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악행…거센 비난
  • 강남역 10번출구 앞 피해여성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가득하다. ⓒ 연합뉴스
    ▲ 강남역 10번출구 앞 피해여성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가득하다. ⓒ 연합뉴스

    여성을 상대로 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이 발생한지 나흘이 지난 21일 강남역 10번 출구는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7일 새벽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의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23세의 여성이 화장실에 숨어있던 34세 남성에게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를 입은 여성과 가해자 남성은 일면식이 없는 사이로 이번 범행이 '묻지마 살인'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경찰 조사 중 가해자 남성은 "사회생활 중 여성에게 무시당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해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 강남역 10번 출구 앞은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으로 가득하다. 강남역 10번 출구 앞 추모현장은 지난 18일 부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시민들이 두고간 국화 꽃도 1600여 개나 된다. 20일 오후 7시 30분부터는 시민 100여명이 참가해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집회도 열렸다.

    강남역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번화가에 있는 한 쇼핑몰 앞에는 피해 여성을 애도하는 포스트잇 수백 장이 붙여져있다. 대전과 대구의 지하철역 출구 근처에도 강남역 10번 출구와 같은 '추모의 벽'이 마련됐다. 고려대·성공회대·영남대 등 대학 캠퍼스에도 추모 게시판이 설치 됐다.

    강남역 추모 현장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더 이상 혐오범죄, 분노범죄, 묻지마 범죄가 없도록 이 병든세상을 치유해 가겠다. 현장과 기억보존 조치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 김모씨의 정신분열증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교회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고 진술했지만 실제로는 교회 여신도들과 거의 접촉이 없었다. 지난 3월 말 교회 일을 그만둔 그는 강남역 일대 건물 화장실과 계단 등에서 쪽잠을 자면서 지냈다. 생계는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 등으로 해결했지만 적응이 어려워 여러 업소를 전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 시민이 만든 추모 공간…"도 넘은 그들의 행동"

  •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회원이 추모 현장으로 보낸 화환 ⓒ 인터넷 커뮤니티
    ▲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회원이 추모 현장으로 보낸 화환 ⓒ 인터넷 커뮤니티

    한편 피해 여성의 추모 열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보낸 화환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 맙시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노무현 외 일동"이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은 피해 여성과 추모에 동참한 시민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또다른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강남역 10번 출구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을 제거하거나 화환을 쓰러뜨릴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를 행동에 옮기면 돈을 지급하겠다는 글도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몰지각한 일부 네티즌의 행동에 현장 시민들은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피해 여성을 조롱하는 문구가 적힌 리본을 잘라내고 화환에는 "사회의 악 일베 OUT!" 등의 내용이 적힌 포스트잇을 붙이는 등 분노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