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매체 120여 명 외신기자들, 노동당 대회장 못 들어가…일부는 ‘공장 견학’
  • 크리스 에반스 英BBC 기자 또한 북한 김정은 집단의 초청을 받고 제7차 노동당대회 취재를 위해 평양을 찾았지만, 뒤에 보이는 다른 외신기자들처럼 행사장 200m 밖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크리스 에반스 英BBC 기자 또한 북한 김정은 집단의 초청을 받고 제7차 노동당대회 취재를 위해 평양을 찾았지만, 뒤에 보이는 다른 외신기자들처럼 행사장 200m 밖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WTF!"

    "Welcome To Facebook" 또는 "World Taekwondo Federation"의 줄임말이 아니라 영미권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을 때 내뱉는 욕설을 줄인 말이다.

    지난 6일 북한 평양 현지에 있던 외신기자들 입에서는 'WTF'이라는 말이 나올만 했다.

    지난 6일 오전 9시부터 평양 4.25문화궁전에서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집단이 초청한 세계 120여 명의 외신기자들은 노동당 대회 현장을 취재하거나 중계하지 못했다. 이에 북한을 찾은 세계 주요 외신기자들은 “김정은이 우리를 농락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6일 오전 9시부터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열렸지만, 외신기자들은 대회장인 ‘4.25 문화궁전’에 들어가기는커녕 200m 떨어진 곳에서 ‘취재’를 하거나, 아예 숙소로 배정받은 호텔방에서 빠져 나오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英BBC, 美CNN, 캐나다 CBC 등은 ‘4.25 문화궁전’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 “저 멀리 보이는 곳에서 현재 제7차 북한 노동당 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말 밖에는 전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日교도통신, 홍콩 봉황위성TV 등도 사정은 매 한가지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외신기자들의 분노도 점차 커져갔다. “취재도 못하게 할 거면 왜 불렀느냐”는 반발도 심해졌다.

    이때 북한은 외신기자들에게 ‘3.26 전선(電線) 공장’ 시찰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소수의 기자들만 북한이 제안한 공장 시찰을 했으며, 다른 외신 기자들은 노동당 7차 대회가 열리는 ‘4.25 문화궁전’ 바깥의 길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했다고 한다.

    일부 외신기자들이 지나가는 평양 시민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돌아온 답은 북한 김정은 집단의 지시에 따라 미리 짜 맞춰진 대답뿐이거나 감시원의 제지였다고 한다. 英BBC 기자는 “북한 감시원들이 화장실에 갈 때에도 따라 붙어 행동을 제한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美CBS 기자는 “개막식 때 정장을 입고 출입해야 한다고 했던 북한 감시원들이 행사 당일 취재가 불허된 데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6일 하루 종일 헛고생만 한 외신기자들은 “북한 김정은이 우리를 농락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북한 김정은 집단은 외신기자들의 제7차 노동당 대회 취재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北선전매체가 전한 제7차 노동당 대회의 모습 또한 1980년 김일성이 주재할 당시와는 크게 차이가 났다. 외국 사절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외국의 축하 메시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1980년 김일성이 주재한 제6차 노동당 대회 당시에는 지도자급 8명을 포함, 118개국의 축하사절이 참석했었다.

    한편 북한이 지난 6일,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를 자신의 업적이라 주장하며,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한국 정부는 즉각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정부 당국자는 7일 “북한이 현재와 같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계속한다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의 길은 점점 멀어질 것이며, 북한을 기다리는 것은 더욱 강력한 제재와 고립 뿐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당국자는 美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분석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움직임도 의식한 듯 “북한은 우리와 국제사회가 핵무기 개발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세계 주요 외신들은 김정은이 주도한 이번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외부에 공개를 않는 사정 등에 대한 분석과 함께 36년 전 김일성 집권 때와 비교해도 현저히 초라해진 대외적 위상 등을 평가하면서, 이번 당 대회는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