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통해 풀어본 1960~2010년대 대한민국 '소비 문화 변천사' 눈길
  • ▲ KBS 드라마 '여로(旅路)'의 한 장면.  ⓒ 네이버 DB
    ▲ KBS 드라마 '여로(旅路)'의 한 장면. ⓒ 네이버 DB

    1972년 4월 2일부터 211회 방영된 KBS 드라마 '여로(旅路)'의 폭발적 인기는 본격적 일일연속극 붐을 몰고 왔다. 바보 남편 장욱제와 그를 섬기는 아내 태현실의 연기는 매일 밤 7시 30분 전국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 시간만 되면 영화관의 관객들마저 영화를 보다 말고 휴게실로 몰려가 텔레비전을 보고 돌아오는 바람에 아예 20분간 상영을 중단하기도 했고, 도둑맞는 집과 밥을 태우는 집도 많았다.

    여기에 힘입어 '여로'라는 이름의 과자와 다방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금성TR 텔레비전 광고의 헤드라인과 같이 "더 좋은 TV는 없을까"라는 소비자의 기대감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텔레비전의 판매 증대를 가져왔다.

       - 김병희 著 '광고로 보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소비문화사' 중에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지금도 중장년층이 가끔씩 인용하는 금성사(LG전자의 전신)의 1970년대 텔레비전 광고의 카피다. 구매의 신중함을 권고하면서 은근히 자사 제품을 자랑하는 이 절묘한 카피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대중적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단말기를 공짜로 제공한다며 새 것으로 바꾸라고 유혹하는 광고 메시지에 따라 1년이 멀다하고 스마트폰을 바꾸는 요즘의 소비행태와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이 매일 접하고 있는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잡지, 그리고 스마트 미디어에는 지금도 수많은 광고가 노출되고 있다. 소비자는 광고를 보고 구매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광고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기 때문에 시기별 광고를 통해 당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과연 1960년대 무렵부터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우리 소비생활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우리는 일상에서 테크놀로지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을까?

    대중화된 미디어 테크놀로지 광고물을 분석, 한국 사회에서 '생활형 테크놀로지'의 소비문화가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탐색해보는 책이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최근 '광고로 보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소비문화사(서울경제경영)'를 펴낸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신화'란 문화적 가치관을 묘사하는 환상의 형태로, 이야기나 인물을 형상화하는 것인데 '현대 광고'는 그러한 신화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현대 광고는 상품 판매의 한 가지 수단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넘어서서 소비문화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한편, 상품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담당해 경제 활동을 촉진시켰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광고와 소비문화에 대해 문화사적으로 접근한 연구나 저술은 있지만, 광고를 통해서 테크놀로지의 소비 문제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저술은 드물었다"며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연구의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이자, 우리나라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소비문화사'를 재구성해보는 첫 걸음"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1960년대 이후부터 2010년대까지의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총 5가지 제품군(영상·음성·기록재생·통신·컴퓨터 제품)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제품에 관련된 광고들을 시기별로 분석해 우리나라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시기별 추이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현대적 의미의 소비의식이 잉태된 시기를 1960년대로 규정한 저자는 이때부터 2010년대까지를 총 6단계로 세분화해 한국 소비문화가 태동기와 형성기를 거쳐 성장 곡선을 그리다 새로운 소비문화로 전환기를 맞고 있는 '소비문화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따라서 이 책은 테크놀로지의 소비 가치가 광고에 어떻게 투영돼 왔는지를 살펴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광고에 나타난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변화 양상을 추적함으로써, 우리나라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소비 행태의 향방을 전망해보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 ▲ KBS 드라마 '여로(旅路)'의 한 장면.  ⓒ 네이버 DB



    <책 소개>

    광고로 보는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소비문화사 : 1960년대부터 대중화된 미디어 테크놀로지 광고물을 분석하고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소비 경험을 알아봄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생활형 테크놀로지의 소비문화가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탐색해본 책.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광고에 나타난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변화 양상을 추적, 우리나라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소비문화사를 재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저자 소개>

    김병희 :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석사를 거쳐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으로 옮기기 전, 광고회사 선연에서 카피라이터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한 시절을 보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광고학과 교환교수, ≪광고PR실학연구≫ 편집위원장,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한국언론학회, 미국광고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기관의 광고 PR 정책 자문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