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손학규, 정치결사체 정의화… 노욕의 정치인은 '비례대표' 버리고 떠날까
  • 독선적 카리스마를 보여왔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최근 이렇다 할 말없이 형세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며 제창을 불허한 정부에 대해서도 맹비판을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독선적 카리스마를 보여왔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최근 이렇다 할 말없이 형세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며 제창을 불허한 정부에 대해서도 맹비판을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20대 국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계와 운동권 인사들을 필두로 진용을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독선적 카리스마를 보여왔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최근 이렇다 할 말없이 형세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김종인 대표는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새로 꾸려지면서 되도록 충돌을 피하고 협조에 나서고 있다. '운동권 문화 타파'를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86 운동권' 출신의 우상호 원내대표와도 역할분담에 나서는 등 호흡을 맞추고 있다. 

    당초 김종인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12일 광주에서 열린 20대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으나 일정을 바꿔 참석해 특강을 진행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정국에도 5·18 당일 전까지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행사 당일에는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기까지 했다. 

    김종인 대표는 제창을 허락하지 않은 정부를 향해서도 "정부가 너무 옹졸하게 생각한다"며 "합창만 허용한다는 것은 아집에 사로잡힌 결정"이라며 맹비판했다. 

    지난달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친문 세력을 향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親文)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하려고 한다"거나 "문재인 전 대표와 단둘이 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등 신경전을 벌이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종인 당 대표 추대론'이 물 건너가고 당무위원회를 통해 전당대회 일정을 8월~9월로 정하면서 김 대표의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종인 대표의 당권이 약 4개월 후 전당대회까지만 유지되는 현 상황도, 우상호 원내대표와 역할을 분담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경제에 관한 굵직한 문제는 김종인 대표가, 민생 현안이나 정치 쟁점들은 우상호 원내대표가 맡는다.  

  • 더불어민주당은 친노·친문과 운동권 세력이 당내 주도권을 장악해가는 추세다. 우상호 원내대표 등의 86그룹과 참여정부 인사 및 '문재인 키드'들이 대거 20대 국회에 입성하면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친노·친문과 운동권 세력이 당내 주도권을 장악해가는 추세다. 우상호 원내대표 등의 86그룹과 참여정부 인사 및 '문재인 키드'들이 대거 20대 국회에 입성하면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처럼 김종인 대표의 당내 입지는 약화 돼가는 모양새지만, 더민주의 친노·친문과 운동권은 당내 주도권을 장악해가는 추세다. 문재인 전 대표라는 대권 주자를 앞세워 내년 대선까지의 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더민주는 4·13 총선을 통해 원내 1당의 지위를 획득했다. 부산 5석, 경남 3석, 대구의 김부겸 의원까지 영남에서 9석을 확보하면서 전국정당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우상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기동민 원내대변인 등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이 대거 원내 지도부로 진입했다. 

    김경수, 고용진, 최인호 당선인 등 '노무현 청와대' 출신 당선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등 '참여정부 사람들'도 대거 당선됐다. 문재인 전 대표의 대표 시절 영입된 '문재인 키드'들도 선전하면서 친노-친문 세력은 여전히 당내 다수파임을 재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했지만 내년 대선까지 더민주에 남아있을 지도 관건이다. 

    내년 대선 환경은 지난 2012년과는 이미 달라졌다. 

    국민의당이 창당하면서 3당 체제가 자리를 잡았고 안철수 대표는 후보단일화 없는 완주 의사를 밝혔다. 최근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새 판 짜기에 앞장서겠다'며 사실상 정계복귀를 선언했고, 정의화 국회의장도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추진하며 10월 창당을 시사하면서 제4의 길도 거론되고 있다. 

    임기가 약 4개월 남은 김종인 대표가 당 내외 민감한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며 불필요한 다툼을 피하는 동시에, 흐름에 편승하는 것도 이같은 정치 판세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종인 대표는 총선 전부터 "당 지도부가 성립되면 내가 홀연히 떠날 수 있을테니 그 점은 관심을 별로 안가져도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지난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참석해 '새판 짜기에 앞장서겠다'며 정계복귀를 암시하면서 내년 대선에서는 제4의 길도 거론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지난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참석해 '새판 짜기에 앞장서겠다'며 정계복귀를 암시하면서 내년 대선에서는 제4의 길도 거론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