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분인데 왜 대선 나와서 치욕" 운운, '계산된 발언' 지적도 '제발 출마하지 말아달라'?
  •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에서 퇴임하는 날까지 막말로 설화(舌禍)에 휩싸였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는 이번 설화를 단순한 '덜컥수'가 아니라, 계산된 발언으로 바라보기도 하는 눈치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표 퇴임 기자회견 직후 가진 취재진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5년 후엔 국민들이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지 모르겠다"며 "만약 (대통령이) 되더라도 될 때와 퇴임할 때의 지위는 하늘과 땅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상대 정당 후보로 거론이 되더라도 "시궁창에 버리는 이름이 될 것"이라는 발언은 수위가 정치권의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인데, 하물며 아직 대권 출마 여부조차 불분명하고 유엔이라는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인사를 폄훼한 것은 또 하나의 막말이며 설화라는 비판이다.

    게다가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라도 대통령에서 퇴임할 때에는 "시궁창에 버리는 인물"이 된다는 것은 우리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5선 의원으로서 이러한 현실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못할 망정 스스로 "시궁창"이라고 발언하며 국민의 '정치 혐오'와 '정치 불신'을 조장하는 행태는 한심하다는 지적이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이전부터 막말로 인한 수많은 설화에 휩싸여왔다. 지난 2012년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가리켜 "박근혜 의원… 그년 서슬이 퍼래서"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이것이 큰 문제가 되자,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그녀는'의 오타"라고 황급히 둘러대기도 했다. 이같은 막말 행태는 정치권에서도 유명해 지난해 10월 청와대 회동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인상도 좋고 말씀도 참 잘하는데 예전에 왜 그년이라고 했느냐"는 말을 들었다. 당시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크게 당황하며 "그때는 죄송했다. 사과한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이날 이종걸 전 원내대표의 발언을 '덜컥' 막말이 아닌, 계산된 발언으로도 해석하는 눈치다.

    야권 관계자는 "이종걸 (전 원내)대표도 임기가 끝난 이상 이제 평범한 5선 의원"이라며 "국회의원은 3선까지는 대변인~간사~(상임)위원장 그런 것만 잘해도 지역에서 인정받지만 4선 이상부터는 당직을 맡아 큰 정치를 해야 하는데 마땅한 자리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완전히 '친문당'이 돼서 문재인 대표의 눈치를 보지 않고서는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형국"이라며 "이종걸 대표가 재임 중에 문재인 대표하고 각을 많이 세웠는데, 이제 물러나려니 후환이 두려워 문재인 대표를 대신해 반기문 총장에게 '빈볼'을 던진 것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지난 5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나와 "문재인 대표를 곁에서 대표로 모시며 인간적으로 그렇게 (각을 세우고) 한 것에 대해서 정말 후회된다"며 "좀 더 지혜로운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뒤늦은 '참회'를 해 청취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표는 일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국민들에게 맞춰져 있는 아주 맞춤형이 잘 돼 있는 분"이라며 "정말 이렇기 때문에 국민적 인기를 받으시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는 분"이라고 아부했다.

    그런데 이러한 발언으로도 문재인 전 대표를 위시한 친노·친문패권 세력으로부터 긍정적 신호가 오지 않자, 이번에 퇴임하는 마당에 문재인 전 대표를 위해 반기문 총장을 향한 '빈볼'을 화끈하게 던지지 않았나 하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의 이종걸 전 원내대표의 발언은 '반기문 총장이 제발 대선에 출마하지 않아줬으면…'하는 친노·친문패권 세력의 속내가 강하게 묻어나온다는 분석이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반기문 총장은) 지금 상태에서는 정말 훌륭한 인물"이라며 "(유엔)사무총장하면서 어린 학생들의 꿈을 키우는 훌륭한 분으로 돼 있는데 (왜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서) 치욕이 될 사람을 만들어버리느냐"고 주장했다.

    아울러 "희망의 교과서에 실릴 이름이 잘못돼서 시궁창에 버려질 이름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불출마해줬으면…'하는 속내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는 마찬가지로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을 받들고 있는 더민주 김홍걸 전 국민통합위원장의 "명예롭게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