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언론 만나 “北 ‘세계 비핵화’ 주장, 한반도 비핵화 논점 흐리기 위한 의도”
  • ▲ "난 누구? 여긴 어디?" 北선전매체 조선중앙TV에 보도된 김정은의 멍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난 누구? 여긴 어디?" 北선전매체 조선중앙TV에 보도된 김정은의 멍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6일부터 열린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한 말에 대한 외부세계의 반응은 차갑다. “수십 년 동안 해왔던 말을 또 했다” “대외선전을 하려다 오히려 내부 문제만 드러났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정부 또한 마찬가지 반응이다.

    외교부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선전매체들이 보도한 김정은의 ‘사업총화 보고’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는 “김정은의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의도”라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핵무기 관련 발언을 가리켜 “지금까지 해 온 주장과 기존 입장을 모두 합쳐서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말을 살펴보면, 핵무기 개발 및 경제 개발 ‘병진노선’을 북한 노동당의 항구적 전략으로 제시했고, 스스로를 ‘핵보유국’이라고 부르며 “핵 전파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면서 ‘세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핵·경제개발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으로 제시한 것은 오히려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자신의 입으로 강력히 표명한 것”이라며 “김정은이 말한 ‘핵보유국 지위’와 ‘세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한 노력’ 등의 표현도 북한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특히 국내 일부 언론이 대서특필한 ‘비핵화’라는 단어에 대해, “북한은 전 세계가 핵무기를 폐기하기 전까지는 비핵화 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라며 “세계 비핵화 개념과 핵보유국 개념을 합치면, 한국 사회에서 생각하는 ‘비핵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노동당 대회에서 “자주권을 침해받지 않는다면 핵선제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모순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북한이 정부, 정당, 어용단체 명의의 특별 성명이나 김정은의 발언 등을 보면 이미 여러 차례 핵 선제타격을 언급한 바 있고, 노동당 대회 기간 중에도 리명수 北인민군 총참모장이 핵무기를 발사대기 상태로 놔두고 김정은 지시만 있으면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보면, “핵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말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풀이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한 말을 종합하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초점을 흐리기 위한 의도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일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의 충실한 이행을 포함,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말한 ‘세계 비핵화’ 부분 이외에도 북한이 미국 정부에 요구한 ‘평화협정 체결’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금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북한 비핵화”라면서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 등의 문제로 호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