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潘에 의견 같다면 전문성에서 불리… 외교에서 밀리고 경제는 김종인에게 밀려
  •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지난 25일과 26일, 대북정책에 관하 이야기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내세웠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지난 25일과 26일, 대북정책에 관하 이야기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내세웠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난 25일과 26일 제주도를 방문한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북한과 대화'라는 외교정책 메시지를 던졌다.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이 적잖게 당황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 가며 대화를 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남북 간 대화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6일에는 제주 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향한 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반 총장은 주로 친박계 대선주자로 거론된다. 그런 반 총장이 친박과는 다른 새로운 대북정책을 예고한 것이다. 반 총장의 최근 발언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이 끊임없이 대한민국에 화전 양면 전술로 대응해온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북한과 대화채널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반면, 반 총장의 '대화'를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친박(親朴)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가까운 대북정책으로 풀이된다.

    겉으로는 반 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이어받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지만, 문재인 전 대표로서는 되레 딜레마에 빠진 셈이 됐다. 반기문 총장이 야권의 주장을 포용한 대북정책을 내세우면서, 문 전 대표가 대북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차별점을 갖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전사 출신인 문재인 전 대표는 그간 더민주 내에서 안보 분야에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다. 문 전 대표가 19대 국회에서 상임위로 국방위를 맡은 것도 이런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더민주 내에서 안보를 함께 챙기면서도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인물로 비쳐졌다. 이는 외교와 국방을 약점으로 지적받는 더민주에서 효과적이었다. 실제로 더민주는 20대 국회에서도 국방 관련 전문가와 외교 전문가가 전혀 없는 상태다.

    문 전 대표는 단단한 안보 이미지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꾸준히 주장했다. 줄곧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이 '제재 일변도'라고 비판해왔다. 그런데 반기문 총장이 나타나 '북한과의 대화를 개인의 역량으로 풀어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외교 부문에서 반 총장에 더 유능하다 내세울 만한 지점이 없다. 즉, '내가 반 총장보다 외교를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해서는 설득력이 별로 없다.

    대안으로 반기문 총장의 대화 의지를 비판하는 방법이 있지만 실행되기 어렵다. 참여정부 시절 자신들이 펼쳤던 정책을 스스로 비판하게 되는 셈이어서다.

    더군다나 문 전 대표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대표에 '경제'분야를 맡겼다. 문재인 전 대표로서는 대선까지 외교와 안보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야 하지만 반 총장의 등장으로 강점이 상쇄될 판이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지난 25일 남북관계에 대해 언급했지만, 27일 비대위 회의에서는 국민연금과 사회안전망 등에서만 발언하며 손을 뺐다. 비대위 회의 직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반기문 총장과 국회법 등으로 경제 이슈가 묻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민생이 묻힐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