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출마 시사, 약간 일렀다고 지적… "남은 기간 대북 관계가 숙제" 전망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조정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 앞서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전화 인터뷰를 갖고 전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출마 시사에 대해 평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조정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 앞서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전화 인터뷰를 갖고 전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출마 시사에 대해 평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25일 제주 발언을 대권 출마 선언으로 해석하면서, 그의 대권 도전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을 밝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26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당사국인 한국에 들어와서 이렇게 강한 톤으로 대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며 "어제(25일) 제주 발언은 외교관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의미의 대권 시사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규정했다.

    다만 "유엔사무총장 임기가 남아 있는데 이렇게 성급하게…"라고 평해, 정치권 일각의 지적처럼 대권 출마 시사의 시기가 다소 빨랐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전날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에서 "내년 1월 1일 (유엔사무총장 임기 만료) 이후로는 한국민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고 결심할 것"이라며 대권 출마를 강력하게 시사했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아침 전직 외교장관 등 외교가 인사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발언이 확대해석됐다"고 수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해석대로 전날 발언은 누가 들어도 대권 출마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시기가 다소 이르다'는 정치권 일각의 지적대로 수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친박(親朴)은 대권 후보가 무주공산이고, 최근 충청권 대망론 이런 것들을 보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친박 후보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도 "정진석 원내대표가 산적한 당내 문제도 있고 원구성 협상도 있는데, 제주도에 내려가서 반기문 총장과 귓속말을 하는 것은 모양이 좋아보이지 않더라"고 지적했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 특히 친박계의 대권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여당(정진석 원내대표)과 청와대(이원종 비서실장)의 핵심 요직에 충청 출신 인사가 포진하고, 무산되기는 했지만 혁신위원장(김용태 의원)도 충청 출신 인사가 맡을 뻔 하는 등 최근의 여러 정국 상황이 반기문 총장 옹립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여권 핵심인 집권여당 원내대표와의 잦은 접촉이 노출되는 모습은 대권 가도에 마냥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제주에 머물면서 반기문 총장과의 접촉을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반기문 총장이 '발언 수위조절'에 나섬과 동시에 일정을 변경해 급거 상경했다. 이 역시 이같은 비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정치권 일각에서 의문시하는 반기문 총장의 권력 의지에 대해 "권력욕도 갖추고 있고 국제적 명성도 갖추고 있다"고 일축하며 "대북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역할을 하느냐가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북 관계가 숙제'라는 점은 반기문 총장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북한과) 고위급 대화 채널을 열고 있다"고 밝혔던 반기문 총장은 이날 제주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향한 길을 다시 찾아야 할 것"이라며 "유엔사무총장으로서 개인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해, 무산됐던 방북을 재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반기문 총장이 권력 의지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향후 대권 가도를 걷는 과정에서 당내 경선 등을 통해 관료로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강도 높은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비박(非朴)에서도 그리 용이하게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권 후보라는 게 그렇게 용이하지만은 않다"며 "비박에서 경선 과정에서 강한 검증을 할 것이기 때문에 외교가에서 살았던 관료로서 견디는 것이 힘은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남산 위의 소나무가 꺾일까, 그렇지 않으면 북풍한설(北風寒雪)에도 견뎌낼까"라고 질문을 던진 박지원 원내대표는 "우리 야권에서는 한 번 겨뤄볼만한 후보가 나타났다"고 나름 긍정적으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나 정의화 국회의장 등 이른바 '제4후보'를 자처하는 세력들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는) 대통령을 하면 잘할 분"이라면서도 "지금처럼 야권에 후보가 여럿 있다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는 탁 치고 나와서 국민과 당원의 심판을 받을 준비를 스스로 사람을 모아서 강하게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전 대표가 '탁 치고 나오는 게 부족하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에도 이러한 지적을 한 것과 관련해 "나도 (손학규 전 대표가 이제는 좀 치고 나와야 한다는) 그것을 기대하고 그렇게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정대철 상임고문과 접촉해 대권 도전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보도된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해서는 "현역 의원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겠느냐"며 "새 판을 짠다고 해도 교섭단체 등록을 못할 경우에는 아무래도 정치 현실에서는 변방 세력일 뿐"이라고 한층 더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