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아직 간 덜 봤느냐" 피켓 항의 받고 6주기 때는 흙 맞아세 넓힌 친노·친문, 원내 1당 더민주 다수파…낙동강 벨트도 확보
  •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가 지난 1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당시 안철수 대표는 친노 성향 지지자의 피켓 시위가 벌어지는 등 냉대를 받은 바 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가 지난 1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당시 안철수 대표는 친노 성향 지지자의 피켓 시위가 벌어지는 등 냉대를 받은 바 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나와 제3당으로 자리매김에 성공한 국민의당이 봉하마을에서 환영받을까. 야권은 오는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를 맞이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는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지난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이어 이번에도 소속 의원 모두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추도식 방문에 앞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사업장 등을 방문해 위기에 놓인 조선산업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등은 행사 전 부산에서 최고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부산·경남 민심 다지기에도 나선다. 

    특히 국민의당은 당초 핵심 지도부를 제외한 인사들은 자율적으로 추도식에 참석에서 참석하려 했으나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원 참석으로 방침을 정했다. 

    이는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탈당한 인사들 중심으로 창당한 국민의당이 친노 세력의 중심지를 방문하면서, 국민의당에 대한 반감을 줄여보고 지지를 호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1월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도 "친노 패권주의 낡은 진보라며? 아직도 간 덜 봤느냐"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시민들을 마주하는 등 싸늘한 반응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안철수 대표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의 리턴매치가 예정된 만큼,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친노 세력의 반감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주기 추도식에서 당시 안철수·천정배·김한길·박지원 의원 등은 친노·친문 성향 군중들로부터 물과 흙 세례를 받는 등 봉변을 당했다. 사방에서 욕설과 비난도 이어졌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달에도 더민주 문희상 의원으로부터 국회의장 선출을 도와달라는 전화에 "친노라서 안 돼"라는 등 친노 세력을 자극한 발언을 했다. 

    친노 진영의 세력도 이전보다 확장된 상황이다. 더민주는 이번 4·13 총선에서 20대 국회 제1당에 오른 데다 부산·경남(PK)에서 '낙동강 벨트'를 형성하는 등 영남권에서도 지지를 얻고 있다. 친노·친문진영은 여전히 당내 다수파임을 재확인했다. 

    따라서 이번 7주기 추도식에서 친노 세력을 위시한 현지 야권 지지층이 봉하마을을 방문한 국민의당을 '푸대접'할지 그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 지난해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나서던 김한길 의원에게 물이 흩뿌려지고 흙덩이가 던져지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지난해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나서던 김한길 의원에게 물이 흩뿌려지고 흙덩이가 던져지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번 추도식에서는 내년 더민주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전 대표는 노무현재단 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추도식을 주관할 예정이다. 안희정 지사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로 불리는 등 친노계로 분류된다.

    다만 안희정 지사는 지난 20일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고 불펜 투수로서 몸을 풀고 그래야 한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재차 내비쳤다. 

    더민주의 텃밭이었던 호남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입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더민주 총선 호남참패에 대해 "호남 민심이 나를 버린 것인지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정계 은퇴' 약속이 문재인 전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안희정 지사가 불펜 투수로서 등판하기 위해선 문재인 전 대표가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뜻인데, 두 사람의 만남이 안 지사의 말처럼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우정과 우애를 나누는 자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