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다른 나라들도 안 가…G7 초청받아도 '특별 세션'만 참석"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밤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의 첫 기착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볼레국제공항에 도착했다.ⓒ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밤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의 첫 기착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볼레국제공항에 도착했다.ⓒ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10박 12일의 아프리카 순방을 위해 지난 25일 출국했다. 27일에는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연합(AU)' 본부에서 특별 연설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두고 "지금은 '세일즈 외교'를 할 때가 아니라 G7 정상회의에 '옵서버'로 가서 '안보 외교'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같은 주장을 펼친 정치권과 언론 등은 "국제사회가 대북(對北)제재를 매우 중대한 문제로 보고 있고, 세계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시점인 만큼 사안의 경중(輕重)을 따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외교 라인의 오판이 '사고'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랬을까.

    지난 26일 ‘조선일보’는 사설로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비판했다. 사설에는 이런 대목도 있었다.

    “…개성공단 폐쇄로 고강도 제재 분위기를 주도했던 박 대통령이 이 회의에 참석했더라면 단순한 옵서버 이상의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조정하지 않은 것은 윤병세 외교장관 등 외교 라인의 중대한 판단 착오다.

    일본은 G7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박 대통령 초청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물밑 접촉에서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때문에 어렵다는 우리 측 의사를 확인하고 공식 제안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논설을 과격하게 축약하자면 “G7 정상회의에 ‘관람객’으로 끼어 강대국들에게 ‘북한 좀 어떻게 해주세요’라고 빌어야 한다”는 정도가 된다. 그리고 이 대목은 사실 지난 4월 30일 日산케이 신문의 보도를 근거로 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산케이 신문’이 한국을 향해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를 벌써 잊은 걸까.

    ‘조선일보’ 26일자 논설은 계속 이어진다.

    “아프리카는 2030년 중산층 규모가 5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방대한 지하자원이 매장 돼 있는 미래 시장”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뒤 “그러나 ‘세일즈 외교’보다 훨씬 화급한 것은 ‘안보 외교’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비판적으로 봤다.

    이어 “작년에는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가느라 60주년을 맞은 인도네시아 ‘비동맹 반둥회의’에 교육부 장관이 참석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이번에도 아프리카 일정을 그대로 밀어붙인 것을 보면 외교 라인의 판단력은 완전히 고장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실패일까.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연합(AU)’ 특별연설 내용을 보면 ‘실패’로는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처음 찾은 이디오피아에서 총리 등과 면담한 뒤 ‘아프리카 연합(AU)’에서 특별연설을 했다. 연설의 핵심은 “가난한 과거에서 발전한 우리 경험을 공유해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과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데 아프리카의 도움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연설 가운데 일부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체득한 개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아프리카의 청년고용 기회를 증진시킬 쌍방향 1만 명 교류 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5년 간 아프리카의 인재 6,000명에게 한국이나 아프리카에서 교육받고 훈련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봉사단 4,000명을 아프리카에 파견할 것이다.

    한국이 가진 ICT와 과학기술 분야의 강점을 활용해 아프리카에 기술혁신센터를 세워 창조혁신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제가 작년 12월 유네스코에서 발표했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구상에 따라, 직업기술교육과 ICT 교육을 펼쳐 전문 인력 양성을 돕겠다.

    아프리카의 보건과 전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일조해 나갈 것이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이 직면하고 있는 토지황폐화, 물 부족, 식량 부족 같은 기후변화 대응에도 한국에 소재한 녹색기후기금(GCF),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을 통해 함께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한 연설에서 “지금 한국은 북한의 핵개발로 심각한 안보 위기를 겪고 있는데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이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국제공조에 동참해 준 데 감사드린다.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비핵지대 조약’을 이끌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협력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북핵(北核)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아프리카 연합(AU)’ 회원국들의 협조를 호소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연설을 들은 사람들 가운데는 은코사자나 들라미니 주마 AU 집행위원장과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에티오피아 총리, 현지 외교단 등 고위급 인사만 있었던 게 아니다. 6.25전쟁 당시 왕실 근위대로 한국에 왔던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도 있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도 불구하고, 북한에게 막대한 외화벌이가 가능토록 해주는 나라들의 다수가 아프리카에 있다. 짐바브웨, 적도기니, 민주콩고 등이 그들이다. 이런 나라에 비교적 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 연합' 아니던가.

