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패권 인사들, 지방의원 줄세워… 낙선 책임묻는다며 '영입 인재' 밀어내기
  •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정장선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조강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언주 조직본부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정장선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조강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언주 조직본부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또 '호남 물갈이'가 언급되고 있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에서 호남의 각 지역위원회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영입됐던 인재들이 팽(烹)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선에서 이들이 국민의당 후보들에게 무릎 꿇었던 것은 본인의 역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호남의 반(反)문재인 정서 때문인데, 총선 패배를 이유로 지역위원장에서 내치려는 것은 호남 참패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의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흑심이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민주 조강특위는 다음달 1~3일에 걸쳐 전국 253개 국회의원 지역구의 지역위원장 공모를 진행한다. 후보 평가 기준 등은 다음달 8일에 다시 열릴 조강특위 전체회의에서 마련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더민주 안팎에서는 총선 패배 지역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물갈이'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28개 지역구 중 불과 3석을 건지는데 그친 호남(광주·전남·전북)에서는 '대규모 물갈이'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조강특위 간사를 겸하고 있는 이언주 조직본부장도 지난 25일 취재진과 만나 "특히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지역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서 그 결과를 반영할 것"이라며 "당선 지역구는 유권자가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 낙선 지역구를 대대적으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우리가 열심히 하면 당세(黨勢)를 회복할 수 있는 지역이 있다"며 "그런 지역에 (지원자들이) 많이 지원해줘서 내년 대선에서의 득표에 많이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는 '원래 텃밭'이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상실해버린 호남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또, 문재인 전 대표가 지금처럼 호남의 '비토(Veto, 거부권)'를 받고 있어서는 대권은 힘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문재인 전 대표를 위해 한몸 던질 친노·친문패권 성향 인사를 호남 지역위원장으로 전진 배치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풀이된다.

    문제는 이러한 의도로 '호남 물갈이'가 진행되면 총선을 앞두고 급히 영입돼 전선에 나섰던 인사들이 불과 두 달여 만에 팽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강특위에서 '호남 물갈이' 의도가 드러난 시점을 전후해, 호남 지역의 친노친문 패권 성향 인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됐던, 친노(親盧)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 전직 의원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시·구의원들을 다시 불러들여 '충성 맹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직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영입됐던 '정치 신인'으로부터 지역위원장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지역 조직 '줄세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시·구의원들은 다시 지역에서 "낙선한 사람의 책임을 물어 지역위원장 선정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벌써부터 패권정치의 분위기가 물씬 넘쳐흐르고 있다는 비판이다.

    호남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정치 신인들을 총선을 앞두고 급하게 공천해 얼굴과 이름 알릴 시간을 제대로 주지도 않고, 이제 와서 참패했다고 지역위원장에서 내쫓아버리면 사람을 마치 1회용 쓰듯 용도폐기하는 꼴"이라며 "호남에서 참패한 근본 원인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있는데, 낙선의 책임을 묻자면 문재인 전 대표를 출당(出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또다른 호남 지역 정가 관계자도 "총선 당시에도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 사람에게는 절대 비례를 주지 않고 전부 지역구로 내보내 자기네들끼리 싸우다 죽게 하려 한다는 말들이 많았다"며 "낙선한 '영입 인재'들을 패배 책임을 물어 '물갈이'한다면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 인재 씨를 말리려 한다는 말만 더 흉흉하게 나돌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