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러시아의 對유럽 수출 가스량 절반, 미국산으로 바뀔 가능성도
  • ▲ '포린 어페어즈' 온라인판 15일자에 실린 분석 기사. 2020년이면 미국산 셰일가스가 유럽 시장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져 러시아의 對유럽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린 어페어즈 관련기사 화면캡쳐
    ▲ '포린 어페어즈' 온라인판 15일자에 실린 분석 기사. 2020년이면 미국산 셰일가스가 유럽 시장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져 러시아의 對유럽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린 어페어즈 관련기사 화면캡쳐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 멕시코만(灣)에서 채굴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가 대서양을 가로질러 유럽으로 가는 배에 실렸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가스 전쟁’을 알리는 첫 발이었다.”

    지난 5월 15일(현지시간) 美외교관계협의회(CFR)가 발간하는 국제문제전문지 ‘포린 어페어즈’ 온라인 판에 실린 분석 기사의 서두다.

    이 기사는 국제문제 컨설팅 회사 ‘아날리티카’의 ‘니코스 차포스(Nikos Tsafos)’ 대표가 썼다. 그는 ‘미국, 러시아와 가스 전쟁?’이라는 기고문에서 美멕시코만에서 채굴한 LNG의 유럽 수출이 러시아의 대유럽 영향력을 크게 축소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가스 공급을 놓고 휘둘렀던 러시아의 전횡으로부터 유럽 전체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코스 차포스’는 2020년까지 미국의 대유럽 LNG 수출 규모가 800억 ㎥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의 분석은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지난 4월 21일 선적한 LNG를 ‘포르투갈’에 판매한 데 이어 조만간 영국, 프랑스에도 수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셰일가스 생산단가 하락과 생산량 증대에 힘입어, 1975년부터 금지된 원유 및 가스 수출이 40년 만에 풀리자 美에너지 기업들은 유럽으로의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럽은 현재 연 4,000억㎥의 천연가스를 소비하는데 이 가운데 1,600억㎥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니코스 차포스’는 2020년 이 가운데 절반을 ‘미국산’으로 대체하게 되면, 러시아는 ‘가스 공급’을 앞세워 유럽을 압박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러시아가 유럽을 압박하는 수단 가운데 천연가스는 가장 강력하다. 2014년 4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크림반도를 둘러싼 충돌이 일어나기 전인 2009년 서유럽의 ‘가스 위기’ 때나 그 이후로도 러시아는 EU 회원국과 동유럽을 압박할 때마다 ‘가스 공급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럽의 ‘반격 카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뿐이었다.

    하지만 셰일 에너지가 넘쳐나는 미국의 ‘가스 수출’ 카드로, 러시아의 對유럽 압박카드는 갈수록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미국의 ‘셰일 가스’ 대량 수출은 필연적으로 세계 천연가스 시장 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유라시아 대륙 최대의 가스 수출국인 러시아와 2위인 노르웨이에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니코스 차포스’는 “여기서 ‘천연가스’ 가격 하락은 유라시아 대륙의 국제역학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면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 하락의 압력을 받은 러시아는 결국 이에 대한 ‘부정적인 반작용’을 유럽, 특히 동유럽에 끼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대외적 영향력에 도전하는 것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호주의 경우에도 셰일 에너지 생산을 늘리면서 몇 년 이내에는 천연가스 수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때 호주는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의 거대 천연가스 소비국인 한국, 일본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고, 소비자를 잃은 중동 국가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남부 유럽과 중부 유럽, 터키 등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도미노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호주가 러시아와 직접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니코스 차포스’의 분석대로라면 2020년 러시아의 對유럽 영향력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쪼그라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유럽은 2020년에도 여전히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에너지 자원과 관련해 러시아에 기대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니코스 차포스’의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유럽과 러시아 간의 관계에서 새로운 변수 하나가 나타날 수도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2017년부터 사해 지역의 셰일 에너지 채굴을 본격적으로 시작, 팔레스타인 지역은 물론 인근 이집트, GCC(걸프협력회의) 회원국에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가스 수요가 나날이 커지는 터키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이 인근 우호국과 손을 잡고 셰일 가스를 남유럽과 동유럽에 공급하게 되면, 러시아의 對유럽 영향력은 예상보다 더 빨리 줄어들 수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