    즉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은 '북핵 공조'와 '미래 협력', 한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초석'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조선일보'의 26일자 사설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저개발국'에다 '약소국'들이 대부분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본을 찾아 G7 정상회의의 '구경꾼(옵서버)'로 참여했다면 과연 얼마나 큰 의미가 있었을까. G7 정상회의 일정에 따라 '이세 신궁'을 관람하고,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았다면 그거야말로 일본 우익이 바라던 바 아닐까.

    '조선일보'나 일부 정치권들이 주장하는, '아프리카 순방 상대적 무가치론'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그런 주장이 왜 잘못됐는지 상세히 설명해 줬다.

    외교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009년 이전까지는 G8(G7+러시아) 정상회의가 열리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멕시코, 인도, 브라질, 남아공, 중국 등 주요 중견국이 초청 받았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2 회의가 출범하고, 또 정례화된 2009년부터는 주요 중견국들이 G22 참여에 집중하면서 G8 회의에는 (주요 중견국들이) 별도로 초청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따라 2010년부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중견국들도 G8 정상회의에 가지 않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G7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면서 "G7 정상회의에 초청되더라도 '옵서버'일 뿐이어서, 포괄적인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정책' 등 특별 세션에만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는 지구촌의 마지막 성장 동력으로써, 국제적으로 그 잠재력을 주목받고 있다"며 "이에 금번 순방은 아프리카 대륙과 한국 간에 상생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 기본 정책 및 계획에 따라 추진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올해 개발·협력을 주요 외교과제 중 하나로 설정했는데, 금번 아프리카 순방은 새로운 모델의 개발, 협력, 평화 그리고 '안보 협력' 등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또한 "현재 정부는 굳건한 한-미 공조와 긴밀한 한-미-일 3국 협력을 바탕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 등 강력한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사회의 역량 결집 노력을 배가해 나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통령의 금번 아프리카 방문은 북핵 불용(不容)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충실한 이행을 포함 북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한 국제 공조를 공고히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끝으로 "그동안 우리 정부는 양자뿐 아니라 G22, ASEM, APEC, EAS 등 다양한 다자 정상회의를 적극 활용해 주요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해오고 있다"며 "특히 지난 3월 핵안보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핵무기 없는 한반도에 대한 비전을 재확인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 등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행동을 촉구했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의 상세한 설명은 이번 G7정상회의에서 폐막 직후 주요 7개국 정상들의 토의 성과를 담은 정상선언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이번 G7 정상 선언문에서는 북한과 관련해 "4차 핵실험과 연이은 탄도 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이 4주째 지연되고 있는, 북한 무수단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정도다.

    즉 이미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히 공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더욱 압박하기 위해서는 '외화벌이의 장(場)'인 아프리카에서 '우리 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다는 뜻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조선일보'의 사설은 日'산케이 신문'의 보도를 토대로 하고 있다. 이번 G7 정상회의 주최국은 일본, 호스트는 아베 신조 日총리였다.

    中공산당 정권은 물론 일본으로 귀화한 중국인들이 만든 '혐한 매체'에도 '찍' 소리 못하면서 번번히 한국 뒤통수만 노리는 아베 日총리가 G7 정상도 아닌, '옵저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무대의 주인공'이 되도록 놔뒀을까라는 자문(自問)을 해본다면, 답은 오히려 쉽게 나오지 않을까.

    '조선일보'의 사설처럼 '안보'가 중요하다면,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가장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아프리카와 동남아 공산국가들부터 '단도리'를 하는 게 먼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