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 대상 올랐던 정청래, 이해찬 등 환대하며 대조 이뤄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23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헌화하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더민주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23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헌화하는 모습이다. 오른쪽은 더민주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23일 낮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행사에 참석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 및 헌화를 하고 권향숙 여사를 예방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꽤 긴 시간이었지만, 김종인 대표는 일정을 소화하는 내내 말이 없었다.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나와서도 '어떤 말씀을 나누었냐'는 취재진의 말에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추도식 이후 유일하게 던진 말은 "(이해찬 당선인과는) 악수만 한 번 했다"는 짤막한 대답뿐이었다.

    김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이 많다. 평소 김 대표가 더민주의 대표직을 맡은 후 가는 곳마다 경제 이야기를 즐겼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협력사 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도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를 주도했다. 추도식에서 보여준 조용한 모습과는 크게 대조됐다.

    김종인 대표가 묵묵부답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대표가 현장의 분위기에 크게 위축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대표를 향한 봉하마을의 싸늘한 시선에 김 대표가 말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당초 김 대표는 더민주의 대표직을 맡으면서 친노패권주의와 정당 내 운동권 문화의 청산을 외쳤다. 그는 친노 의원들을 잘라내는데 거침없이 공천권을 휘둘렀다.

    김종인 대표 체제에서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는 친노로 분류되는 임수경 의원과 정청래 전 최고위원 등의 공천을 배제했다. 뿐만 아니라 친노의 수장 격인 이해찬 의원까지 컷오프 대상에 올렸다. 김 대표는 이 의원의 컷오프에 대해 "정무적 판단"이라는 이유를 댔다. 이날 봉하마을을 방문한 친노(親盧)의 입장에서 김 대표는 달가울 리 없는 손님이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서는 공교롭게도 김 대표가 낙천시키려 애썼던 이해찬 의원이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박수를 받으며 맨 처음 연단에 섰다. 봉하마을에서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은 이해찬 의원은 인사말에서 김종인 대표가 보란 듯이 여전한 친노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나섰다. 김 대표로서는 속이 쓰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의원은 "노무현 재단은 많은 후원에 힘입어 이제 착실하게 하나씩 기념관과 센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봉하마을과 서울 종로구 창덕궁 옆에 각각 기념센터를 지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후 이어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상물에서도 김종인 대표를 향한 '디스'는 계속됐다. 영상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육성이 흘러나왔다. 여기서 김 전 대통령은 "독재자에게 고개 숙이고 아부하고 벼슬하고 이런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영상이 방영된 것이다. 예전에 김종인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당시 국보위에 참여한 바 있다. 독재자 밑에서 벼슬을 한 셈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추도식을 보러온 관람객들은 김 대표에 야유를 퍼부었다. 가는 곳마다 "이해찬 의원을 복당시켜라!"라는 고함이 그를 따라다녔다.

    지난 18일 호남에서도 크게 환대를 받지 못했던 김 대표는 결국 김해에서도 차가운 공기를 느껴야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봉하마을은 김 대표에 적지(敵地)나 다름없다"며 "침묵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자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