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학교 에어컨도 못트는데 혁신학교 예산 68억"…학부모 25%만 찬성해도 신청가능
  • 서울시 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이 2018년까지 '혁신학교'를 200개로 늘리겠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서울시 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이 2018년까지 '혁신학교'를 200개로 늘리겠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서울교육청이 2016년도 하반기까지 '서울형 혁신학교'를 130개교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23일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혁신학교'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오는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관내 초·중·일반고를 대상으로 2016학년도 하반기 '서울형 혁신학교' 지정을 위한 공모를 실시한다"며 "10개교 내외를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 내 '혁신학교'는 초등학교 76곳, 중학교 32곳, 고등학교 11곳 등 119곳. 오는 7월에 2016년 하반기 혁신학교 공모가 완료되면 130개교가 된다.

    조희연 교육감은 2018년 서울형 혁신학교를 200개로 늘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는 명분으로 곽노현 前서울 교육감이 재임 중이던 2011년부터 지정·운영됐다.

    이후 우파 성향의 문용린 前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잠깐 그 수가 정체됐으나, 이후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혁신학교'가 증가하는 가운데 관련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은 꾸준히 지적됐다. 혁신학교 내에서도 교사들 간의 갈등,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 아이들의 학교 부적응 문제 등이 계속 제기됐다.  

    한 예로 2014년 강남 소재 '중산고등학교'는 교육청에 의해 혁신학교로 지정됐지만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로 지정을 철회한 바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에 따르면 혁신학교 교사 간의 갈등, 교사와 학부모의 갈등이 생겨 2016년 혁신학교 재지정을 포기한 학교도 있다고 한다.

  • '서울시 혁신학교'인 가재울 초등학교와 위례별 초등학교가 지난 4월 28~29일 각각 개교식을 가졌다. ⓒ 뉴시스
    ▲ '서울시 혁신학교'인 가재울 초등학교와 위례별 초등학교가 지난 4월 28~29일 각각 개교식을 가졌다. ⓒ 뉴시스


    이처럼 '혁신학교'에 대한 '교육소비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점차 커지자 '혁신학교 200개교 지정'을 목표로 한 서울교육청이 2016년 하반기 공모 사업부터 일부러 지원 문턱을 낮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혁신학교'로 지정이 되려면, 교원 과반수와 학교운영위원회 과반수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에 학부모들이 참여를 하기 때문에 '반대' 의사 또한 중요했다.

    하지만 이번 하반기부터는 교원의 동의율이 50%를 넘거나 카카오톡 등 SNS,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투표에 참여한 학부모가 절반을 넘고 그 중 50% 이상이 찬성하면 되도록 했다.

    즉 전체 학부모의 50%가 투표에 참가하고, 25%만 찬성해도 '혁신학교'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승인은 여전히 '혁신학교' 신청의 전제 조건이지만, 학부모들의 뜻은 이제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교사들은 학부모가 '혁신학교'를 원하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혁신학교 지정 첫해에는 전입 희망교사를 지원받지만, 이후부터는 강제적으로 '추첨'을 통해 교사를 배정 발령한다.

    '혁신학교'에 투자하는 비용이 일반학교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 교총 관계자는 "혁신학교는 연 5,500만원을 추가 지원받는다"며 "일반 공립학교는 학교 기본 운영비가 부족해 더운날에도 아이들을 위해 에어컨을 틀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희연 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 없어서 편성 못하겠다고 하더니 2016년 혁신학교 예산으로는 68억 원이나 배정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돈을 들이는 '혁신학교'지만 학업 성취도는 형편없는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는 기초학력이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학생이 일반학교에 비해 3배 많았다고 한다.

    때문에 학부모 사이에서는 '혁신학교'를 기피하고, 일반 중·고교에 진학시키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4년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다르면 혁신학교는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이 전국고교평균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
    ▲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4년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다르면 혁신학교는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이 전국고교평균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


    더 큰 문제는 '혁신학교'를 늘리겠다는 서울 교육청의 사고방식 자체다.

    "혁신학교에서는 어떤 교육을 시키느냐"는 질문에 서울 교육청 관계자는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을 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그러니까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이 구체적으로 뭐냐"고 재차 묻자 뜬금없이 '알파고' 이야기를 꺼내며 "인공지능이 해낼 수 없는, 감성적이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교육"이라는, '뜬구름 잡는 대답'만 했다. 

    이처럼 '혁신학교'의 '혁신'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 못하는 서울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 6월 말까지 200개의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 중이다.

    한편 서울교육청은 "2016학년도 하반기에 지정되는 '서울형 혁신학교'는 '서울시 혁신학교 조례' 개정에 따라 운영 기간을 늘려 평균 4년 6개월간 진행된다"고 밝혔지만 해당 조례 개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