요 며칠 사이에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부상한 것이 원구성 협상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외통위가 새누리당이 내줄 수 있는 상임위에서 지켜야 하는 상임위로 바뀌면서 협상 전략이 엉켰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을 지키되, 협상 과정에서 제2당의 한계로 의장을 가져올 수 없다면 청와대를 소관 기관으로 하는 운영위·법안자구심사권을 가지고 있어 '상원'이라 불리는 법사위·예산안을 심사하는 예결위 등 핵심상임위를 대신 가져온다는 전략으로 임하고 있었다.

    다만 4·13 총선을 거치며 쪼그라든 의석 수로는 8개 상임위원장밖에 가져올 수 없으므로, 그간 집권여당이라는 이유로 가지고 있던 국방위나 외통위 등 통일·외교·안보 관련 상임위는 야당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유연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이 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 일시 귀국해 제주와 안동 등을 둘러보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JP)를 예방하는 등 발빠른 '대권 행보'를 하면서 모든 상황이 뒤바뀌었다.

    국회 외통위원장을 야당에 내줄 경우, 상임위 청문회를 통해 외교 관료 조직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직업외교관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등 반기문 총장을 겨냥한 상임위 활동이 이뤄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물론 반기문 총장은 김대중정부 시절에 외통부차관을 지내고, 노무현정권에서 외통부장관을 했기 때문에 이는 '자기 얼굴에 침뱉기'가 될 공산이 크지만, 직업외교관의 비윤리적인 사례를 일부나마 발굴해내서 크게 부풀리면 평생을 외교관으로 살아온 반기문 총장의 이미지도 함께 흐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반기문 총장의 부상에 따라 외통위가 '야당에 내줄 수 있는 상임위'에서 '지켜야 하는 상임위'로 새로 분류됐을 수 있다"면서도 "8장의 상임위 카드로는 원래부터 이것저것 다 지켜내기가 힘들었는데 여기에 외통위까지 추가되면서, 법사위와 윤리위를 맞바꾸자는 무리한 제안이 던져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