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대회 김정은 발언 의미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파괴 통한 대남 적화에 협조” 협박
  • ▲ 지난 7일 北선전매체들이 보도한 제7차 노동당 대회 녹화영상의 한 장면. 안경을 쓰고 양복을 입은 김정은의 모습은 김일성의 생전 모습을 흉내낸 것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7일 北선전매체들이 보도한 제7차 노동당 대회 녹화영상의 한 장면. 안경을 쓰고 양복을 입은 김정은의 모습은 김일성의 생전 모습을 흉내낸 것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6일부터 평양 4.25문화궁전에서 비공개로 열렸던,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했던 말들이 北선전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김정은의 헛소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세상의 핵무기를 모두 없애고, 미국은 한국을 떠나고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어야 하며, 한국은 적화통일 하기 좋게 홀딱 벗고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北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의 제7차 노동당 대회 사업총화보고 내용을 정리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하게 된 이유가 미국의 핵공격 위협 때문이며, 미국이 美-北 평화협정 체결 협상에 나서고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미국은 우리 민족을 분열시킨 장본인이며 통일의 기본 방해자로 반공화국 제재 압살 책동을 중지하고 남조선 당국을 동족 대결에로 부추기지 말아야 하며, 조선반도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이어 “미국은 60년 이상 남조선과 그 주변에 방대한 침략 무력을 계속 끌어들이고 해마다 각종 북침 핵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였다”면서 “미국은 핵 강국의 전열에 들어선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여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 군대와 전쟁 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헛소리는 핵무기 문제에서도 나왔다.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그 속뜻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아니었다.

    김정은은 노동당 대회에서 “핵무기 연구 부문에서 세 차례의 지하 핵실험과 첫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핵 강국의 전열에 당당히 올려세우고 미제의 피비린내 나는 침략과 핵 위협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게 한 자랑찬 승리를 이룩했다”면서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의 성과를 자랑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또한 “우리 당의 새로운 ‘(핵개발-경제성장) 병진 노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 이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라고 주장, 북한 김정은 집단이 권력을 쥐고 있는 이상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결코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8일 ‘노동신문’의 보도가 나온 뒤 일부 한국 언론들이 “김정은, 비핵화 의지 천명”이라고 소란스럽게 보도한 내용도 속 뜻은 황당한 주장을 담고 있다.

    김정은은 노동당 대회에서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핵무기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 사회 앞에 지닌 핵 전파 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즉 김정은 발언의 실제 의미는 “전 세계 핵무기가 모두 사리지면, 우리가 보유한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 ▲ 김정은이 지난 6일과 7일, 北노동당 대회에서 말한 '세계 비핵화'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수준이다. 때문에 영화에서조차 '세계 비핵화'가 성공하는 모습을 다룬 사례가 드물 정도다. 사진은 영화 'G.I.조' 2편에서 악당 '코브라'의 일당이 美대통령 자리를 차지한 뒤 전 세계 핵무기를 동시에 자폭시키도록 종용하는 장면.  ⓒ영화 'G.I.조 2-리탤리에이션' 가운데 핵무기 장면 캡쳐
    ▲ 김정은이 지난 6일과 7일, 北노동당 대회에서 말한 '세계 비핵화'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수준이다. 때문에 영화에서조차 '세계 비핵화'가 성공하는 모습을 다룬 사례가 드물 정도다. 사진은 영화 'G.I.조' 2편에서 악당 '코브라'의 일당이 美대통령 자리를 차지한 뒤 전 세계 핵무기를 동시에 자폭시키도록 종용하는 장면. ⓒ영화 'G.I.조 2-리탤리에이션' 가운데 핵무기 장면 캡쳐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노동당 대회에서 미국 등을 비방하면서, 동시에 한국 정부를 향해서는 ‘대화 협력’을 제안하는 듯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속내는 지난 70년 동안 김씨 왕조가 펼쳐 온 ‘대남적화전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김정은은 노동당 대회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진 우리 당 앞에 나선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사업”이라면서 “북과 남은 통일의 동반자로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 나가자면 상대방을 자극하는 적대 행위들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자만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말한 ‘상대방을 자극하는 적대 행위’ 가운데는 자신들이 벌인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목함지뢰 도발, 대남 총격 등은 모두 빠져 있었다. 대신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민간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만 거론하며 “지체 없이 중지하여야 할 적대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또한 “지금처럼 북남 군사당국간 의사통로가 완전히 차단되어 있고 서로 총부리를 겨눈 첨예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언제 어디서 무장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며 그것이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면서 남북 간에 군사분계선과 서해 NLL 지역에서의 충돌을 막기 위한 ‘군사회담’을 시작하고 그 논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 또한 그럴싸하다. 한국 내 좌익 성향 단체나 정치인들이 하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1999년 6월 15일 1차 서해교전이나 2002년 6월 29일 2차 서해교전(연평해전), 2009년 11월 10일 대청해전,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당시에도 북한 인민군은 한국군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통신 채널이 있었음에도, 한국군과 교신을 하지 않았다.

    특히 2차 서해교전 때는 한국과 북한 인민군 사이에 ‘핫라인’ 수준의 대화채널이 있었음에도 북한 측은 전혀 응답을 하지 않고 선제공격을 가해 한국 해군 장병 6명을 살해했다.

    8일 ‘노동신문’을 시작으로 김정은이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한 말이 알려지자, 한국 정부 당국자는 “웃기는 소리”라고 평가했다. 지난 70년 동안 대남적화전략을 펼치면서 계속 해 왔던 말을 조금씩 현실에 맞춰 바꿨을 뿐이라는 지적이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특히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발언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북한 스스로 책임있는 핵보유국이라 자칭하면서 ‘세계 비핵화’를 언급했다는 것은 전 세계가 핵무기를 포기하고 폐기하면 자기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김정은의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