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평가위 김병희·심재철 교수 '뉴스 어뷰징과 검색 알고리즘' 출간

  • 얼마 전 가수 겸 배우 손지창이 '투유프로젝트 슈가맨'이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90년대 인기 절정을 달리다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떠났던 손지창의 등장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 자연히 동시간대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손지창이라는 이름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손지창과 결혼한 배우 오연수의 이름도 함께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포털사이트 연예 부문 주요 기사에도 이들을 소재로 삼은 기사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선 손지창의 TV 출연과 전혀 무관한 엉뚱한 얘기들을 해당 기사 본문에 녹여내 읽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소위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작성된 '어뷰징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올라오게 된 것.

    이들 기사들은 대부분 손지창-오연수 부부와 관련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과 TV프로그램의 주요 내용들이 두서없이 짜깁기된 형태를 띠고 있었다.

    손지창의 데뷔 과정을 잘게 쪼개, 각각의 내용을 포털사이트에 송고하는 기사들이 넘쳐났고, 일부 언론사는 사실상 화제와는 동떨어진, 오연수의 '비키니신 촬영 에피소드'를 본문에 우겨 넣는 황당무계한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뉴스 어뷰징 폐해, 어떻게 해결하나

    언론사 개별 홈페이지가 아닌, 포털사이트를 통해 들어오는 클릭수가 절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온라인 독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언론사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실시간 인기 키워드를 기사 제목과 본문에 녹여내 독자들을 낚는 소위 '어뷰징 기사'가 포털에 등장한 것은 이같은 언론사간 경쟁과 무관치 않다.

    최근 '뉴스 어뷰징과 검색 알고리즘(커뮤니케이션북스·심재철 공저)'을 펴낸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뉴스 어뷰징 현상이 유독 국내 온라인 환경에서 성장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은 뉴스 포털 업체가 언론사들의 비판을 경청, 뉴스 소비로 인한 이익을 분배하기 위해 만든 '뉴스캐스트'와 '아웃링크'가 그 발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뉴스 클릭 수를 바탕으로 광고 수입이 계산되기 때문에 큰 언론사나 작은 언론사나 비슷한 뉴스를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특정한 단어를 끼워 넣거나 선정적인 제목을 붙이는 폐해가 발생하게 됐다는 것.

    따라서 김 교수는 "서구의 디지털 미디어 이론으로는 한국에서 이슈화된 뉴스 어뷰징 문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고, 우리 스스로 뉴스 어뷰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 어뷰징에 관한 자아준거적(self-reference) 미디어 이론을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 어뷰징은 한국 언론의 디지털화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빨리 실용화 됐기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한국의 포털 업계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낼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뉴스를 심사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제2소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교수는 "기사를 클릭하는 숫자의 경쟁 속에서 뉴스 어뷰징 문제는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다"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뉴스 어뷰징 현장'에 대해 언론사는 물론 포털에서도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뉴스 어뷰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포털사이트가 운용 중인 '검색 알고리즘 정책'의 개선을 주문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네이버는 클러스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뉴스 어뷰징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 왔고, 포털 뉴스 업계의 자정 노력 덕분으로 최근 기사 어뷰징이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지만, 기사 배열의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선 뉴스 편집 원칙의 가이드라인을 공개해야 하고, '검색 알고리즘' 개발시 세 가지의 핵심 요인을 반드시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뉴스 어뷰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포털 뉴스 편집과 배열 및 평가 시스템의 '설명력'을 높여야 합니다. 견제와 균형이 권력 행사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듯이 제도의 설명력이 높아야 그러한 통제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특히 포털에서 검색 알고리즘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순간에는 '기사 평가 요인', '미디어 평판 요인', '뉴스 유통 요인'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뉴스 어뷰징을 막기 위해선 기술적인 노력 외에도 제도적인 대책 마련도 뒷받침 돼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양측 이해 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합의해 결성한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뉴스 생산자인 언론사와 포털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면 뉴스 어뷰징을 최소화할 기제를 만들어 내야 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내려면 이해관계자들이 민주적 원칙에 따라 자발적으로 합의하는 새로운 제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김 교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미디어업계 자정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뉴스 어뷰징을 막자고 강력한 법적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현 단계에선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현행 신문법에 어뷰징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고, 기사삭제청구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법 제6조의 '독자의 권리보호' 조항에 뉴스 어뷰징 방지에 관한 선언적-계도적 차원의 조문을 신설하고, 제10조의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준수 사항' 조항에 어뷰징 방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어뷰징 기사로 인한 피해 구제의 수단으로 정보의 삭제청구권과 검색차단청구권도 신설해야 합니다.



    <책 소개>

    뉴스 어뷰징과 검색 알고리즘 : 뉴스 어뷰징과 검색 알고리즘에 관한 뜨거운 주제 열 가지를 담아냈다. 언론 환경의 변화와 뉴스 어뷰징, 뉴스 어뷰징의 개념과 유형, 뉴스 어뷰징을 둘러싼 각계의 현실, 뉴스 어뷰징과 검색 알고리즘의 관계,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네이버와 카카오의 알고리즘, 국내외 포털의 뉴스 편집 원칙, 검색 알고리즘 개발 시의 고려 요인, 뉴스 어뷰징 방지를 위한 자정 활동, 뉴스 어뷰징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 등이 주요 골자.

    <저자 소개>

    김병희 :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석사를 거쳐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으로 옮기기 전, 광고회사 선연에서 카피라이터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한 시절을 보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광고학과 교환교수, ≪광고PR실학연구≫ 편집위원장,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한국언론학회, 미국광고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기관의 광고 PR 정책 자문을 하고 있다.

    심재철 :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학으로 석사, 매디슨에 소재한 위스컨신대학교에서 매스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석사학위를 끝내고 박사학위를 시작하기 전에 3년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박사학위를 끝낸 후에는 그랜드 폭스에 있는 노스다코타대학교와 캔사스시티에 있는 미주리대학교(UMKC)에서 조교수로 근무했다. 그 후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초빙을 받아 현재까지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정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한국언론학회 제41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원장 겸 미디어학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