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청문회법' 등 정쟁은 박지원과 역할분담·일임… 경제 행보 계속할듯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박지원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밝게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박지원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밝게 웃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총선 이후 첫 외부 강연에서 정국 현안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문 채 삼성~한화 간의 '빅딜'을 모범 사례로 거론하는 등 경제 이슈에 집중했다.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행사로 정국이 경색되고 원구성 협상이 한창인 와중에 의외로 여겨진다. 야권 일각에서는 정국 현안은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일임한 채, 계속해서 정쟁과는 거리를 두는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대표는 28일 경기 용인의 단국대 죽전캠퍼스에서 열린 전국여교수연합회 세미나 공개 강연에서 "삼성은 얼마 전 석유화학 분야를 한화에 넘겼다"며 "삼성그룹은 투자 분야를 좁혀서 (전자 등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하고, 한화그룹은 한화그룹대로 기존 석유화학과 인수한 것을 합쳐서 역량을 집중시키면 세계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삼성과 한화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빅딜'을 산업구조 개혁의 모범 사례로 거론한 것이다. 그러면서 각 대기업들은 계속해서 자율적으로 투자 분야를 집중하되, 정부는 이를 강요하거나 강권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 협약을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철수 대표는 "미국을 보면 마이크로소프트·IBM·메리어트그룹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대기업들은 한 분야만 전문으로 하는데 우리나라만 한 그룹이 다양한 업종을 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문어발식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각 그룹마다 목숨을 걸 한두 분야로 재편하는 게 우리의 살 길"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부가 앞에서 사회를 끌어가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어서 이 방식은 이제 작동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끌고 가려는 것은 시대착오다. 앞에서 끄는 게 아니라 뒤에서 밀어준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안철수 대표는 정국 현안에 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단국대 총학생회 관계자 등 10여 명이 강연장으로 입장하려는 안철수 대표를 가로막고 "인문계 학과통폐합과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국민의당의 입장을 밝혀달라"며 시위를 벌였지만, 이에 대해서도 "다음에 간담회를 갖자"고만 했을 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민감한 정쟁 현안은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고, 경제에 천착하려는 '대권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 간의 회동으로 조성됐던 '협치' 국면은 그야말로 일장춘몽에 그쳤다. 5·18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에 이어, '상시청문회법'에 대한 거부권까지 전격적으로 행사되면서 정국은 급속히 냉각된 상황이다.

    전통적인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강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는 달리 지지층이 전통적 야권 지지자를 넘어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층까지 걸쳐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로서는 정국 경색이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특히 총선 과정에서 싸움만 하는 거대 양당 체제를 분쇄하고 '제3당'으로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상시청문회법' 거부권 정국을 맞아 속절없이 야3당 공조 체제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때마침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새로운 대권 주자로 대두됨에 따라 중도 유권자를 사이에 둔 치열한 경합 국면도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별 득점이 안 될 정쟁 이슈에 대해 언급하기보다는, 이는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맡겨두고 자신이 강점을 보이는 '경제' 분야에 집중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반기문 총장과 중도 유권자를 놓고 다투게 됐는데, 중도층은 '외교·안보'보다는 '경제' 이슈에 민감할 것으로 본다"며 "정쟁 이슈는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맡겨두고, '경제' 행보를 묵묵히 계속하다보면 중장기적으로는 반기문 총장과의 중도층 선점 경쟁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