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봉하는 대체 어디기에 친노 아니면 못 가나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폴리스라인에 의지해 우산을 받쳐들고 추도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해(경남)=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폴리스라인에 의지해 우산을 받쳐들고 추도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해(경남)=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대한민국 영토인데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이 한반도 북녘 뿐이 아닌, 저 남쪽에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가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의 추도식을 찾겠다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고 욕설과 야유를 보내는 곳이 있었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7주기 추도식이 엄수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식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해에 일찌감치 천정배·김한길·박지원·안철수 등 야권 지도자들을 상대로 욕설·야유와 함께 물과 흙을 끼얹어 내쫓았던 친노떼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4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밀입국자(?)들을 '엄단'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원내 38석의 제3교섭단체 대표로서 전직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하는, 어찌보면 당연한 행동을 하는 안철수 대표 측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하기에 앞서 "물병을 몇 개나 준비해놓았을까"라며 "나도 맞으려나"라고 하기도 했다.

    이날 여야 3당 중 국민의당이 가장 먼저 김해 봉하마을 어귀에 도착했는데도,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한동안 주차장 내의 버스에서 대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도보로 이동할 경우 불미스런 사태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후 도보가 아닌 버스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망인 권양숙 여사의 사저 앞까지 이동해 거기에서 바로 사저로 들어갔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가 사저로 들어가자, 청중들은 사저 입구를 둘러싸고 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돌아가라"며 "와 자꾸 분란을 일으키노"라고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사저로 들어간 지도부와는 달리 걸어서 추도식장으로 향하는 국민의당 의원 및 당선인들에게 달려들어 "배지를 떼부려"라며 "느그는 민주주의할 자격 없어"라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

    이윽고 오후 1시 47분 무렵, 추도식 시작을 10여 분 앞두고 안철수 대표 등 국민의당 지도부 일행이 사저에서 나와 추도식장으로 향하자, 친노 성향 참석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조롱과 비난, 야유와 욕설에 열을 올렸다.

    "합당하라"고 소리치는 것은 양반이고, "안철수는 철수하라"는 외침에, "야, 이 양아X 새X야, 안철수가 여길 왜 와"라고 고성을 지르며 달려들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폴리스라인에 의지해 우산을 받쳐들고 추도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해(경남)=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폴리스라인에 의지해 우산을 받쳐들고 추도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해(경남)=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추도식을 모두 마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묻힌 너럭바위 앞에서 헌화·분향을 마친 국민의당 지도부는 묘역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재차 봉변을 당했다.

    경찰들이 간신히 튼 한 갈래 좁은 길을 따라 이동하는 국민의당 지도부를 향해 이들을 둘러싼 참석자들은 거침없이 조롱과 야유, 욕설을 퍼부었다. 애시당초 이들이 그들이 그리워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을 위해 먼 길을 왔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참석자들은 "당 깨갖고 좋으냐" "안철수가 왜 왔느냐"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등 갖은 비난을 쏟아부었다. 먼저 길을 뚫던 천정배 대표 일행이 우산을 펼쳐들어 혹시나 지난해처럼 날아들지도 모르는 물병에 대비하는 자세를 취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아주 에워싸는구만"이라고 비웃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오후 3시 8분 무렵 국민의당 지도부가 권양숙 여사의 사저로 접근하자, 비난과 욕설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안철수 개XX야" "씨X" 같은 말은 예사였다. 안철수 대표의 곁에서 굳은 표정으로 이동하던 박지원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정신 차려라"와 같은 비난이 가해졌다.

    뒤이어 국민의당 주승용 전 원내대표와 유성엽 전 원내수석부대표, 이용주 당선인이 사저로 향하자, 청중들은 그들에게도 "빨리 집에나 가라"고 조롱했다.

    반대로 친노·친문 패권 성향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에는 이들은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내 대조를 이뤘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사저에 들어선 이후에도 참석자들이 계속해서 사저 정문을 에워싸고 있자, 노무현재단 측은 안철수 대표 등을 경호동을 통해 나가도록 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동을 통해 측면으로 나오는 안철수 대표 일행을 향해서도 청중들은 따라가며 조롱과 야유,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폴리스라인에 의지해 우산을 받쳐들고 추도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해(경남)=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폴리스라인에 의지해 우산을 받쳐들고 추도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김해(경남)=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추도식에 참석한 이들을 대하는 참석자들의 모습으로 볼 때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을 맞아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전 국민이 이를 추도하기보다는, 친노 그들끼리만 추도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 국민에게 친노식 사고방식을 강요하려는 그들의 파쇼적인 행태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날 많이 나왔던 말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럼 봉하마을은 어디이기에 오지 못할 국민이 있는 것일까.

    엄연한 대한민국 대통령이 묻혀 있는 곳을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가 추도차 찾겠다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는 말이 나오는 걸 보니, 이미 봉하마을은 특정 정치 세력의 유일 지도 체제로 '독립왕국'화 돼 입국사증(비자)이라도 발급받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하는 땅이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사를 낭독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통합"을 입에 올렸다. 반면 이 추도식에 참석한 청중들은 자신들과 정치 성향이 다른 정당의 지도부를 향해 "양아X" "개새X" 등의 욕설을 거침없이 입에 올렸다. 그렇다면 친노는 '양아X' '개새X'들과의 통합을 추진하려 한단 말인가. 이런 만행을 펼치고서 무슨 '통합'을 입에 담는지 의아했다.

    한 참석자는 이 아비규환을 담는 종합편성채널 영상기자를 향해 "야, MBN! 촬영한 그대로, 사실 그대로만 방송하라"고 고성을 질렀다. 덜 것도 더할 것도 없이 사실 그대로만 내보내도 '그들만의 공고한 패권 세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당선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친노 세력이 세월이 가도 줄어들기는 커녕 더 강해져만 간다"고 주장했다. 확실히 4·13 총선을 통해 더민주 내에서 친노 세력은 더욱 강해졌다. 이제 더민주는 그냥 '친문패권당'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강해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반대 세력들을 모조리 축출하고 쫓아낸 한줌 친노 세력들은 이날 봉하마을에서도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들은 확실히 이날 이 송곳 꽂을 땅에서 '대세'고 '주류'였다. '그들만의 패권세상' 속에서 나날이 강해져만 가는 친노·친문패권주의자들이 반대파들에게 마음껏 '봉변'을 주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이 어떤 생각을 갖는지는 이들에게는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