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페미니스트 일부 불참…'임수경' 더민주 의원 얼굴만 보이고 슬며시 빠져
  • 27일 오전 파주 임진각에서 '2016 여성평화걷기' 행사가 개최됐다. 참가자들이 "전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7일 오전 파주 임진각에서 '2016 여성평화걷기' 행사가 개최됐다. 참가자들이 "전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2015년 5월 평양을 찾아 김일성 생가 등 김씨 일가 우상화 시설을 찾은 뒤 군사분계선을 통과 한국으로 왔던 국제 페미니스트 캠페인 '위민크로스DMZ'가 올해에는 이름을 바꾸고 행사 내용도 대폭 바꿨다.

    '위민크로스DMZ'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재미 페미니스트와 일부 여성단체가 빠지고, 한국 내 32개 페미니즘 단체가 행사를 주도했다. 이름도 '2016 여성평화걷기'로 바꿨다.

    '2016 여성평화걷기'는 27일 오전 9시 40분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수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안혜영 경기도 의원 등 800여 명이 참가했다.

    축사를 맡은 윤후덕 더민주 의원은 "오늘의 걸음이 남북 분단의 사슬을 끊어내고 평화의 길을 터 가는 발걸음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윤후덕 더민주 의원의 소개로 이어 등장한 임수경 더민주 의원은 '파주 시민'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행사 개회식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조별로 파주 지역 '민간인 통제선(이하 민통선) 일부와 생태탐방로 6km 길을 걸었다.

  • 27일 오전 파주 임진각에서 '2016 여성평화걷기대회'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19대 국회의원이 참석해 가슴에 '660'번호판을 달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7일 오전 파주 임진각에서 '2016 여성평화걷기대회'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19대 국회의원이 참석해 가슴에 '660'번호판을 달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사회자는 8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출발하는 동안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긴장과 갈등이 감돌게 한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라며 "평화 통일을 앞당기고 아름다운 사회를 말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자와 참가자들은 6km를 걸으면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통선에 가까워지자, 민통선을 지키는 군 장병들이 나와 민통선 내 사진촬영 금지, 현수막·구호 금지 등 주의 사항을 알려줬다.

    그 사이 임수경 의원은 행렬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차를 이용해 그대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 27일 오전 파주 임진각에서 '2016 여성평화걷기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2015년 북한을 방문한 후 경의선을 타고 남한에 내려와 논란이 됐던 '위민크로스 DMZ'의 후속 행사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7일 오전 파주 임진각에서 '2016 여성평화걷기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2015년 북한을 방문한 후 경의선을 타고 남한에 내려와 논란이 됐던 '위민크로스 DMZ'의 후속 행사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민통선을 따라가는 걷는 길 여성 참가자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민통선 너머 200m 가량 떨어진 논에서 일을 하는 농부를 보며 "저기가 북한이에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곳은 엄연히 경기 파주시였고, 접경지역 농부가 일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푸논과 산, 백로들의 모습과 민통선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싶었는지 "도대체 뭐가 중요한 게 있다고 촬영을 금지하는지 모르겠다" "경관이 정말 좋은데 왜 못찍게 하느냐"며 투덜댔다. 남북 간의 군사대치 상황은 아예 관심이 없는 모양새였다. 

    참가자들은 '미군 부대 주둔의 부당함'이나 '20대 국회의원 선거'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 '2016 여성평화걷기'행사에 참여한 수녀들이 파주 지역의 민간인통제선 안을 걷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016 여성평화걷기'행사에 참여한 수녀들이 파주 지역의 민간인통제선 안을 걷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 여성은 용산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 사업을 거론하며 "미군들은 자신들 기지 안에서는 우리 쌀 한 톨도 안 쓴다"며 "밖에 나와서도 미국 헌병들은 병사들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 감시한다"고 떠들었다. 하지만 이는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다. 

    이 여성은 자신이 경기도 의회에서 일할 때 미군에게 영어 교실 등 한국인과의 교류를 요구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불평하는가 하면, 미군기지 앞에서 시위했을 때 "미국기지를 한국 경찰들(전의경)이 지키고 있더라"고 떠들며 흥분하기도 했다.

    그는 시위를 하면서 " 너네가 한국군인이야 미국군인이야? 내국인을 지켜야지 왜 미국군을 지키냐"고 따졌다면서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 '2016 여성평화걷기'행사에 참여한 한 여성이 한반도기를 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016 여성평화걷기'행사에 참여한 한 여성이 한반도기를 들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6km 걷기가 끝난 뒤 출발했던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으로 되돌아 온 참가자들은 2부 행사를 가졌다. 경기여성평화합창단 공연과 '2016 여성평화 걷기 선언문' 낭독, '플래시 몹' 등을 진행했다. 

    사회자는 2부에서 계속해서 세계 평화, 한반도 통일, 전쟁과 폭력으로 신음하는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외쳤지만,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언급하지 않았다.

    '2016 여성평화걷기' 주최 측은 이날 "지난 '5.24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전쟁 없는 한반도, 생명·평화·상생의 한반도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남북 대화·협력을 통한 신뢰 회복 ▲美-北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성 리더십 확대 등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북한 당국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트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주최 측은 선언문에서 "남북교류협력을 재개해 남북 주민들 간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끝없는 기다림 속에 고통받는 이산가족들의 재결합을 하루 빨리 앞당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여성은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였다"면서 여성에 대한 전시 폭력을 철폐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가 하면 "(美-北정전협정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과 전쟁 위협을 종식시키고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2016 여성평화걷기' 2부 행사로 플래시 몹이 진행됐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016 여성평화걷기' 2부 행사로 플래시 몹이 진행됐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행사 마지막 순서는 '플래시 몹'이었다. 공연자들이 한국의 오방색을 상징하는 천을 들고 참가자들 사이로 들어갔다.

    사회자는 아리랑 노래에 맞춰 "전쟁과 폭력으로부터 고통받는 모든 사람에게 우리의 희망을 함 께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전쟁과 폭력으로 상처받은 여성들이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외쳤다.

    '2016 여성평화걷기' 대회는 2015년 '위민크로스DMZ'에 비해서는 훨씬 차분했고, 논란거리도 적었다. 하지만 그만큼 '흥행 성적'도 좋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임수경 더민주 의원은 행사 중간에 슬며시 빠졌고, 재미교포로 '위민크로스DMZ'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크리스틴 안, 올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해외 유명 페미니스트들 가운데서도 불참자가 나왔다.

    이날 취재진 또한 일부 통신사를 포함 4곳 정도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