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부족한 김종인은 짐짓 선그어… '박원순계' 등에 업으려는 속셈
  •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자리 정책 콘서트'를 개최하며 정치행보를 이어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자리 정책 콘서트'를 개최하며 정치행보를 이어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한 정책콘서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정권교체를 강조했지만,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참석하지도 않은 안희정 충남지사를 언급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24일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성공사례 일자리 정책콘서트를 열었다.

    각 소속 단체장들의 정책 성공사례를 듣고 차기 국회에서 정책 자리를 의논하는 자리였다. 여기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양기대 경기도 광명시장, 이성 서울시 구로구청장, 정원오 서울시 성동구청장 등의 기초단체장이 나머지 자리를 메꿨다. 때문에 이 자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 행보로도 해석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18을 계기로 거의 1주일 간격으로 국회를 찾으면서 대권을 향한 정치 행보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는 행사 전에 사진촬영을 하면서 박 시장 옆에 서서 "여기 있으면 박원순 계보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우상호 원내대표는 정작 콘서트의 인사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한 묵직한 견제구를 날렸다. 현장에 참석도 하지 않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언급한 것이다.

    우 원내대표는 "안 지사가 와서 같이 의견을 나눴는데, 20대 국회 이후로 앞으로 대선을 치르면서 한국의 패러다임을 좀 바꾸자 했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중앙정부가 너무 비대하고 인사권을 휘두르면서 일 잘하는 지방정부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 증대돼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며 "좋은 사례를 발표해 주시면 국민이 대한민국 운영의 틀을 바꾸는 것으로 확장해서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 24일, '일자리 콘서트' 행사장에 뒤늦게 도착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연단에 오르면서, 불쾌한 듯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4일, '일자리 콘서트' 행사장에 뒤늦게 도착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연단에 오르면서, 불쾌한 듯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대로 박 시장이 체면을 구긴 채로 콘서트가 끝나는가 싶었지만 행사가 시작한 지 1시간 30여 분이나 지난 시점에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났다. 뒤늦게 참석한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우상호 원내대표의 '지방정부 역할증대론'에 반론을 꺼내면서다.

    김종인 대표는 "사실 일자리라는 것이 지자체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우 원내대표의 말에 선을 그었다.

    또 "중앙(정부)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투입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동안 중앙이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 놓고 최근 와서는 정부 재정지출이 일자리를 크게 만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국민이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도록 해서 정권을 쟁취해야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 행보'에 '정권 교체'를 강조하면서 호응한 셈이다. 우 원내대표와 시각차가 감지된 대목이다. 일종의 '신경전'으로도 풀이됐다.

    안 지사는 더민주 내에서 친노 대선주자로 분류된다. 문재인 전 대표와 비교적 각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몇 안 되는 주자다. 안 지사는 최근 '불펜투수론'을 들고나오면서 문재인 전 대표의 '대안'을 자처했다.

    겉으로는 비록 문 전 대표를 밀어내고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불펜투수는 선발투수가 건재할 때는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게다가 불펜투수는 선발투수가 강판당하지 않는 이상 마운드에 나설 수 없다. 때문에 안 지사의 '불펜투수론'은 문 전 대표가 밀리는 전세가 나오기 전에는 등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우 원내대표 역시 86운동권 출신으로 주류인 친노·친문의원 표를 얻어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계파상 친노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안희정 지사와 가깝다.

    반면 김종인 대표는 친노(親盧)와 마냥 좋을 수는 없는 상태다. 정무적 판단을 앞세워 친노로 분류되는 이해찬, 정청래 의원 등을 컷오프 하며 더민주를 원내 1당으로 만들었지만, 전대 연기론은 커녕 친문(親文)에 밀려 8말 9초로 퇴임 시기가 확정됐다. 4개월 안에 순순히 물러날 리 없는 김 대표로서는 당장 친문이 아닌 우호 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김 대표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대 국회에 '박원순계'를 원내로 진입시키며 당내 영향력을 높이려 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기동민 당선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가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때문에 더민주의 핵심에 있는 김 대표는 박 시장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더민주 투톱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5.18과 5.23등 문 전 대표가 돋보일 일정들이 끝난데다, 문 전 대표가 월말을 기점으로 원외로 물러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