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북한 평화협정론 꺼내, 이슈 선점 포석 속 당 지도부와 입 맞추기?
  •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25일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의 청사진 제시를 요구했다. 전날에는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가 5.24 조치에 대한 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25일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의 청사진 제시를 요구했다. 전날에는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가 5.24 조치에 대한 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구조조정 문제에 이어 남북관계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여당에 청사진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김종인 대표는 2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서 아무런 이니셔티브를 안 가진 것 같다. 남북관계 해결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외형적으로 보기엔 중국도 북한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러시아도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진척은 없는 상황"이라며 "평화 협정 체결에 대한 보도가 신문에 날 것 같으면 북한과 미국 간 협상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중국이 주도해 지금까지 이끈 6자회담도 언제 개최될 것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청사진 제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종인 대표가 정부에 청사진을 요구한 것은 구조조정 문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슈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지만, 구체적 수단이 없다는 핑계로 정부에 압박만을 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구조조정 문제는 여야 간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상태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기본으로 북한의 태도변화가 대화의 전제 조건이라는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우선 대화를 촉구하는 야당과 원칙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

    게다가 김종인 대표는 지난 2월 15일에는 중국의 태도가 한반도 안보와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핵·미사일 발사 문제로 인한 국제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전개되고 있는 안보문제라고 하는 것이 한국 위험성을 조장해서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던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자 '미국-북한 간 협정론'을 꺼내며 정부의 태도를 이니셔티브가 없는 것으로 문제 삼은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 대표가 당 외부로 화제를 전환하면서 더민주 내부와 목소리를 맞추려는 시도로도 분석된다. 김 대표가 안보 문제에 대해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당내 세력들과 스킨십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전날 우상호 원내대표가 24일 "북한의 비핵화 위한 압박은 국제사회 공조하면서 유지하더라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 대화의 끈은 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과 궤를 같이 한다. 

    우 원내대표는 같은 날 남측위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남북관계 문제가 대한민국 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도 했다. 김 대표가 다음 날 비슷한 발언을 하면서 우 원내대표와 발을 맞춘 것이다. 

    김 대표는 그간 북한 등 외교 문제에 대해 당내에서 보수적이란 평을 들어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5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김종인 대표는 안보 문제에 관해선 어찌 보면 보수적이랄까, 깜짝깜짝 저희가 놀랄 정도의 그런 말씀도(한다)"라며 당 주류와 현저한 거리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