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70년 역사 속 '과오 없는 총장'으로 평가
  •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방한에 맞춰 연일 반 총장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국제기구 UN의 아시아 두 번째 사무총장이자, 한국인으로 첫 번째 사무총장이라는 상징만으로, 그의 방한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실 그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이유가 언론 조명을 받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반 총장의 방한을 기다렸다는 듯이, 정치권을 비롯한 국내외 매체 등에서 반 총장에 대한 언급이나 관련 사실을 탐사하여 보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분석이나 비평보다는 ‘비판’에 조금 더 가깝다.

    10년 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UN 사무총장에 도전하기 전까지, 우리 국민 다수는 UN의 구조와 시스템에 대해 아는 이가 드물었다. 막연히 평화와 안보를 위한 국제기구로 인식했지, 그 이상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다행히 한국인 UN 사무총장 선출로, 우리 국민들이 국제사회의 시스템이 ‘다자협력’ 의 의미로 확장되는 지금 시점에서, UN과 국제정치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반기문’ 에 대해 아는 만큼 ‘UN’과 ‘UN사무총장’은 잘 알지 못한다.

    영국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반 총장을 역대 최악의 총장이라고 혹평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일 뿐,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사실은 아니다. 제 4대 UN 사무총장이었던 쿠르트 발트하임(Kurt Waldheim)은 나치 장교 복무사실이 밝혀져, UN의 권위를 추락시킨 대표적 사무총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 6대 사무총장이었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Boutros Boutros Ghali)는 본인의 강력한 재임희망 의지에도 불구하고, UN사무총장으로서 가져야할 균형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미국의 반대로 재임에 실패하였다. 초대 사무총장이었던 트리그브 할브란 리(Trygve Halvdan Lie)가 국제사회 평화를 지키고자, 한국전쟁의 UN군 파병 결정으로 소련의 반대에 재임되지 못했던 장면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전임 사무총장이었던 코피아난(Kofi Atta Annan) 역시 임기말 이라크 석유 스캔들과 아들의 뇌물 수령 등 도덕성의 치명타를 입었었다. 사실상 2대 사무총장이었던 다그 함마르셸드(Dag Hammarskjols)와 3대 우탄트(U Thant), 그리고 현재 반기문 사무총장 정도만 UN의 70년 역사 속 과오가 없는 총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 총장의 퇴임 후 행보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말들이 회자된다. UN은 193개 회원국 모두의 이익을 대변하고 의견을 모으는 일종의 ‘협의 기구’ 이다. 따라서 안보리의 결의안 같은 매우 중요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찬성이나, 강제적 구속력을 가지지만 보통 권고안과 의결 사항에 대해서는 ‘no objection(반대하지 않는다)’ 이라는 표현을 하며, 에둘러 찬성을 표시한다. 사무총장 퇴임 후 정부 직 진출에 대해 UN에서 제한하는 결의안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권고안이자 적극적 구속력의 표현은 아니다.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후 본국 오스트리아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5대 사무총장이었던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Javier Perez de Cuellar)도 퇴임 후 본국 페루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었고, 실제로 총리를 역임하기도 하였다.

    대통령 선거에 나올지의 최대 변수는 ‘국민’과‘가족’, ‘본인’ 일 것이다. 정치권이나 다른 기관에서 여러 추측을 하며, 임기가 남은 사무총장의 행보를 가로막을 필요는 없다. 작년 UN 개발정상회의와, 파리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인류와 지구의 미래 100년이 걸린 ‘기후변화 협상’과,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이 두 가지를 성공적으로 발족시킨 것만으로도 그는 역사에 남을만한 업적을 만든 것으로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이번 방한에서도 ‘국제행사’ 위주로 참석하는 그는 연설 대부분을 ‘올해부터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가는 SDGs와 기후변화 이행을 위해 국제사회가 더 많은 노력을 해 달라.’ 고 역설할 것이다. 정작 연설을 하는 한국에서는 총장의 연설주제에 별다른 관심 갖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반기문 총장이 자신의 임무와 임기를 훌륭히 마칠 때,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더 큰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지금은 그의 공과에 대해 비판하기 보다는, 한국인 최초의 자랑스러운 UN사무총장으로서 응원하고 국민의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도움을 주어야 할 때이다.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